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전제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

'아이사랑카드'로 낸 보육료를 어린이집 운영자가 목적 외 용도로 써도 타인의 재산에 대한 범죄인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급하는 '방과후 과정 지원금' 중 원아 지원금(종일반비)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유아의 보호자에게 교육비용을 지원해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섣불리 보조금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유치원 원장 신모씨가 전라남도 교육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여수교육지원청은 2013년 6~10월 신씨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한 결과, 2012년 방과후 과정비로 지출한 금액 5362만여원이 목적외로 사용됐다고 통보하고, 방과후 과정비 명목으로 초과지출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3909만여원을 반납하도록 시정조치했다.

국가 및 지자체는 사립유치원장이 유치원 목적외에 보조금을 사용한 경우 이미 지급한 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명할 수 있다는 유아교육법 27조에 따라서다.

그러나 신씨는 "방과후 과정 지원금은 유치원이 방과후 과정 서비스를 제공한데 대한 대가로 받는 것으로 그 수혜자는 학부모라 법률상 보조금이 아닌데도, 여수교육지원청이 이를 보조금으로 단정해 반납을 통보했다"며 자신이 반환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방과후 과정비의 법적 성격에 대해 "지원금의 실질적 수혜자는 유치원 운영자"라며 "어디까지나 지자체에서 교육과 보육을 통한 종일제 운영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목적에서 유치원에게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반환처분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일반비는 학부모의 학비부담 경감과 유치원 유아학비 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유아학비 지원대상자 중 종일반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비용"이라며 "신씨가 운영하는 유치원의 방과후 과정을 이용하는 유아의 보호자들에게 그 교육비용을 지원해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종일반비가 '무상으로 실시하는 유아교육에 드는 비용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되, 유아의 보호자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한 유아교육법 24조2항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원심은 이 사건 처분에서 반환을 명한 돈이 유아의 보호자에게 지원한 것인지, 유치원에 대해 방과후 과정 운영경비를 보조한 것인지 더 면밀하게 심리했어야 했다"며 "종일반비를 보조금으로 단정한 원심 판단엔 법리오해 잘못이 있다"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