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한림유치원 조수경 원장 인터뷰

유아중심 교육으로 잘 얄려진 대구 한림유치원 조수경 원장.
유아중심 교육으로 잘 얄려진 대구 한림유치원 조수경 원장.

대구 한림유치원의 유아교육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유아중심의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놀이교육'이라는 명칭으로 국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유아교육의 방향인데, 한림유치원에서는 벌써 개원 이후부터 20년째 그러한 교육의 가치를 실현 하고 있다. 유아중심 교육은 어떤 것일까? 조수경 원장은 "소소한 모든 일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아래>

Q. 한림유치원의 레지오 교육 특징을 설명한다면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유아중심 교육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개별 적용하고 해석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의 하루 모든 일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상의 소소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우는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왔다면, 그 아이가 왜 우는지 궁금해야 하고 교사가 그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 결국에는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인성교육과 연결될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다 모여서 인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론적인 것은 다 있지만, 어떤 특정한 틀은 없다. 교사에게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고, 교사들은 유아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Q. 교사들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이 대단하신데

사립유치원 선생님들이 임용고시를 보지 않았다고 해서 국공립 교원에 비해 자격이나 자질이 부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의 자질은 성적순이 아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순이다.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과 마음이 중요하다. 교사로서 아이를 궁금해 하거나, 사랑하는 마음, 아이를 인정하는 마음, 저 아이가 정말 유능한 잠재력이 있다는 믿음, 그러한 것들이 교사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내가 교사이지만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는 교사, 연구하는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우리 선생님들이 그렇다. 우리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하고 우리들은 동반자"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우리가 아이들보다 모를 때가 더 많다고, 나도 아이들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그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유치원의 주인공은 아이들이지만, 교사들은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매우 훌륭한 조연이자 후견인이고 동반자다. 우리 유치원의 주체다.  

Q. 초등학교 교사들이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 칭찬을 한다는데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초교 선생님들한테 그런 소리를 종종 듣는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토론을 많이 하니까, 학교에 들어가서도 다른 아이들 많이 도와주고 토로회 리더 역할도 굉장히 잘 한다고 그런 말씀을 한다. 

경험이 쌓이면 아이들이 '소통'을 할 줄 안다. 형식적으로 기교적인 발표가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내가 속에 생각하고 있는 고민과 문제, 해결 방법을 끄집어낸다. 

다른 친구들이 말 할 때는 기다릴 줄도 알고, 다른 친구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도 알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10가지가 있어도 그중에서 중요한 것을 추린다. 다른 친구들한테도 말할 기회를 줘야 하니까 배려하는 것이다. 

들어보면 선생님이 수업하기도 편하고 아이들이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는 모양이다. 그럴 때 주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그런 말씀을 하신다. 정말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Q. 지역사회가 함께 키우는 유아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2000년 이곳 유치원을 개원하기 몇 년 전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를 가서 그곳의 유아교육을 경험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관련 논문을 쓰고 연구도 했다. 유치원 교사시절이었는데, 유치원을 열어서 기관 차원에서 그러한 교육을 하고 싶은 꿈을 갖게 됐다. 

레지오 교육 철학의 근본은 유아중심이다. 그런데 유아중심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중심, 지역사회 중심, 결국은 공동체 중심으로 가게 된다.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서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이 다 열려있다. 아이들이 모든 것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협력한다. 

우리 유치원도 그런 환경을 꾸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공원 조성도 하고, 지역 행사나 활동에도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공무원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고 어른들의 협조를 얻는 것이 힘들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문이 닫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 부모님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유아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교육철학도 중요하다. 우선 부모님부터, 다음에는 어른이 바뀌고, 지역사회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문을 활짝 열고 함께 키우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