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부모단체연합 홍수연 공동대표

홍수연 공동대표.
홍수연 공동대표.

교육은 언제나 학부모에게 민감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국가에서 정하는 교육에 휘둘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왔다. 

선택의 자유도 없었고 어떤 의견 개진도 없이 국가가 정해놓은 방향으로 아이들을 맞추어 키우느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각종 애를 쓰다가 안 되면 나라 밖으로 나가면서 또 다른 비극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국가 주도의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비리 척결과 학부모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유치원 3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니, 일반 학부모는 이 말만 듣고 내용을 떠나서 정부가 학부모 편에서 일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리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배워야 할 교육의 내용과 그 내용이 아이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다. 

그런데 어떤 원장님이 비싼 백을 샀다는 것만으로 매우 큰 비리 사건이 터진 양 온 나라가 난리 법석을 떨며 불편한 뉴스가 계속 되었으나, 가장 궁금했던 사안은 뉴스에서 비켜 갔다. 그러한 비리로 인해서 그 유치원의 원생들에게 어떤 피해가 갔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다만 결론은 법을 바꾼다는 사실이고 그것이 학부모에게 유리한 법이라는 선전이었다. 과연 그런가하고 따져 보고 싶어진다. 과연 이것이 학부모에게 유리한 것인지 교육 공무원들에게 유리한 것인지 의아심이 저절로 생긴다. 

유치원을 세운 설립자가 원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왜 학부모에게 유리한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를 모두 경험한 학부모로서 납득이 잘 안 되는 주장이다. 

경험상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를 가면 선생님들이 그래도 조금 더 열의가 있었다. 그것은 주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학교와 갈등이 생길 때도 공립학교 선생들은 교육청 공무원과 다 같은 공무원 신분이라서 그런지 민원이 들어가도 속 시원한 해결책이 나온 적도 없었고 명확한 대답을 들은 적도 없었다. 아이가 볼모로 잡혀 있는 학부모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앞에서라면 마냥 작아져야 하는 존재인데 말이다. 

사립학교는 그래도 숨은 좀 쉴만했다. 당장 주인인 이사장이 있으니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그런데 이제 어정쩡하게 이사장 따로 원장 따로 두면 절차와 과정만 복잡해질 뿐이다. 

비리는 어차피 어느 사회, 어느 조직에서나 나오기 마련이다. 비리 해결은 그걸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비리를 해결한다고 국가가 직접 운영에 참가 하는 것은 사실 더 큰 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이미 보아서 알고 있다. 

지금 유치원 3법은 비리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규제하는 등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개정안이다. 

사립유치원 건물의 보수수리비를 이사장 개인의 돈으로 해결하라니? 도대체 그런 말도 되지 않는 회계가 어디 있는가? 

우리는 사랑하는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모성이 넘치는 부모일 뿐, 원장의 개인 재산을 탈취하려는 떼강도가 아니다. 

그런 식의 유치원 개정은 나의 아이에게나 또 전체를 보아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자를 교육자로 대접하지 않고, 돈만 아는 장사꾼과 권력욕만 넘치는 정치꾼으로 대접하면서 무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부모와 같은 마음을 가진 원장 선생님이면 된다. 거기서 생계를 유지하셔도 감사하다. 각종 세계 기부 단체도 절반 이상은 운영비로 쓰고, 월급을 가져간다고 들었다. 

전부 기부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등록금을 통째로 교육에만 쓴다면 어떤 사람이 나와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 학부모는 그것이 더 두렵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법을 하고자 연초부터 내내 시끄럽더니 결국은 그들과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의 비리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