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돈 안 드는 국공립보다 사립 선호하는 이유
기관이 운영하는 유치원은 따라올 수 없는 민간의 정성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우리 민간이 스스로 진 책무
맞벌이 부부에게는 든든한 후원자, 사회를 지탱하는 힘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유치원으로 전환 운영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학부모 부담금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런데 환영할 줄로만 알았던 학부모들의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다. 매입형 유치원 곳곳에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학부모들의 불안은 민간의 유치원이 국공립으로 전환되면, 종전처럼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 교육시간 이후에도 원생들을 내 자식처럼 돌보는 우리 민간 사립유치원의 정성은 유별나다. 먹이는 것 하나부터 긴 오후시간 아이들이 지루할 틈 없이 유치원 저마다 특색 있는 종일 돌봄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아이 사랑이 각별한 국민정서 탓도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립유치원은 국공립과는 아이들을 돌보는 마음가짐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국공립유치원에선 꺼리고 엄두도 못내는 종일반 돌봄이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의무이자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책임이 됐다.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일하기 어느 정도는 편한 세상이 됐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는 사회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많은 엄마들이 경력을 포기하거나 일을 접는 것을 당연시 했다. 

이제 그들에게 사립유치원의 아이 돌봄은 든든한 힘이다. 일하는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 민간의 유치원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다. 

부산진구 금란유치원은 유치원 종일돌봄을 처음 시작한 1세대 유치원이다. 민간유치원의 방과후 돌봄 시스템은 특히 맞벌이 부부들의 큰 힘이 되고 있다.
부산진구 금란유치원은 유치원 종일돌봄을 처음 시작한 1세대 유치원이다. 민간유치원의 방과후 돌봄 시스템은 특히 맞벌이 부부들의 큰 힘이 되고 있다.

◇ 세계가 부러워하는 유치원 종일 돌봄, 민간 유치원이 만들었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유치원을 나올 때 아이 표정만 보면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딱 알 수 있다. 특히 일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안심이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사립유치원만한 곳이 없다. 많은 엄마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제는 졸업을 했지만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냈던 어느 워킹맘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됐지만,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 민간 사립유치원의 정성어린 '종일 돌봄(방과후돌봄)' 시스템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부산광역시 진구에 위치한 금란유치원(원장 김재남)은 우리나라 사립유치원 방과후 종일돌봄의 시작과 같은 곳이다. 

1989년 개원한 이곳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방과후 종일돌봄 서비스를 시행했다. 당시 교육부 지정 종일반 운영 시범 유치원으로 지정, 개념도 생소하던 유치원 '종일반' 운영을 전국에 알렸다. 

전국에서 제일 처음 종일반 운영을 하게 되니까 관심도 많이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와 장학관의 방문이 이어졌다. 1999년에는 종일반 운영 지역거점 유치원으로 다시 지정되면서, 유치원 종일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다른 유치원의 관심도 집중됐다. 

다른 무엇보다 온 종일 아이들을 돌보는 금란유치원의 등장은 학부모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하는 시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태권도 학원에서, 미술학원에서 아이들 밥을 먹이게 하고 시간을 보내게 하던 시절. 마음 놓고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보살피는 유치원이 생겼다니 부모들의 반가움은 컸다. 

31년 역사 금란유치원은 지금도 종일반 원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현재 정원 220명 중 150명 정도가 방과후 종일돌봄을 받는 원생들이다. 

금란유치원의 자랑은 종일반뿐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신뢰가 크다. 

코로나19 재난에 따른 장기 휴업으로 유치원 원생들의 퇴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금란유치원은 원생들의 변동이 크게 없다. 

코로나로 집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는 사회분위기지만, 금란유치원에는 긴급돌봄을 신청한 아이들이 50여 명이나 된다. 이곳 유치원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정성껏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민간유치원의 마음가짐이다. 안 그러면 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이유가 없다." 금란유치원 김재남 원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정성껏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 민간유치원의 마음가짐이다. 안 그러면 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낼 이유가 없다." 금란유치원 김재남 원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 "아이들 밥은 직접 해서 꼭 챙겨 먹여라"...엄마들한테 잔소리하는 원장님

"민간의 사립유치원은 아이들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다. 안 그러면 엄마들이 돈 안 드는 국공립유치원 보내지 왜 사립 보내겠느냐? 내 자식보다 정성으로 아이들을 키워라."

