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조사권 행사의 적절성 시비에 휩싸였다. 지난 4일 개학연기 투쟁에 나섰던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한 표적조사 논란 때문이다.

7일 한유총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유총이 개학연기 투쟁을 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 6일부터 조사에 나선 상태다.

한유총이 소속 회원들의 사업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교육부 신고를 받고서다.

공정위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한유총 본부와 일부 지역 지부에 조사관 30여명을 파견해 컴퓨터 자료를 확인하는 등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같은 조사에 나서게 된 결정적 배경은 한유총 소속 한 원장이 동료 원장에게 보낸 문자 한통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자의 원문은 '마지막으로 예고합니다. 같이 동참하지 않는 원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혼자 살겠다고 단체를 배신할 때 배신의 대가가 얼마나 쓴지 알게 될 것입니다. 서로 총질 안 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조사를 나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교육부가 공개한 문자를 보고 현장조사를 결심했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 및 임무와는 거리가 먼 조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 유아교육계 한 관계자는 "사업자단체를 관할하는 공정위가 동료 원장 간 주고받은 문자 한통을 가지고 수천여명 회원이 속한 민간단체를 조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단체에 대한 월권 표적조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지난해 10월 교육부와 여당이 사립유치원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발표해 곳곳에서 폐원 이야기가 나올 당시 유은혜 장관 입에서 '공정위 제재'라는 말이 나왔고, 개학연기 투쟁 예고 직후에는 교육부, 공정위,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 수장들이 모여 유치원 제재 방안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자는 말 그대로 권한을 벗어난 조사를 실시하려는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유치원 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범정부적 사립유치원 탄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한유총이 개학연기를 회원유치원에 강제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라며 "단순하게 문자 속 워딩만을 가지고 조사하는 게 아니다. 교육부의 정식 신고가 있었고, 위반 소지 정황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착수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의 '한유총 조사를 지난주부터 고민했다' 발언을 두고 표적조사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선 "위원장님이 외부에 알려진 사실만 가지고 (인터뷰)한 것 같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물론 저희 법에 위반되는 정도의 구속요건이 안되면 무혐의 될 수도 있다. (결과를)예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나서야 할 사안이냐는 의구심을 갖는 대중도 있다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 나중에 결과 나오면 하겠다"며 회피했다.

한편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무총리실 산하 중앙행정기관이다. 독과점을 방지하며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준 사법기관으로 분류되며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구현과 소비자 권익 제고가 주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