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능률 저해 없다더니"…출장 달고 겸직업무 등 수행 '흔적'

지난해 6월 서울 반포원에서 열린 제1회 기업청렴포럼에서 '신정부의 반부패·청렴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 중인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지난해 6월 서울 반포원에서 열린 제1회 기업청렴포럼에서 '신정부의 반부패·청렴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 중인 김거성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경기도교육청 '청렴' 업무를 총괄하는 김거성 감사관이 재임 중 자신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관외 출장을 수십여 차례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 감사관은 최근 '6개 직책' 겸직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김 감사관의 겸직 및 출장기록을 보면 그가 공직자인지 시민활동가인지 헛갈릴 정도다.

3일 한국유아교육신문이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김 감사관 출장기록에 따르면 그의 수상한 출장은 도교육청 감사관 임명 당일인 2014년 8월 29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당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18기념재단 창립 2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물론 이 학술대회는 도교육청 감사관 직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행사였다. 이는 '직무 태만' 또는 '겸직에 따른 복무규정 위반'으로 추정되는 출장사례다.

김 감사관은 도교육청 입성 이전부터 이 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었으며 이후 도교육청으로부터 겸직허가(2014년 9월 18일)를 받았다.

그는 감사관 임기 중 부적절해 보이는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녔다. 물론 대부분 출장여비를 받아가면서였다.

2015년 3월 30일에는 감사관직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4.16단원장학재단에 업무협의를 이유로 출장을 다녀왔으며 같은해 4월과 8월에는 세월호 사고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전남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다.

도교육청에서 세월호 관련 업무는 2014년 8월에 꾸려진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이 전담하고 있다. 감사관실 업무분장에는 '세월호' 관련 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김 감사관은 업무시간 출장허가를 받아 직무 관련성이 없는 세월호 관련 행사장 참석 등을 반복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관련 행사는 물론 안산에서 열린 4.16가족협의회 회의 자리도 여러차례 오갔다. 2017년 3월에는 4.16가족협의회 관계자 경조사 또한 출장(강원도 정선)을 달고 다녀왔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부서 업무분장에는 세월호 등과 관련된 부분은 없다"면서도 "(업무분장에 없더라도)경기도교육청과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든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부서장을 두둔했다.

하지만 김 감사관의 수상한 출장사례는 이뿐이 아니었다. 겸직 중인 기관의 업무를 '출장'으로 해결한 정황도 많았다. 5.18기념재단 이사로 겸직 중인 때에는 광주광역시 행사장을 오갔으며 자신이 감사로 겸직 중인 경기교육마을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총회도 다녀왔다.

서울에서 열린 한국투명성기구 회의 역시 출장신청을 내고 참석했으며 2016년 6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한국종교인평화회의도 같은 방법으로 다녀왔다.

본지는 출장과 관련한 반론을 듣기 위해 김 감사관에게 수차례 연락(전화 및 문자, 방문)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비서를 통해 '대변인실에 답변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변인실 관계자는 "개인의 문제에 대한 답변을 이리(대변인실)로 미루면 되겠나"며 "당사자가 직접 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감사관은 임기 중 15차례 겸직을 신청했고 도교육청은 이를 모두 허가했다. 올 3월 현재 그는 감사관직 외에 A교회 담임목사(구리시), B사회복지법인 대표(서울시), 서울 소재 사단법인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서울시), 4.16단원장학재단 감사(수원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감사(의정부시), 대학 시간강사(강원도) 등 모두 6개 직책을 겸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김 감사관이 목사 겸직허가신청을 1년 9개월 가량 뒤늦게 한 점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관련한 행정조처 등은 "상급기관이 할 일"이라며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모두 6개 직책을 겸직 중인 부분에 대해서는 "(겸직 갯수)제한 규정은 없다"며 적절성 여부 판단을 회피했다. 김 감사관은 "(겸직이)직무에 영향을 끼치거나 지장을 초래하는 부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