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vs '학폭 예방책' 의견 분분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자녀 등이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숭의초등학교. 자료사진 /뉴스1.
대기업 총수 손자와 연예인 자녀 등이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서울 중구 숭의초등학교. 자료사진 /뉴스1.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폐지를 추진한다.

학교가 분쟁의 장이 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인데 가해 학생에 대한 면죄부만 주는 처사라는 반발도 나온다.

18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최근 3월 정기총회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폐지를 교육부에 공식 제안하기로 의결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는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에게 9가지 징계처분 중 반드시 1가지 이상을 내려야 한다.

학폭위의 가해자 조치사항은 징계처분 정도에 따라 1~9호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 협박 및 보복금지 △3호 교내봉사△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등이다.

교육부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보면, 학교폭력 가해자 조치사항은 학생부에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학생부 기재는 진로·진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학생·학부모들은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녀 학생부에 남게 될 '주홍글씨'를 막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도교육감들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도 "학생부 기재 폐지를 제안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무조건 기재하지 말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해 학생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고 예방책도 사라져 학교폭력이 더욱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학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가감 없이 적는 기록"이라며 "학교폭력을 했는데도 가해 기록이 남지 않는다면 그 학생부는 거짓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적는 본질적 이유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폭력을 막는 예방책을 왜 없애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협의회의 제안뿐 아니라 각계 의견도 더 수렴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앞으로 교원단체, 시민단체, 학부모 등 여러 의견을 듣고 올해 하반기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