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는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을 왜 이토록 집요하게 공격하고, 적폐인양 몰아붙이는가. 현장을 취재해 온 유아교육정책 전문지 기자로서는 의문이다.  

사립유치원이 지난 110년 국가를 대신해 우리 유아교육을 책임져왔던 공로(功勞)를 생각해본다면, 더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은 현재도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의 절반 정도 원비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체 국민이 어깨에 짊어진 부담을 덜고 있다.<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교육경비 月98만원(정부기관 발표, 민간연구는 114만원). 사립유치원 원아 1인당 원비는 月53만원(민간연구) -관련기사 아래>

사립의 교육서비스는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국공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 ‘철밥통’ 공무원과는 달리,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민간의 절실한 생존본능 때문이다. 

사립은 국공립에 비해 방학기간도 훨씬 짧고, 종일반 운영시간은 학부모 퇴근 시간에 맞춰 훨씬 길다. 통학차량을 거의 운행하지 않는 병설과 달리, 사립은 대부분 통학차량을 운행한다.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 상담을 위해 수시로 대기한다. 교육과정도 국공립보다는 활동적이고 다양해서 유아들이 즐겁다는 평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립은 철저히 유아와 학부모 위주로 경영한다. 공무원이 운영하는 유치원 반값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학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맡기는 곳. 바로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이다.  

그런 사립유치원이 더이상 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정부와 여당, 언론, 시민단체로부터 두들겨 맞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필두로 박용진 의원이 그렇고, 시민단체로는 정치하는엄마들이 대표적이다. 언론은 너무 많아 따로 언급할 수 없을 정도다. 

요약하면, 국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도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유치원 설립자가 국고지원 세금을 마음대로 유용 횡령하고, 아이들 교육보다는 치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이다.  

하도 두들겨 맞아 이제는 회복 불가능, 만신창이가 됐다. 고개를 들고 다닐 자신이 없어 유치원 설립자들은 학부모들을 피해 다니고 아이들 마주치기가 두려울 정도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은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거의 없다. 애초부터 국고지원이 없었으니, 정부 세금을 훔쳐 쓴다는 도둑 누명도 진실에 부합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가 세금으로 연2조원 가까이 사립유치원을 지원한다는 교육부 유은혜 장관의 주장은 허위다.  

2조원 가운데 1조6000억원 누리과정비는 학부모에게 주는 돈이다. 사립유치원 지원금이 아니다. 학부모가 교복지원금으로 교복을 산다고 해서, 정부가 교복가게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나머지 교사 월급 보조금이나 학급운영비 지원도 마찬가지. 사립유치원 원비를 국공립유치원 원비(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하는 교육경비) 절반 수준으로 묶어 두기 위한 보상금 성격으로 주는 돈이니, 이 또한 유치원 지원금이라고 정부가 생색낼 수 없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처럼 100만원 원비(원아 1인당 교육경비)를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교사 월급도 국공립보다 더 풍족하게 줄 수 있다. 교육의 질도 지금보다 더 윤택해질 것이다. 

국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는 오해 속에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논란이지만, 사실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에 비한다면,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의 방만해 보이는 경영이 더 문제다.   

비리 프레임 속에서 사립유치원이 주도하고 있는 민간의 유아교육은 종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 마녀사냥식 여론(輿論) 때문이다. 

민주주의 기본은 사회 구성원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는 일이다. 그럼으로 국민 개인의 여러 가치가 국가권력에 우선하는 것. 국가의 권력이, 스스로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 민주공화국과 독재 정권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판단이기도 하다. 

촛불을 든 국민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국민이 권력을 손에 쥐어 준 문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민주적일 것이라 기대를 받았다. 

관(官)보다는 민(民)을 우선하는 정부, 공권력을 국민의 기본권과 목소리를 지키는데 사용하는 정부. 그런 정부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도, 저기도 나오는 많은 목소리가 이 정부를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 이름을 앞세운 선전과 홍보를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처럼 사용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국가권력이 민(民)보다 우선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나라. 민을 향해 자신이 정한 규칙이 스스로 정의(正義)라고 외치는 정부 관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처벌하겠다는 공권력의 으름장. 어느덧 공무원이 갑이고, 국민이 그 밑에 을처럼 느껴지는 나라. 노련하고 숙련된 정치 기술자들이 친 거짓 장막에 가려진 진실. 

국가주의. 물론 국민이 원한다면 체제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좋고 나쁨을 떠나, 우리가 지금 체제의 변곡점을 지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