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최대호 기자

최대호 기자.
최대호 기자.

'금융권의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의 수장 김기식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줄임말)이 정쟁의 중심에 섰다.

비정부기구(NGO) 출신인 김기식 원장을 둘러싼 '용역갑질' '외유출장' '외유 동행 여비서 특혜' 등의 의혹에서 비롯된 논란이다.

이 논란은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김 원장 감싸기'에 나서면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김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된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바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에 "김 원장 사태를 보면 '내로남불'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며 "김 원장을 온갖 궤변으로 보호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야당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적 저의'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김 원장의 잘못은 점차 사실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김 원장은 금융개혁의 칼자루를 쥔 인물이다. 그렇기에 사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깨끗해야만 한다. 국민적 인식이 그렇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에도 김 원장과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거성 감사관이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 반부패 시민단체인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역임하면서 '반부패 전도사'라는 수식어를 얻는 등 누구보다도 '청렴'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 등을 등에 업고 2014년 도교육청 감사관으로 자리했다.

이후 그는 '감사'라는 칼자루를 쥐고 직위에 따른 권한을 행사했다.

그런 그가 최근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각종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겸직과 관련해 복무규정을 위반했고, 재임 중 부적절해 보이는 출장도 반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탈과 비슷한 사례의 겸직과 출장 등의 문제를 일으킨 피감 기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등의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취재와 기사를 통해 김 감사관의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김 감사관의 허물을 문제삼지 않았다.

이재정 교육감은 김거성 감사관의 이같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일부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도교육청은 "감사관의 문제기에 상급기관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사실상 김 감사관을 두둔했다.

김기식 원장과 청와대 간의 내로남불 논란에 김 감사관과 경기도교육청의 내로남불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지 않는 이가 과연 다른 이들의 허물을 들춰낼 자격이 있을까. 그런 일이 있다면 국민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상식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정 교육감은 '측근 감싸기' 혹은 '비판 외면하기' 행태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정리하고 수습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정부 또는 기관이 '내 편'이라는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을 '보호'하려고만 한다면 국민 누구도 그 정부·기관이 행사한 위력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 교육감은 자신들의 불륜을 로맨스로 바라봐 줄 국민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