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레지오' 교육 볼 수 있는 곳 

'백문이 불여일접' 자연에서 뛰놀며 배우는 아이들 
아이들이 주역이고 주인공…모든 교육중심은 아동 

상아유치원 아이들의 얼굴은 항상 환하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상아유치원 아이들의 얼굴은 항상 환하다.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유치원 마당에 통학버스가 들어온다. 벌써 부터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집에서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시간도 좋았지만, 유치원은 더 재밌다. 얼굴빛이 환하다. "오늘도 신나게 놀아야 되겠다"는 딱 그 표정이다.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매일 아침 벌어지는 똑 같은 풍경이다. 차에서 내려 뒤도 안보고 뛰어 가는 아이를 보는 엄마들은 좀 서운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다. '아니 유치원이 그렇게 좋나?' 그러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기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잘 놀고, 잘 배우면서 행복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덩달아 부모들도 마음이 좋고 안심이 된다. 유아기 때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지 부모교육 길잡이도 돼 준다. 한국의 '레지오 유치원'이라 불리는 곳. 전주 상아유치원이 그 주인공이다. 

상아유치원 아이들이 음료수 캔으로 만든 자전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었다.
상아유치원 아이들이 음료수 캔으로 만든 자전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었다.

◇"놀면서 배운다"...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을 보다 

전주 중심지에서 벗어나 자연을 바로 접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상아유치원(원장 최송림)은 1982년 설립됐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상아'는 '아동을 존중한다'라는 의미다. 유치원의 설립 이념이 담겨있다. '상아'라는 이름답게 이곳 유치원은 철저히 아동중심의 교육을 하고 있다. 

상아유치원에 대한 주변의 인식은 아이들 이 행복한 유치원으로 통한다. 특히, 이곳이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영유아를 위한 최고의 교육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식 교육 때문이다. 

그냥 겉으로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수 십년에 걸친 노력이 쌓여 내용이 꽉 찬 제대로 된 레지오 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상아유치원의 교육을 따라가다 보면 우선 아이들을 잘 놀린다. 유치원 마당 모래놀이터에서도 놀고 가까운 숲이나 냇가도 자주 간다. 꽃이 피면 꽃구경 가고 얼음이 얼면 또 얼음을 가지고 논다. 곤충을 볼 때면 시간 가는줄 모르게 지켜본다.

아이들끼리 음료수 캔으로 뭘 뚝딱뚝딱 만들기도 하고 그림도 자주 그린다. 선생님들은 마치 아이들 놀이의 충실한 보조자로 보인다. 유치원에 있는 시간,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주역이다. 모든 것이 아이들 중심이다.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유치원 카페에 올라오는 아이들 모습이 담긴 교육 자료를 보면 상아유치원 아이들이 한 주간 사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접했는지, 자신의 경험을 그린 그림을 선생님한테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놀이를 통한 프로젝트로 무엇을 이뤄냈는지 볼 수 있다. 그냥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유치원 교육이 이렇게 체계적이라니, 놀라운 반전이다. 

한 아빠의 이야기다. "애들이 이렇게 노는 것을 보니까, 머리가 안 좋아질래야 안좋아 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곳 유치원생들은 졸업식도 직접 준비하고 진행한다.
이곳 유치원생들은 졸업식도 직접 준비하고 진행한다.

◇철저한 아동 중심 교육...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 

세상을 바로 인식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기른다.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과 사고를 넓혀 간다. 그 모든 것의 중심은 아동이다. 스스로 놀면서 배운다. 바로 상아유치원이 지향하는 '레지오' 교육이다. 

연세대학교 아동학과를 졸업한 최송림 원장은 유치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유치원과 교사의 역할이 그냥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이었다. 

방향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1990년대 초반부터 레지오 교육의 출발지인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마을을 여러 번 찾아가 직접 눈으로 경험했다. 2년마다 한번씩 그곳을 찾았다. 

최 원장은 처음 레지오 에밀리아의 유치원 교육을 접했을 때의 경험을 "충격이었다"고 했다. 

우선 유치원이 밝고 환했다. 최 원장의 표현에 따르면 '심미적'이었다. '빛'이 중요했다. 한 반의 인원도 우리나라 1990년대 유치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무엇보다 철저하게 아동 중심의 교육이었다. 또 유아기 뇌과학 발달 연구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중요하다고 되새기게 됐다. 

상아유치원의 본격적인 변화는 그때부터였다. 상아유치원은 3개동 건물은 지금도 모두 단층이다. 저마다 크고 넓은 창문이 곳곳에 달려 있어 빛이 환하게 들어온다. 내부를 칸칸이 막고 있는 답답한 벽은 모두 허물었다. 밖에서 놀때나, 교실 안에 있을 때나, 이곳에서 아이들은 답답하지 않다. 

한 반의 인원도 줄였다. 상아유치원은 만3세반은 14~15명, 만4세는 15~16명, 가장 많은 반의 인원도 18명에 불과하다. 특히 교사의 역할이 중요했다. 상아유치원의 교사는 교육교사와 지원교사가 따로 있다. 

청소와 차량, 행정 등 업무를 맡는 지원교사를 어린 반에는 두 명씩, 학년별로는 1명씩 두고 교육 교사들이 다른 일 신경 안 쓰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상아유치원의 교육은 아이들을 스스로 잘 놀리면서도 세상살이를 할 수 있게 제대로 키우는 교육이다. 아동이 주연이고 중심이다. 그러나 유치원 선생님들이 길잡이가 돼 주지 못 한다면, 산만한 방임 돌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교육청 장학사들도 벤치마킹하는 상아유치원의 레지오 교육 주역은 사실 이 유치원의 선생님들이기도 하다. 

상아유치원생들은 자연에서 노는 시간이 많다. 상아유치원에서 자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상아유치원생들은 자연에서 뛰노는 시간이 많다. 상아유치원에서 자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유치원에서의 3년, 부모도 함께 성장 

상아유치원의 교육은 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유아교육은 유치원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가정 내에서도 일관성을 갖고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아유치원이 강조하는 것이 부모교육이다. 상아유치원은 유치원 카페에 아이들이 학습활동을 알리고 유치원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부모들과 소통한다. 또 틈나는 대로 부모 회의를 통해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학습활동 보고를 하고, 해피홈(H-H) 교육을 통해 유아의 발달 단계에 따른 학습법을 알려준다. 아버지를 위한 H-H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진행하는데 관심과 참여율이 높다. 

상아유치원은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도 유아교육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유아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된다는 것이다.

평소 아이들을 대할 때 말과 행동은 어떻게 하고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복잡하고 대단 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큰 줄기만 알면 된다. 상아유치원의 부모교육은 바로 그러한 방법을 공유하고 알려준다. 

상아유치원에서의 3년, 그저 재밌게 잘 노는 줄만 알았는데 아이는 어느덧 부쩍 컸다. 그 시간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

상아유치원의 '레지오 교육'을 설명하자면 1만 개의 단어로도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요약하자면 아이를 자신 인생의 주인공으로 키우려는 관심과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