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기지부, 공립유치원 원장·원감 갑질폭로 기자회견

경기도교육청 전경. ©한국유아교육신문
경기도교육청 전경. ©한국유아교육신문

"단설유치원은 교사가 교사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관리자의 일방적인 지시 전달로 유치원이 운영됩니다. 이런 문화가 바뀌지 않아 유아들에게 투자할 시간이 없는 곳이라면 단설은 차라리 없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밝힌 경기도내 한 단설유치원 교사의 하소연이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3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공립유치원 원장·원감 갑질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단설유치원에서 도넘은 관리자의 횡포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지부는 이날 도내 공립유치원교사를 대상으로 한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도내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수직적인 조직구조 속에서 교권 침해와 관리자 갑질에 시달리며 교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면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학교급 교사보다 교사로서의 효능감은 물론,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노출돼 있다는 것.

실제 설문조사에서는 평소의 교사복무 만족도는 긍정이 47.6%에 불과했다. 또 정시에 퇴근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57%에 달했고, 초과근무 사용 시 수당 수령 여부에 대해서는 44.2%가 수령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전문성을 존중받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은 37%에 그쳤고, 민주적인 유치원 운영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39.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경기지부는 이날 유치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원장·원감 등 관리자들의 갑질 사례도 공개했다.

"너무 무능력한거 아냐" "말 안듣는 교사는 왕따 조장해" "일좀 제대로 해" 등 교사들을 향한 인격모독성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교사들의 합의가 필요한 돌봄 당직은 관리자들의 강요로 이뤄지고 있고, 교사들은 노동법에도 없는 10시간의 근로시간을 종용당하면서도 초과근무수당조차 신청하지 못하는 등 수업준비보다 행정업무에 더 내몰려 업무피로에 지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립단설유치원 교사의 경우 병설유치원 교사보다 관리자로 인한 갑질 피해를 더욱 많이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지부는 그 근거로 근무환경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의 94.5%가 단설유치원 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부 관계자는 "교사들은 관리자 주도의 비방, 의도적인 따돌림 등을 당하기도 하고 부적절한 호칭, 폭언, 욕설, 인격모독, 부당한 신체접촉 등이 난무하는 유치원 현장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자존감 및 자긍심을 상실한 교사들은 보복에 대한 염려 및 관리자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입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부는 이날 공립유치원의 민주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경기도교육청에 ▲갑질 근절 근본대책 마련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정상화 방안 마련 ▲관리자 대상 교권 침해 예방 연수 강화 ▲유치원 전담 갑질 신고센터 운영 ▲갑질 이력제 도입 및 공익제보자 보호 등을 요구했다.

한편 경기지부의 이번 근무환경 실태조사는 도내 공립유치원 교사 5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 참여자의 근무 형태를 보면 공립단설 34.3%이며 공립병설(1~2학급 규모) 30.6%, 공리병설(3학급이상 규모)35.0% 등이다. 경력별로는 5년미만 43.6%, 5년이상 10년미만 19.4%, 10년이상 20년미만 26.4%, 20년이상 10.6%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