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일반고 수준 높으면 자사고 안 보내"

서울 자사고 8곳에 대한 재지정 청문회가 실시된 2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경희고 학부모들이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서울 자사고 8곳에 대한 재지정 청문회가 실시된 22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경희고 학부모들이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22일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청문(聽聞)을 시작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종로구 서울시교육청학교보건진흥원에서 재지정 평가에 따른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을 실시했다.

청문은 자사고 지정취소를 예고한 서울시교육청 결정에 대해 대상 학교들의 마지막 의견과 소명을 듣는 자리다.

경희고·배재고·세화고를 시작으로 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이상 23일), 중앙고·한대부고(이상 24일) 순으로 진행된다.

첫 청문 대상인 경희고는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 아래 평가가 부당하게 지정됐다는 점, 학생·학부모가 선택한 학교를 지정취소해서는 안된다는 점 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머지 학교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놓으며 마지막 항변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고 이정규 교장은 청문에 앞서 "그동안 우리 학교는 정말 열심히 교육하고 노력했다.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했다"며 "반드시 자사고 (지위를) 복원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9일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13곳 중 8곳이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해 지정취소한다고 밝혔다.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들은 재지정 평가 영역·지표 가운데 '학교운영'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특히 많은 감점을 받았다.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지정취소가 예고된 8곳은 건학 이념과 자사고 지정 목적에 맞는 학교 운영을 위해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려는 노력,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과 선행학습 방지를 위한 노력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자사고 측은 이번 청문에서 재지정 평가가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 아래 부당하게 전개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줄곧 평가기준과 지표가 자사고 쪽에 불리하게 조정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가 자사고 폐지이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대표적인 자사고 폐지론자라는 게 이번 재지정 평가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교장도 청문에 앞서 "(이번 재지정 평가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재지정 청문회. /뉴스1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서울 자사고 재지정 청문회. /뉴스1

한편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경희고 학부모들을 포함한 자사고 학부모 100여명이 참석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규탄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청문 기간 내내 시교육청을 찾아 규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희고 학부모들은 장구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자사고를 지켜달라' '학교는 우리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호를 외친 뒤에는 '아침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며 자사고 지키기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한 학부모는 "학교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교육청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라며 교육청의 이날 청문 절차에 불만을 내비쳤다.

한 학부모는 "일반고의 수준을 높이면 우리는 아이들을 자사고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자들이 일반고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희고 청문 종료 이후에는 배재고가 이날 오후 1시30분 두번째 청문에 임한다. 세화고는 오후 4시 열리는 청문에 참석한다.

시교육청은 오는 26일께 교육부에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 신청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신속 결정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만큼 이르면 8월 첫째주 서울시교육청 결정에 대한 동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정취소에 동의한 자사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