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직원 수 사립의 2.5배, 원아 1인당 교육경비도 2배..덩치부터 달라
원비인상도 못하고 국공립처럼 행정실 따로 둘 수 없는 사립유치원 "현실 너무 몰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 확충 및 서비스 개선 방안 브리핑 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 확충 및 서비스 개선 방안 브리핑 중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유치원처럼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에듀파인) 의무 사용을 강행하며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에듀파인이 일선 사립유치원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동떨어진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 세금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유치원과는 달리, 민간 운영 사립유치원은 행정 인력이나 재정 규모면에서 볼 때 국공립에 비해 영세하고, 불확실한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공립과 사립유치원은 회계 등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전담 인력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에듀파인을 사용하는 국공립·사립학교나 공립유치원의 경우 수입이나 지출, 총괄 등 관련 업무를 맡는 전문 행정 인력을 3명 정도는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민간의 유치원은 재정여건 상 국공립처럼 회계 업무를 전담할 직원들을 자유롭게 채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선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 사용을 위해서는 국공립처럼 적어도 3명 정도의 행정 전문 인력을 따로 둬야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운영비용 면에서 국공립을 따라갈 수 없는 사립입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에듀파인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민간연구(김정호 경제학 박사(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한국제도경제학회 정기학술대회 발표 논문)를 보면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교육경비는 114만원인 반면, 사립유치원이 받는 원아 1인당 원비는 53만원 수준이다. <관련기사 아래>

국공립이 사립보다 두 배 가량 비용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인데, 사립유치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부분이다. 양쪽 비용지출이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원아 수가 비슷한 공립 단설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의 교직원 현황을 비교해 볼 때, 공립은 교직원 수가 사립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아 수 118명(6학급) 기준 공립단설의 직원은 31명, 사립은 12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래 표 참조> 

사립입장에서는 국공립에 투입되는 교육경비 수준으로 원비를 인상한다면 에듀파인 전담 직원들을 두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법적제한과 학부모 반발, 다른 유치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 때문에 원비 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표. 김정호 박사 논문 중 발췌.
표. 김정호 박사 논문 중 발췌.

◇ 세금으로 사립 2배 교육경비 쓰는 국공립유치원, 직원 수도 2.5배..원비 인상도 못하고 에듀파인 전담직원 따로 둘 수 없는 사립유치원 "어떻게 하란 얘기냐?"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수입 지출 자금을 세금으로 매달 정확한 시기에 꼬박꼬박 집행할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은 운영 변수가 많다는 것도 에듀파인 사용이 어려운 이유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학부모들로부터 원비가 제대로 걷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교사 인건비 주기도 힘든 영세유치원도 부지기수다. 그련 경우 교재나 급식재료를 구매할 때 일부는 나중에 주겠다고 하고 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러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를 못하게 될 것”이라며 지적했다. 

또 다른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교육을 받고 왔는데 에듀파인 사용이 어마어마하게 복잡하다. 수입이나 지출을 전담하는 직원도 따로 둘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처럼 직원을 두고 운영하라는 격인데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적인 부분도 여전히 논란이다. 이제껏 관련법에서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 의무 도입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관련기사 아래>

정부 보조금을 전폭 지원 받고 있는 상위 초중고교 학교법인이나 국공립유치원과는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정부로부터 특별한 운영 보조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53조는 고등학교 이하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예산·결산, 회계 업무는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로 처리하도록 했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뒀다. 

국가 지원이 없는 만큼 정부도 민간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도입을 강요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교육부는 그러나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을 의무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사립유치원계는 “정부가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을 강제 도입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민간 개인 유치원의 자율성과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