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국가 아동정책' 심의 발표..출생통보제·익명출산제 도입

아동학대 예방 자료사진. /뉴스1
아동학대 예방 자료사진. /뉴스1

정부가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법조항 개정에 나선다.

정부는 23일 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안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심의하고 발표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이 행복한 나라' 라는 비전 하에 보호·인권 및 참여·건강·놀이 등 4개 영역에서 10대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민법 제915조에서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이 조항을 아동 학대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해당 법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해외에서도 스웨덴 등 전세계 54개국이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징계권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다. 그러나 일본도 아이의 손발을 묶고 욕조에 가두는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친권자의 자녀 체벌금지를 명기한 아동학대방지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이번 정책에 발맞춰 법무부에 해당 논의를 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아울러 정부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이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누락 없이 국가 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출생통보제가 도입이 되면,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자칫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호(익명)출산제가 함께 도입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아이 어머니가 일정한 상담 등 엄격한 요건하에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 후 출생등록을 하는 제도다.

부모로부터 분리될 위기에 처하거나, 분리된 아동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돌보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불가피하게 아동을 본래 가정으로부터 분리해야 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산하 '사례결정위원회'에서 아동에게 가장 적합한 보호방식(가정위탁·그룹홈·시설·입양 등)을 결정한다.

보호 필요 아동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자체 인력 보강도 나선다. 현재 시군구의 평균적인 보호를 요하는 아동 수는 192명이나, 담당 인력은 1.2명에 불과해 현실적으로 아동 개개인에 대한 가정조사, 보호 결정, 사례관리 등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지자체 인력 보강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지자체 책임 하에 상담·가정조사·보호결·사례관리가 이뤄지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양질의 보호·양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정위탁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조부모·친인척 위탁이 아닌 일반 가정위탁은 7.8%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특수한 욕구가 있는 영아·학대피해아동 등을 돌보기 위한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전문인력이 아동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양육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정위탁제도를 법제화할 계획이다.

또한, 가정위탁 양육보조금을 인상하고, 초기 정착금, 심리치료비 등 실질적인 지원 확대도 검토한다.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체계도 개편한다고 밝혔다. 시군구에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확대 배치해 그동안 민간에서 수행하던 학대조사 업무를 내녀부터 시군구로 이관한다.

이에 따라 시군구 사회복지공무원은 학대 신고 접수 시 경찰과 함께 조사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되고, 학대여부 판단도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를 통해 진행한다.

올 하반기(10월 잠정)부터 연 1회 만3세(전년도 말 기준) 유아 전체에 대해 관계부처와 지자체 합동으로 아동 소재, 안전 등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올해 조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해 약 40만명, 읍면동 가정방문을 통해 약 4만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