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지원금 2조원' = '학부모 지원금'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위정자들. 왼쪽부터 유은혜 장관, 박용진 의원.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위정자들. 왼쪽부터 유은혜 장관, 박용진 의원.

지원하지도 않는 돈으로 '세금도둑' 누명 씌워
비난과 선동의 시대...억울한 민간의 유아교육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그 두번째 이야기>

당초 사립유치원이 여론의 비난에 휩싸이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정부로부터 연 2조원(대부분 누리과정비)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으면서, 그러한 정부 세금을 마음대로 유용 횡령하고 있다는 비난 때문이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당정은 그렇게 주장했다. 전국의 사립유치원이 한 순간에 국민의 세금을 떼먹는 '생활적폐'로 내몰린 순간이었다.  

당시 유 장관은 국회 발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반복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유 장관은 지난 2018년 11월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가의 예산이 세금이 2조 가까이 사립유치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최근에 비리유치원이라고 문제가 된 것이 국고가 지원이 되는데, 그 회계가 전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교육목적으로만 사용되게 돼 있는 예산이 부적정하게 사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그래서 국민의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계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시스템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에듀파인의 민간유치원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해 10월 YTN 언론 인터뷰에서도 유 장관은 "국고가 누리과정을 통해서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유치원으로 지원되고 있다"며 주장을 반복했다. 

박용진 의원은 한술 더 떠 아예 사립유치원을 '세금도둑' 취급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연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고, 사립유치원이 혈세를 훔쳐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애매하게 엮어서 "사립유치원이 아예 작정을 하고 세금을 훔쳐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그렇게 마치 정부가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주는 것처럼 몰아가며, 민간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처럼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을 비롯해 '유치원3법'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 '2조원 지원금'은 실제 학부모에게 주는 돈...정부 도움 없이 운영하는 민간 유치원

그러나 2조원 가까운 누리과정 지원금은 실제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한 지원금이 아니다. 유치원 재정지원과는 상관이 없는 사립 원아 학부모에 지급되는 유아교육경비다. 

사실상 무상으로 국공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와의 형평성을 어느 정도 맞추고, 우리나라 유아교육법에서 추구하고 있는 무상유아교육의 실현을 위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학부모에게는 누리과정을 명목으로 교육경비(월22만원, 종일반 29만원(올해부터 2만원 인상))을 주고,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는 아동양육수당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당정은 사립유치원에 2조원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교육부 실무관계자는 '2조원 지원금'이 사립유치원 지원금인지, 원아 학부모에 주는 지원금인지 분명히 해 달라는 질문에 "누리과정비로 지원되는 학부모 지원금"이라는 것을 확인해줬다.  

누리과정비가 사립유치원 지원금이 아닌 이유는, 학부모가 정부 지자체가 주는 교복지원금으로 교복매장에서 교복을 샀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으로 교복가게를 지원하는 것은 아닌 이유와 같다. 교복비 지원은 학부모를 지원하는 돈이다. 

사립유치원의 원비는 누리과정비 지원이 시작된 2013년 이전이나 지금도 월 5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다.  

◇ 비난과 선동의 정치기술로 위정자들이 감춘 진실

누리과정비가 마치 사립유치원 재정지원금인 것처럼 오해를 받게 된 것은, 정부가 유아교육경비는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기한 유아교육법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관리상의 이유로 유치원 계좌에 학부모지원 경비를 편법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조원 가운데 1조6000억 누리과정비를 제외한 나머지 교사 기본급보조금(2500억)이나 학급운영비(800억) 등도 국가가 사립유치원 원비를 국공립유치원 원비(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교육비용) 절반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해 원비 인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따른 보상 성격으로 주는 돈이니 사립유치원 지원금이라고 할 수 없다.

진실이 그렇지만 박용진 의원은 물론이고 유은혜 교육부 장관마저도 학부모 언급 없이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연 2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가며 마치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진실을 오인케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