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에게 닫혀 있는 문, 활짝 열어라!
유아들에게 닫혀 있는 문, 활짝 열어라!
  • 홍인기
  • 승인 2020.05.28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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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중심 교육'에 일찍 눈 뜬 민간의 유치원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항상 궁금해 하는 교사는 아이의 훌륭한 동반자
유치원에서의 하루가 가장 즐거운 아이들.
유치원에서의 하루가 가장 즐거운 아이들.

'유아중심 교육', 혹은 '유아가 주인공인 교육'

어린 자녀를 뒀거나 유아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소리다. 또 누구나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강조하는 유아교육 방향이기도 하다. '놀이교육' 중심의 누리과정 개편으로 용어는 달리하지만, 유아중심 교육과 그 방향이 일치한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한다면 그보다 어렵고, 애매하고, 모호한 교육이 없다. 하고는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너무도 중요하지만 너무나 어려운 것이 바로 '유아중심' 교육이다.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국공립보다 운영이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인 우리 민간의 유치원은 국가가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이전부터 그러한 교육에 일찌감치 눈을 뜬 곳이 많다. 

대구광역시 북구 동천동에 위치한 한림유치원(원장 조수경)은 바로 그러한 유아중심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모든 과정이 철저히 아동 중심이다. 유아중심 교육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이곳의 교육활동을 보면 된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관심을 가지시라 권해 드린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선생님들만 잘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정말로 가치 있는 유아교육을 위해서는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유치원과 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키워야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당당하고 올바르게,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키울 수 있다. 이것이 '유아중심' 한림유치원의 교육 철학이다. 

한림유치원의 교육은 '유아중심'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따른다.
한림유치원의 교육은 '유아중심'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따른다.

◇ "유아들에게는 닫혀 있는 문...어른들아, 활짝 열어라!"

담쟁이 넝쿨이 건물 외벽을 무성히 감싸고 있는 한림유치원은 여름에는 초록빛, 가을에는 단풍빛으로 물든다. 밖에서 바라만 봐도 맘이 편안해지고 싱그럽다. 2000년에 개원했으니 벌써 20년 역사를 자랑한다.  

한림유치원의 교육은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따른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마을에서 출발한 이 교육은 모든 과정이 유아를 중심에 놓고 접근한다. 개원 당시부터 한림유치원의 교육 철학도 그래 왔다. 

유아가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어떤 일에 직접 참여해서 결과를 내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고 논리 있게 표현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 다른 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유치원에서의 모든 교육을 통해 아이는 올바른 성장을 위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유치원 내에서의 교육은 그렇다 해도, 부모는 어떻게 협조를 해야 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조수경 원장의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연수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의미는 명확하다. 

우리는 아직 유아들이 소외되고 제약을 받는다. "어려서 안 돼, 시끄러워서 안 돼, 예의가 없어서 안 돼", 온통 안 된다는 소리다. 공연문화만 보더라도 7세 미만은 입장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에밀리아의 유치원 어린이들은 극장 공연 무대의 막을 직접 제작하며 스태프로 참여한다. 누가 시켜서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라 주도적이고 자발적 참여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언제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준다. 

자신들이 만든 무대 소품이 공연과 잘 어울리는지 가슴 두근두근 지켜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경험인가. 매사가 그렇다. 유아들이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희망한다면 어른들은 그에 맞춰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그야말로 지역사회가 함께 키우는 유아중심 교육의 모습이다. 

유치원 개원에 앞서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로 건너갔던 조수경 원장은 당시의 경험에 대해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인간 중심적이고, 너무나 유아 중심적인 교육의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됐다"며 "부모들이 유아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지역사회가 협력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한림유치원은 그러한 유아중심 교육을 위해 유치원 내에서는 물론이고, 외부의 환경과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줄곧 노력해 왔다. 

아이들이 지역사회의 행사라든지, 환경보호 활동 등에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공문을 발송하고, 부모들과도 틈나는 대로 소통한다. 우선 어른들이 생각이 변해야 온전한 유아중심 교육이 가능하다. 지난 20년 간 그렇게 조금씩 물꼬를 터왔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유아들에게 문이 많이 닫혀 있다는 것이 조 원장의 안타까움이다. 

한림유치원은 소통하는 아이들을 키워낸다.
한림유치원은 소통하는 아이들을 키워낸다.

◇ 토론하는 아이들 키워내는 유치원...'소통하는 리더'로 진학

한림유치원의 레지오 교육 특징은 어느 한 가지라고 특정할 수 없다. 원아 교육에 대한 모든 접근법이 '유아중심'이다. 그 결과물로 주목할 만한 것은 '토론하는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지켜야할 질서나 기본생활습관을 어겼다면, 그것도 하나의 교육이 된다. 아이들이 모여 스스로 탐색을 하고 토론을 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면 무엇이 문제인가, 앞으로 질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아이들끼리 토론을 해서 결국에는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교사들은 지원자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와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토론에서 내가 말하는 방법,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는 방법, 토론의 규칙 등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습관을 들인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진가를 발휘한다. 내 말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고 합리적으로 전달한다. 어른의 눈에서는 또래 아이들 속에서도 유독 눈여겨보게 되는 빛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한림유치원 조수경 원장은 유치원 주변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자리를 함께 할 때 종종 "원장님 아이들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다른 아이들도 잘 도와주고 특히 토론 시간 때는 리더 역할을 해서 수업하기가 너무 수월하다는 감사 인사다.  

이제 시집 장가갈 나이가 다 된 유치원 졸업생들이 찾아와서 인사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조 원장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한림유치원의 가장 큰 자산은 교사들이다.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훌륭한 지원자이자 동반자다.
한림유치원의 가장 큰 자산은 교사들이다.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훌륭한 지원자이자 동반자다.

◇ 모든 것이 궁금한 유치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훌륭한 동반자

레지오 유아교육 20년 역사 한림유치원의 가장 큰 재산은 바로 교사들이다.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중심' 교육을 위해 아이들의 안내자이자, 조력자이자, 동반자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개념 없이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그냥 노는 것뿐이지만, 교사들이 방향을 일러주면 놀이도 교육이 된다.  

한림유치원 교사들은 우선 관찰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에서 교사들이 교육적인 가치를 발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돌멩이를 가지고 놀면 수 개념을 알려주고, 곤충을 관찰하면 자연과 생명에 대해 생각을 하게끔 도와준다. 아이가 놀며 선생님과 소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놀이는 언어가 되고, 과학이 되고, 미술이 되고, 음악 교육이 된다. 

그리고 궁금증을 많이 가진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행동할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면 아이 개개인을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된다. 단 한명의 아이라도 주변에만 머무르는 일이 없도록,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교사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 조 원장은 "유아를 가르치는 교사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고 했다. 

아이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들의 역할이 큰 만큼, 한림유치원은 교사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교사들은 열정과 노력도 대단하다. 

한림유치원은 교사들이 토론을 해서 연 단위 계획과 행사를 원장에게 자발적으로 제안한다. 유치원 발전기획을 낼 때도 있다. 다른 유치원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교구 하나를 사더라도 교사들이 먼저 써보고 필요한 것들을 구입할 때가 많다. 종종 유치원의 불이 늦게까지 꺼지지 않을 때도 있다.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일부 교사들이 아직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수경 원장은 "아이들을 생각하는 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이 대단하다. 어쩔 때 보면 머릿속에 온통 아이들 생각 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한림유치원의 주인공이자 주체는 바로 선생님들"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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