항소심 재판부 "우발적 발생…원장 예상하기 힘들었다"

법원 상징. 자료사진. /뉴스1
법원 상징. 자료사진. /뉴스1

보육교사의 영유아 학대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게 된 어린이집 원장이 행정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원장 자격이 회복된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이재영)는 어린이집 원장 A씨가 경기 의정부 시장을 상대로 '원장 자격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2014년 초 A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B씨의 영유아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다른 아동들에게 친구를 때린 C아동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으라고 시킨 후 소고채로 C 아동의 발바닥을 수회 때렸다.

검찰은 이듬해 A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 했으나 결국 사건은 정식 재판까지 갔고 A씨는 유죄가 확정됐다. 이와 더불어 의정부시가 A씨에게 원장 자격 취소, 6개월 어린이집 운영 정지, 1500여만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하자 A씨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에 대한 행정 처분의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고 의정부시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원장 자격 취소처분뿐만 아니라 과징금 처분까지 모두 부당하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기본권의 제한 정도가 강력한 처분의 근거 규정을 해석할 때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해 자격 취소처분이 내려졌을 때는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한 상태였다"며 그 시점을 기준으로 재판부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의 원장 자격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운영자로서 아동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고 보인다"며 과징금 부과처분도 위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는 A씨와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수했고, B씨에게 다른 범죄 전력이 없으며 어린이집에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설치된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학대행위는 우발적이고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A씨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의정부시가 원고의 감경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