금란유치원 김재남 원장이 교사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공사립 중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던 김 원장은 51살에 유치원 운영을 시작했다. 

금란유치원을 개원한지 벌써 31년이 지났으니 나이가 팔순을 넘겼다. 그런데도 김 원장은 여전히 마음 단단하고 정정하고 깐깐하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키워내는 일. 

유치원 학부모에게도 잔소리를 곧잘 한다. "아이들 아침밥 잘 챙기고 집에서 꼭 해 먹여라." 학부모들 귀에 못이 박히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유치원에 갈 때마다 잔소리처럼 이 소리를 듣는 엄마들은 속으로 뜨끔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심 마음 든든하다. 마치 친정 엄마처럼, 젊은 엄마들에게는 마치 친정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생각하는 원장님의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재남 원장은 금란유치원과 학부모들을 잇는 가장 큰 유대감이다. 애들 아침밥 잘 챙겨 먹이라고 가끔 혼(?)은 나지만, 마치 친정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 더구나 하루 종일 아이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곳 유치원만큼 믿을 수 있는 곳은 없다. 

금란유치원으로 대변되는 민간 사립유치원의 힘. 김 원장의 말이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것은 국공립보다는 사립이 훨씬 맞다. 엄마들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사립에 아이들을 보낼 이유가 없다. 민간의 유치원은 내 새끼들보다 아이들한테 더 잘해야 한다. 그런게 사립유치원의 마음가짐이다."

모종 심고, 물 주고. 금란유치원 아이들은 모두 훌륭한 농부다.
모종 심고, 물 주고. 금란유치원 아이들은 모두 훌륭한 농부다.

◇ 건강하게 바른 인성으로...금란유치원은 아이들을 키운다

금란유치원이 강조하는 세 가지는 아이들의 건강과 바른 인성, 올바른 기본생활습관 기르기다. 

엄마들에게 강조하는 것처럼 금란유치원은 아이들의 식단에 많은 신경을 쓴다. 건강 식단을 짜서 때마다 제철 반찬을 만들고, 아이들 입맛에 맞는 조리를 중시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먹는 양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이 먹는다. 입맛에 맞아야 많이 먹을 수 있다. 

몸으로 노는 활동도 중요하다. 금란유치원 아이들은 놀이 활동을 많이 한다. 미세먼지가 많이 날 경우 실내놀이터에서 놀고, 근처 공원이나 숲으로 야외 활동을 많이 간다. 옥상에서는 아이들이 채소를 키운다. 원장 선생님 지도 아래 이곳 유치원 아이들은 직접 모종 심고 물을 주며 모두 훌륭한 농부다.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예절교육은 김 원장이 직접 대강당에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일주일에 한번 씩 진행한다. 인사예절이나 행동예절 같은 것을 알려준다. 원장님은 아이들 눈에도 큰 어른이다. 원장님이 직접 진행하는 예절교육은 아이들이 말도 잘 듣고 집중력도 높다. 원장님 격려와 칭찬 한 마디는 아이들에게 큰 자랑이고 힘이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김 원장은 어린 시절의 인성교육은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을 돕는 귀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독서교육은 금란유치원의 특화된 교육이다. 유아들이 항상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유치원에 들어서면 책장부터 눈에 보인다. 곳곳에 책이 진열돼 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학부모들도 적극 돕는다. 원생들이 저마다 책을 한 권 선정하면, 학부모들이 책 도우미로 나서 반 친구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친구 엄마가 읽어주는 책은 아이들에게도 흥미롭다.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고 때의 아이들은 항상 똑같다.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을 시기. 건강하고 즐겁게, 바르고 사려 깊게, 아이들의 토대를 다지는 것. 금란유치원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