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유택 박생규 변호사

박생규 변호사.
박생규 변호사.

2020년 1월 13일 자로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이로써 유아교육에 관한 사립유치원의 공과(功過)를 불문하고 2018년 하반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공개로부터 촉발되어, 무자비한 사회적 지탄의 광풍에 휩쓸린 사립유치원의 운명은, 그 이후 약 500여 일 만에 국회가 임재훈 의원 수정안으로 회계, 설립 및 운영, 급식 관련법을 개정한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통칭‘박용진 3법’이라 불린 유치원 3법이 통과되기까지 사립유치원을 비판하는 기조를 유지한 여러 사회정치 세력과, 불비한 법령과 열악한 지원 속에서 유아교육의 근간을 지탱해 온 사립유치원에 대한 실질을 호소한 한유총 등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간에 무수히 많은 공방과 사회적 명분에 관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흔히 한국의 사회 구조 내 명분 다툼에서 이성이 감성을 이기지 못한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이를 위한 학부모의 돈’과 관련된 명분 다툼에서 사립유치원의 정당한 주장이 설 자리는 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사립유치원의 국유화에 관한 법률자문 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의 재산을 국가가 몰수할 것이라는 급진적 괴담조차 본 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 대상이 되었던 것인가 하는 씁쓸한 단상(斷想)도 듭니다. 더군다나 유치원 3법이 개정된 시점에 이르러 일부 언론(구체적으로는 사안의 본질을 꿰뚫는 얼마 되지 않는 언론사의 기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 및 사회적 기류가 쏟아내는 내용을 접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우려가 개정 전보다 더욱 커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언론 등 사회적 기류가 유치원 3법의 정확한 개정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위원을 위시한 개정 주도 국회의원들이 자화자찬으로 셀카를 찍을 정도로 사립유치원에 관한 법령의 근간이 바뀐 것인지는 냉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의무교육이 아닌 유치원 교육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재(私財)를 출연하고, 나름의 소명감으로 유치원을 설립·경영해 온 분들 및 이 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교육을 제공해 온 교직원들 입장에서는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우선 사립학교법 개정안부터 살펴보면, 유치원 회계를 부당한 목적으로 전출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제29조 제6항) 이는 기존 법조문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개정 전에도 교비회계를 사적인 목적으로 전출하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형사 처벌의 가벌성 및 대상을 기준으로 할 때 기존 법리나 판례의 근본적인 변경을 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언론에서 간과하는 것이 이사장 및 원장의 겸직이 금지된다는 부분(제23조 단서 삭제)인데, 이는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만 적용되고 사인(私人)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사립유치원의 실질과 다소 괴리된 개정안을 다수 언론이 중대한 변화인양 보도하는 것은, 아마도 유치원 3법 개정을 주도한 사회정치세력이 사립유치원을 설립·경영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을 동력 삼아 그들을 지지한 국민에게 전리품으로 삼기 위해, 이 부분을 ‘치적’으로 삼고자 여론몰이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실질적으로 사립유치원 중 다수에 해당하는 사인 설립 사립유치원의 설립·경영자분들은 여전히 원장으로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아교육법 개정은 12개 조문이 개정되어 사립유치원에 보다 진폭이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의 양적·질적 변화가 많아 이를 모두 살피기는 어렵지만, 사립유치원 설립·경영자 결격사유(제8조 등) 및 제재적 처분근거(제30조, 제32조 등)의 증대는 사립유치원이 반박하기 힘든 회계부정 등 치부가 근거가 된 것이어서, 사립유치원으로서는 준법을 기조로 차후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목적하여야 할 것이지, 섣불리 유·불리를 판단하거나 안일하게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은 회복되기 어려운 제재적 처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듀파인 사용에 관한 개정(제19조의 2) 학부모 지원금에 관한 회계부정 시 반환 규정(제28조) 역시 회계부정의 방지 및 제재 차원에서 반영된 것이므로 개별 사안 발생 시 법률적 대응과는 논외로 개정의 정당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회계 또는 유치원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예방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나아가 나름의 노력으로도 미처 잡아내지 못한 문제로 행정청이 과도한 행정 제재를 가할 경우 유치원 3법 개정 전보다 심도 있게 법률적 대응의 필요성이 요청될 여지도 높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급식법은 사립유치원이 원아 등 다중이 이용하는 급식시설임을 부인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먹거리 안전은 이견을 내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개정의 정당성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구체적 개정 내용은 추후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질 때 구체적으로 확정되므로, 사립유치원으로서는 급식 관련 재정지원 요청 등에서 실익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개괄적으로나마 유치원 3법 개정을 들여다보고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3법 개정을 냉정하게 그리고 차분히 받아들이면서, 이제 개정 이후를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유치원 3법이 개정된 이후의 국면 및 사회적 기류는 사립유치원에 전화위복이 될 여지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사립유치원을 겨냥한 유치원 3법을 통해 정치적 훈장을 받게 된 박용진 의원조차 “이제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며 승리에 도취된 장수의 허세(虛勢)로 대변되는 상황을 활용할 묘안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사의 이치는 언제나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치원 3법 개정 전까지 사립유치원은 어둠 속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반면, 이제는 사립유치원도 빛을 추구할 시․공간적 토대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사립유치원이 추후 바라볼 빛은 실질적으로 사립유치원이 대한민국 유아교육에 기여해 온 공(功)을 오롯이 담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사립유치원이 간곡한 호소와 더불어 주장해 온 시설사용료를 포함하여 개인이 사유재산을 통해 유아교육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것을 인정받을 입법적 명분은 더욱 무르익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학부모의 재정부담을 줄여준다는 목적으로 누리과정 지원금이라는 행정편의적 정책을 기화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제재를 가하였고, 부당한 비난 및 매도 속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까지 이루어졌으니, 사립유치원으로서는 이제야말로 국가에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요구할 여지도 커진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유치원 3법 개정은 교육의 공공성을 이유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광범위 하게 이루어진 정점이라는 점에서 사립유치원은 우리나라 교육체계의 근본이자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의 가치를 포기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공립유치원 확대, 공공형·매입형유치원 등 유아교육의 획일화 및 국가 주도가 이어지는 것은 실질적으로 유치원 3법 개정보다 근원적이고 중차대한 문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립유치원은 유치원 3법 개정을 강력한 예방 주사로 삼아, 사립유치원의 뿌리를 뒤흔들 독감을 예방해 나가야 합니다.

사립유치원은 이제 보다 강화된 규제 및 처벌을 전제한 법령의 적용을 받습니다. 악법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의도적 회피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미시적으로는 회계부정 등 불법을 지양하되 제재 및 처벌의 대상이 될 경우 적극적인 법률 대응을 하고, 거시적으로는 사립유치원이 지켜 온 다양성과 자율성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경제학자임에도 교육 문제에 깊은 식견을 지닌 프랑스 출신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위기의 시기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지난 2년간 사립유치원은 위기의 시기였습니다. 사립유치원의 위기에서 송사(訟事) 등 법적 대응을 해 온 경험으로 판단컨대, 이제는 사립유치원을 위한 시기도 다가올 것으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