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놀이로 관계를 맺고 자신을 표현"

유아는 또래와의 '놀이'로 스스로 성장...'놀이환경' 잘 갖추는 것이 원장의 역할
'놀이'가 '교육'이 되려면 교사 역할 중요...교사는 훌륭한 조력자이자 '놀이멘토' 돼야

새소리유치원 아이들은 즐겁다. 제대로된 놀이교육은 유아의 올바른 성장을 이끈다.

"엄마는 왜 이렇게 똑똑해? 이렇게 재밌는 유치원 어떻게 찾아냈어?"

새로 다니는 유치원에 몇 일 다니던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서 얼굴 환하게 엄마에게 묻는다. 아주 신이 나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조잘조잘 오늘 하루 누구하고 어떻게 놀았는지 한참을 얘기하더니 주말에는 왜 유치원 못가냐고 아쉬운 투정도 부린다.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보내는 하루는 매일매일 이렇게 즐거울 수 없다. 유치원은 친구들과 어울려 수백 가지 놀잇감을 가지고 종일 재밌는 놀이를 하는 곳이다. 동화책 주인공도 되보고, 노래도 부르고, 내 맘대로 악기 연주도 하고 막춤도 춘다.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남 눈치 보느라 주눅 든 아이도 없다. 유치원에서의 하루는 매일 새롭다. 벌써 3년을 다닌 아이들도 마찬가지.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매일 새로운 놀이를 찾아내며 오늘 하루도 '꿀잼'이다.  

정작 신기한 것은 부모다. 유치원에서 매일 신나게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아이의 말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개념'이 튀어 나오고, 표현력이 늘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노는 법을 알게 됐고, 자신감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아이가 이전보다 더 밝고 환해졌다. 매사 긴장하고 서툴렀던 아이도, 문제 행동을 보였던 아이도 밝아졌다. '치유'된 것이다. 이대로 잘 크면 친절하고 마음 건강한 아름다운 어른이 될 것이 눈에 보인다. 흐뭇하다. 유치원에서 보낸 3년, 정작 똑똑해지고 의젓해진 것은 매일 신나게 놀았던 아이였다. 

새소리유치원은 아이들에겐 마치 '놀이뷔페'와 같다. 아이들은 다양하게 꾸며진 놀이영역을 자신이 선택한다. 

◇ '놀이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새소리유치원(원장 이현란)은 유치원 '놀이교육'의 롤모델 같은 곳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이곳의 놀이교육을 소개했을 만큼 유명하다. 

이곳 아이들은 유치원에 올 때마다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하고 놀까 생각에 매일 새롭고 신이 난다. 어제와 같은 반복되는 일상은 없다. 

새소리유치원의 교실을 보면 아이들에게는 마치 잘 차려진 '놀이뷔페' 같다. 교실 안 각 놀이영역이 수없이 다양하게 세팅돼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면 마치 산해진미 가득한 뷔페식당에라도 온 듯 스스로 맘에 드는 놀이영역을 찾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한쪽에서 쌓기 놀이를 하고, 빛이 나오는 라이트테이블에서 비즈모형을 올려놓고 노는 아이들도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블록놀이를 하고, 또 다른 아이들은 그림을 그린다. 모래놀이를 하는 무리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나 이거 해도 돼요?"라고 묻지 않는다. 이곳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아가는 '자기주도 놀이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물론 규칙도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한쪽 놀이영역에 아이들이 먼저 꽉 차 있어 끼어들 틈이 없으면 나도 함께 놀겠다고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 기다리는 법도 배운다.    

심미적인 환경도 중요하다.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새소리유치원은 아름답고 따뜻한 느낌이다. 천정에는 아름다운 등이 달려있고 벽지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이다. 아이들 놀이 탁자도 저마다 모양이 다르다. S모양 테이블도 눈에 보이고 바닥에서 빛을 비추는 라이트테이블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수 백 가지 놀이교구 매체는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모래놀이에 사용하는 피규어만 해도 어림잡아 종류가 백여 개가 넘는다.      

새소리유치원 이현란 원장은 "'놀이환경'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년을 다니는 아이들이 맨날 똑같은 블록, 똑같은 놀이만 하다보면 유치원은 지루한 곳이 된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항상 새롭게 다양한 놀이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은 다양한 놀이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유치원 원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2시간씩은 해외놀이교육 정보, 흐름을 알아보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교구와 매체를 고민하고 알아보는 것이 하루 일과다. 
  

놀이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 교사는 아이들 놀이의 훌륭한 조력자

새소리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 놀이의 훌륭한 조력자인 동시에, 스캐폴딩을 해주는 능력 있는 '놀이멘토'다. 그래서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놀이교육'이 된다. 

교사들은 우선 놀이교육의 목표를 정확히 인지해야 하며, 아이들 놀이활동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해석'을 해 준다. 

예를 들어 어떤 유아가 블록으로 집을 만들면, "너는 집을 만들었구나~"라고 아이의 놀이활동을 읽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너가 만든 집에는 빨강, 주황, 빨강, 주황 '패턴'이 있네?, '대칭'으로 지었네"라고 '패턴'과 '대칭'이라는 개념을 알려준다. 

언어 소통 능력이 부족한 아이에게는 놀이 속에서 대화능력을 키울 수 있는 질문과 해석을 해 준다. 그렇게 아이들은 놀이교육을 통해 언어가 늘고 수와 개념, 인지능력 등을 키워가는 것이다. 

이곳 교사들이 또 가장 신경쓰는 것이 '관계맺기'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관찰하며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돼 준다. 교사와 아이들의 관계맺기도 중하다. 아이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아이들이 은연중에 선생님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들을 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선생님을 신뢰한다.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감정코칭 교수를 초빙해 전문 연수를 받고 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읽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또래와 관계를 맺고 마음을 표현하다. 

◇ 놀이교육의 가장 큰 목표는 '치유'

새소리유치원 놀이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는 '관계맺기'를 통한 '치유'다. 아이들은 놀이교육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치유한다. 

새소리유치원 유아들은 모든 놀이의 주인공이 돼 자신의 감정과 생각,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다. 극놀이를 할 때면 동화책 주인공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다. "니가 만약 동화책 빨간 모자 주인공이라면 어떤 마음이겠니?"라는 선생님 물음에 따라 스스로 동화속 주인공이 돼 정해진 대본 없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아이들 앞에서 표현하는 식이다. 그림을 그릴 때도 정해진 틀에 따라 잘 그리고 못 그리는 아이는 없다. 미술 시간은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는 시간이다. 

음악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면 몇몇 무리 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춘다. '삑삑 빽빽' 소리 내는 친구들 음악에 맞춰 추는 막춤이 그렇게나 신나고 즐거울 수 없다.  

모든 놀이교육에서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못하고 틀렸고 맞고 하는 규칙이나 평가가 없으니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긴장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모두가 스스로 주인공일 뿐이다.  

아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친구들과의 관계맺기다. 아이들은 따로 혼자 놀지 않는다. 혼자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안다.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는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이들은 그렇게 놀이교육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선생님과 관계를 맺고 자신을 표현하면서 저마다의 크고 작은 문제를 치유한다. 남들과 잘 어울리며 밝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년기 토대를 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