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김정호 교수.
김정호 교수.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기, 아이들의 감정을 물어보고 그 답을 들어주기. 또 엄마의 마음은 이렇다며 아이에게 들려주기. 그렇게 해서 아이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읽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미래교육의 출발이다.

지금은 그저 좋은 사람, 좋은 친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이 능력이 20년 후에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덕목이 될 것이다. 세상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20년 후의 세상은 청소, 빨래, 음식 만들기, 설거지 등 대부분의 가정사를 로봇이 맡을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을 쓰는 일은 물론, 사무처리, 회계처리 같은 것도 상당 부분로봇과 AI의 몫이 될 것이다. 그런 일들은 인간의 직업 목록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다만 그 직업의 성격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직업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직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고 공감해주는 일이 새로운 직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자기 처지를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표정을 읽고 말을 걸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일이다. 

그런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생각해 보라.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은 우울증, 스트레스 같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지금은 매우 중요하게 되었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증상들은 병도 아니었다. 그냥 각자가 견뎌내야 하는 정신적인 문제였을 뿐이다. 치료가 아니라 식구나 친구와의 대화나 위로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삶이 풍요로워지다 보니까 우울함,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병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다 보니까 그런 마음의 현상들이 큰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앞으로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물질적인 고민들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로봇과 AI는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생산할 것이지만 인간 노동자와는 다르게 소비는 하지 않는다. 월급을 달라고도 않는다. 그들이 생산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몫이다. 당연히 인간은 일하지 않아도 엄청난 부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온다. 기존의 욕구들이 채워지는 대신 마음의 공허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위로 받고 싶어하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쓰게 될 것이다. 돈 있는 노인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현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위로와 소통, 공감에 대한 수요는 기계로 채우기 힘들다. 그런 역할은 인간이 해야 제 맛이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의 감정까지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미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교육을 돌아보자. 아이의 마음을 물어봐준 적이 있는가. 엄마의 마음이 어떤지 아이에게 들려준 적이 있는가. 그보다는 학원에 가라, 숙제 빨리 해라 하며 지시를 하고 있을 것이다. 뭔가를 묻는다 해도 진짜 아이의 감정을 묻는 것이 아니라 동생과 싸우지 말랬는데 왜 싸웠느냐며 추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방법을 바꿔보자. 아이의 감정이 어떤지 물어보라. 동생에 대한 너의 솔직한 생각은 어떠니? 너희가 싸울 때 엄마의 감정은 이렇단다. 이렇게 질문하고 말해보자. 그런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다스리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20년 후 달라진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물론 엄마는 힘들 것이다. 답답함을 참아내야 한다. 또 지금까지 배워본 적이 없는 것을 아이에게 하려니 서툴고 어색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잘 견뎌낸다면 차츰 아이가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뜻하지 않게 부모 자신도 미래형으로 바뀌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년 후의 미래. 대학입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라질 것이 분명한 입시 준비를 위해 돈 들여가며 학원 보내지 말라. 아이와의 진솔한 대화로 미래교육을 시작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