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볼모로 '교사-원장' 이간질"..교육청의 '몽니'
원장들 "교사처우개선비는 '조건'의 대상 될수 없어"
원장·교사, 서울시교육청 앞서 침묵 피켓 시위 예고

서울지역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앞에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지역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앞에서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연일 시끄럽다. 시교육청이 지난 11일 교원 인건비 등을 조건부 지원하겠다는 공문(2019년도 사립유치원 재정지원 기준 변동 사항)을 일선 사립유치원에 내려보내면서다.

공문의 요지는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 원비 인상률 1.4% 준수,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의향서)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교원기본급보조금 등 4가지 예산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다.

처음학교로 참여 여부는 유치원 자율 결정사항이다. 원비 인상률과 관련해서도, 교육당국이 교원기본급보조금이나 원장 수당 등 인건비를 보조하는 것은 사립유치원 원비 인상을 제한하는 데 따른 보상 성격이었다. 게다가 에듀파인 또한 현재 법률상 강제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교육청이 나서 법률에도 없는 제재방안을 시행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공문대로라면, 서울지역 사립유치원 교사 대다수는 올 3월부터 최대 65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교사 급여의 약 3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일선 유치원교사들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다'며 교육청 항의방문에 나서는 등 즉각 반발했다. "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길들이기식 몽니에 애꿎은 교사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원장들은 "교사처우개선비는 '조건'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부분인데 교육청이 이를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려 한다. 원장급여에 대한 패널티는 감수할 수 있지만, 교사들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금까지 볼모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당국의 독단 행정을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일 관할 사립유치원에 보낸 재정지원 기준 관련 공문.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1일 관할 사립유치원에 보낸 재정지원 기준 관련 공문.

인건비 삭감 공문 소식을 전해 듣고 12일부터 교육청 항의방문 중인 한 교사는 "교육청 공무원으로부터 '원장을 설득하면 처우개선비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이는 우리를 교사로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다른 교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현장에서 20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며 "교육청은 경찰까지 대동하면서 대화하자는 교사들을 막아서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 드나 들게 했다. 정치적 협박의 희생양이 됐다. 교사로서의 자존감, 사명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항의방문에 동참한 한 원장은 "교육청은 시의회 의견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의회로 넘기고 있고, 시의회는 교육청이 결정할 일이라며 회피하고 있다"며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봉급을 볼모로 한 횡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원장은 "교육청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겁박 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관계 공무원들은 교사-원장 간 이간질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유아교육을 위해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지역 유치원 원장·교사들은 오늘(14일) 오후 연이은 교육청 항의방문에 나선 뒤 15일부터 시교육청 앞에서 비상식적인 교육행정을 비판하는 침묵 피켓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