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집결해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 촉구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청소년 동아리 문화축제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자율형사립고 청소년 동아리 문화축제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9일 서울 소재 자율형사립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를 예고한 가운데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 수천여명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폐지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답이 될 수 없다며 자사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자사고 청소년 학교축제 한마당'을 열었다. 비가 간간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날 문화제에는 약 5000여의 자사고 학생들과 학부모가 모여 공연과 발언을 이어갔다.

학교별 공연에 앞서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 등 8곳의 학생 대표들은 각자 발언에 나서 자사고를 폐지하면 안 되는 이유를 힘주어 말했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자사고의 폐지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지정취소 결정엔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학생 대표는 "자사고만 입시 편향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모순적"이라며 "단순히 일반고를 비난하고 자사고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사고의 폐지만으로는 교육적인 평등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숭문고등학교 학생 대표는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는 입시전문학원이라고 말한 것을 봤다. 정말 이해가 안되고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며 "우리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율동아리도 55개나 되는데, 이런 학교가 입시학원이냐"며 비판했다.

이어 "학교에 대해서는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잘 평가할 수 있다"며 "교육에 관한 전문가 판단도 중요하지만, 실제 피부로 느끼는 학생의견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점도 하나의 다양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부속고등학교 학생 대표는 "모두가 공부를 좋아할 수 없다. 다만 공부가 취미인 학생들은 검증된 시스템 안에서 심화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자사고 폐지는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억지 표준화에 끼워 맞추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각 자사고에서 활동하는 동아리의 뮤지컬, 댄스공연도 진행됐다. 광화문광장 앞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내 학생청원게시판에 '학교의 주인은 학생입니다! 우리 의견을 들어주세요!'라는 의견이 올라와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글은 학생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면담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서울학생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 교육감이 직접 답변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어, 조 교육감은 한 달 이내에 직접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