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시 직 내려놔야…막대한 선거비용도 부담
직 유지 출마 가능한 교수 등과 형평성 어긋나

1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15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선거에 유·초·중등교육 현장 전문가인 현직 교원의 출마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출마를 하고자 해도 이를 가로막는 제도적·현실적 제약조건들 때문에 사실상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원이 교육감선거에 나서려면 공직선거법상 선거 90일 전인 15일까지 사직해야 하는데 이런 결단을 내린 현직 교원은 극소수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6·13지방선거 17개 시도교육감 예비후보자 명부에 이름을 올린 53명 가운데 예비후보 등록 직전까지 유·초·중·고교 교원이었던 후보는 단 1명이다.

정년퇴임을 7년 앞두고 지난달 28일 울산스포츠과학중학교 교사를 그만 둔 장평규 예비후보뿐이다. 그 외에 대부분 대학 교수나 학교를 떠난지 꽤 오래된 퇴직·해직교원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현직 교원들이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가 제도적 요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초·중·고교 교원이 교육감선거에 나서려면 선거일 전 90일까지 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현직 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교원들을 제외하고 교육감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은 두 가지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후보자등록신청 개시일을 기준으로 교육경력 또는 교육행정경력이 3년 이상 있거나,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 활동경력이 없으면 된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유·초·중·고교 교원은 출마와 교직을 맞바꿔야 한다"며 "낙선 시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출마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지금의 제도는 현장 전문가인 교원들이 교육감으로 진출할 기회를 사실상 제한한다"며 "이는 교원의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이 돼 공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리)이라는 헌법적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하나는 현실적 요인이다. 쉽게 말해 돈 문제다. 교육감선거는 정당이나 조직의 지원 없이 홀로 치러야 한다. 후보자 혼자 막대한 선거비용을 대야 하는 구조다.

지난 2014년 교육감선거 때 후보들이 쓴 선거비용이 총 729억원이다. 시도지사 후보들의 선거비용(456억원)보다 273억원을 더 썼다.

서울·경기 등 유권자가 많은 지역의 교육감 후보는 약 35억~40억원의 선거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선거 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35억6900만원을 썼다.

물론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는 있다. 득표율 15% 이상이 나오면 100% 가까이 나온다. 하지만 지지기반이 약한 현직 교원들은 사실상 도전하기 어렵다.

김 본부장은 "현장 전문가인 교원들이 봉사를 하려고 해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의 벽에 부딪힌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패가망신하려면 교육감 선거 나가라'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현직 교원들의 교육감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황영남 미래교육자유포럼 대표는 "교육감은 지역의 유·초·중·고교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인데 누구보다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유·초·중·고교 교원들이 외부 요인으로 출마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현직 교육감이나 현재 예비후보들의 상당수는 대학총장이나 교수 출신인데 이들은 직을 유지한 채 교육감 선거에 나설 수 있다"며 "유·초·중·고 교원도 대학총장·교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휴직 후 출마, 당선 후 사퇴'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학총장이나 교수 출신들은 사실 유·초·중등교육보다는 고등교육 전문가"라며 "유·초·중·고 교원 출신들이 인지도는 떨어지겠지만 유·초·중등 교육정책은 훨씬 더 잘 펼칠 것"이라고 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