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모들에게 닥친 결단
젊은 부모들에게 닥친 결단
  • 한국유아교육신문
  • 승인 2018.04.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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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전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정호 교수.
김정호 교수.

20년 후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마음의 습관’이다. 스스로 길 찾기를 즐기는 능력,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능력, 타인에게 내 의견을 잘 전달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낯선 사람들과도 잘 협동할 수 있는 능력 등은 AI와 로봇이 기존의 직업을 대체할 그 세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어릴 적부터 마음의 습관으로 터득해야 할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기존의 교육은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기존 교육의 최대 목표다. 교과서를 잘 외워야 하고 단답식 또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잘 맞춰야 한다.

그 교과서에는 이미 보편화된 지식들을 실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의 웬만한 내용들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다 구해볼 수 있다.

그런 지식들을 암기하느라 젊은 날의 시간들을 보내는 것은 시간 낭비다. 더구나 수동적, 복종적 습관이 자라서 미래 적응에 오히려 해롭다. 그런데도 대학입시가 그런 지식을 요구하고 있으니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부모는 결단을 해야 한다. 20년 후를 위해 마음습관 교육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다 하듯이 입시교육을 택할 것인가.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그렇다.

아이가 고3이라면 당연히 입시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1 또는 중3이라고 해도 입시공부를 버리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초듷학생의 부모라면 입시 준비 대신 마음 습관 교육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부모라면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대학입시 준비는 버리라고.

그 대신 아이에게 자기 일을 하게하고 집 안 일도 분담시키라. 여러 곳을 데리고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게 하라. 이런 교육을 하자면 암기 위주의 대학입시 공부는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내 아이가 대학도 못들어가면 어쩌지?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20년 후의 세상에서는 그런 걱정 할 필요 없다. 대학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 새로 설립된 미네르바 대학(Minerva School)은 미래를 향한 대학의 변신 노력을 잘 보여준다(www.minerva.kgi.edu). 이 대학은 캠퍼스가 없다. 교실이 없다는 말이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 접속만 되면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동영상만 보면 학점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20-30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화상 토론 수업이어서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수 없다. 반드시 자기 의견이 있어야 한다.

미네르바 대학의 더 큰 특징은 기숙사다.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가 있어서 학생들은 한 학기씩 각 도시의 기숙사를 바꿔가며 생활한다. 서울에도 기숙사가 있다. 학생들은 각 도시의 기숙사에 묵으면서 저마다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강의실 대신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체험한다.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Habbit of Mind, 마음의 습관이다. 기존의 대학처럼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신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대학들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구태의연한 강연식 교육에 매달리는 대학들은 학생들을 잃게 될 것이다. 졸업은 시켜도 취직은 못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그런 수동적 학생들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선발 기준도 다르다. 미네르바 대학은 학력고사나 학점 같은 것으로 학생을 뽑지 않는다. 좋은 마음의 습관을 가진 것이 최적의 조건이다. 물론 그것은 주관적 판단이지만. 어차피 미래의 일들은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일 것이다.     

입시용 지식은 벼락치기 암기로도 습득할 수 있다. 어릴 때 적당히 해도 고등학교 3년 동안 죽도록 하면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습관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습관은 어릴 때일수록 더 중요하다. 세 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아이가 어릴 때 결단하시라.

물론 위험은 있다.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현재와 같은 대학입시가 20년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신의 아이가 대학을 못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대학이라면 보내지 말고 차라리 사회에 바로 내보내는 것이 더 낫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의 아이를 위해 과감히 결단하시라. 대학 입시를 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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