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유택 박생규 변호사

박생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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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toléance)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용인하는 것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의 의견이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지만 그대로 용인하는 것, 의도적인 용인(필립 사시에(Philippe Sassier)의 ‘왜 똘레랑스인가(Pourquoi la tolerance)’ 중에서 인용)을 뜻하는 것으로 본질적으로는 차이에 대한 존중이나 서로 다른 가치, 믿음, 생각을 가진 개인 및 집단들 사이의 평화적 공존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똘레랑스의 필요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소수의견이나 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다수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다수를 이용한 전제주의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가의 정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어떤 제도를 만들 때 집단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제도를 운영하거나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법률을 문언대로만 적용하는 경우 개인이 국가에 대하여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에서 똘레랑스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부정책은 규제나 지원 중 한 가지만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짙습니다. 교육분야의 경우 특히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 10월 한 국회의원의 감사결과 공개로부터 시작된 규제의 물결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규제와 국·공립 유치원의 확대로 이어졌으며, 사립유치원이나 사립유치원과 관련된 기관에 대한 제재 및 고발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한국유치원 총연합회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법인설립 취소 처분을 내리기까지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을 반영하여 국회에서는 2019년 1월 사립유치원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고,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국·공립과 동일하게 하기 위한‘유치원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같은 해 1월 29일 공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들여 교육에 종사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인 재산권이나 반대급부도 인정받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도리어 교육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일정 부분에 기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언론은 공공기관처럼 간주하며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국·공립 유치원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 국가의 정책은 미래 발전에 역점 둬야

그러나 국가의 정책은 과거의 행위에 대한 제재보다는 미래의 발전이나 개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은 교육정책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2016년 베트남 정부가 포모사에 의하여 발생한 해양재난에 대한 대응과 비교할 때, 규제와 공교육 확산에 방점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사립유치원의 특수성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으며 사립교육의 자율성마저 저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으로, 포모사 사건에서 베트남 정부가 처벌이나 규제보다는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해양재난에 대한 여러 가지 개선책을 마련하고 차제에 회사들이 환경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것과 더욱 대비가 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부가 수행하는 정책에는 규제가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어떤 경우에는 지원이나 계도가 우선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코로나 사태와 같은 전염병의 경우 지원에 우선하여 병증의 확산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제조치가 선행되어야 하는 반면 교육 정책의 경우 규제보다는 지도·감독이나 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정책은 이와 같은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하여 어떠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어 조바심이 듭니다. 

정책이란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입안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질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정책의 대상자들에 대한 처벌이 많다는 것은 도리어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여지조차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비싼 열발생 측정장치의 확보는 빠르게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측정장치를 통해 감염을 막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철도 등 공중이 사용하는 시설에 설치된 열발생 측정장치를 통하여 열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고 측정장치의 옆에 앉아서 자신의 핸드폰을 보는 일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며 세간에 빈축을 사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정책을 만든 후 만들어진 정책이 잘 수행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하나의 작은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립유치원 사태가 발생한 배경도 이와 같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정부의 무관심이 관계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2012년 정부는 학부모의 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아래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누리과정 지원이라는 이유로 지원금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는 학부모를 위한 것이지만 행정적인 편의를 이유로 개개 유치원에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교육청은 지원금을 준 것으로 자신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실제 모니터링을 한다든가 지원금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적법하다든가 하는 교육이나 지도 등에 대하여 일체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실제 이에 대하여 감사가 시작된 2016년이 되기까지 감독관청은 유치원에 대하여 매년 지도·점검을 할 수 있었고, 지도·점검을 하였음에도 누리과정 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는 지도나 교육은 전무하였습니다. 

■ 사립유치원 감사 ‘똘레랑스’ 찾아볼 수 없어

그 후 갑작스레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감사라는 것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을 살펴보면 감사관들은 마치 그리이스 신화에서 나오는 프로크루테스와 같이 침대를 만들어 놓고 침대보다 작은 경우 사람을 잡아 늘이고, 침대보다 큰 사람은 잘라버리는 것과 다름없이 자신들이 정한 지침에 따라 아무런 실질에 대한 고려도 없이 적발을 위한 적발을 하였고, 이와 같은 방식의 감사로 인하여 대부분의 유치원이 지적을 받았고, 일부는 행정적인 제재와 고발을 당하기까지 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똘레랑스의 흔적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감사과정에서 비리라고 일컫는 지적사항을 보면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국가 회계와 같이 관·항·목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원칙하에 교재비를 급식비로 사용한 경우에도 이를 회계 부적정이라는 식으로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국·공립유치원과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면에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유치원과는 다르게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2015년부터 유치원의 원비는 유아교육법 제25조에 의하여 물가상승률에 매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상승하여 재정적으로는 계속적으로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사립유치원은 국·공립 유치원처럼 회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할 수는 없기에 대부분 원장이 유치원의 회계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감사과정에서 이 같은 원칙을 위한 원칙을 고수하였습니다.

교육에 대한 감독관청이 실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 같은 지난 감사과정에서 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개정안에서 유치원의 회계 관리자에 대하여 수입과 지출을 담당하는 사람을 따로 둘 것을 규정한 내용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공립유치원이야 국가세금을 늘려서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겠지만,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사립유치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실정의 법령으로 실질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행정행위의 원칙 중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동안 관행처럼 유지되어 온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이를 믿고 따르는 것을 인정하여 관행을 바꾸는 경우 유예기간을 허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준다는 것이 단지 어떤 제도를 들이는 과정을 연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유예기간 중 바뀌는 제도를 따를 수 있도록 계속적인 지도편달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교육청은 사립유치원에 대하여 제도를 따를 수 있는 지도나 감독은 소홀히 하고나서 실질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적발만을 위한 감사를 했다는 점이나, 자신들의 감독책임은 회피한 채 언론을 통하여 사립유치원을 폄훼한 채 유치원과 학부모 사이를 벌어지게 만들도록 일조를 하였다는 점이나, 실질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는 원칙만을 위한 원칙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교육정책에서 똘레랑스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