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57개 사립유치원 폐원, 2년 새 큰 폭으로 증가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하던 우리 민간 유아교육시스템의 위기

지난 5년간 유치원 휴폐원 현황.
지난 5년간 유치원 휴폐원 현황.

우리나라 민간유아교육 110년 역사를 이끌어 온 사립유치원의 위기다. 사립유치원의 폐원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폐원한 사립유치원은 257곳이다. 2015년 68곳의 3.7배가 넘는다.   

초·중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유아교육도 우리 법으로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학부모는 드물다. 

유아교육법 제24조(무상교육 관련) 1항은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無償)으로 실시하되, 무상의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적시했다. 

반면 현실은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무상교육을 받지만,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누리과정비로 최고 종일반 30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민간 연구에 따르면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학비는 114만 원 정도다(2018년 김정호 박사 논문. 김정호 박사=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경제학·법학 박사).

하지만 우리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평균 원비는 55만 원 수준이 불과하다. 누리과정 도입 이후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에도 유아교육경비로 지원하는 누리과정비를 포함한 액수다. 

우리의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정부 기관이 설립한 국공립유치원 반값도 안 되는 경비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맞벌이 학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기까지 종일 아이들을 돌보며, 엄격한 원비인상 제한에도 학부모 편의를 위해 통학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국공립보다 사립 교육경비가 싼 곳. 그러면서도 국공립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은 곳. 다른 여러 선진국과도 비교할 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독특한 민간의 유치원 시스템이다. 

그런데 그러한 우리 사립유치원이 전례 없는 위기다. 민간과 상의 없이 강행한 유치원3법도 문제지만, 일부의 오점을 전체의 문제로 부각시키며 자신의 치적을 챙긴 위정자들의 행태가 시위를 당겼다.  

명예가 땅에 떨어지고 사기가 크게 꺽였다. 더 이상 유치원을 운영할 이유도, 명분도, 의욕도 없다는 것이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하소연이다. 

어쩌면, 10년 후, 예전에는 유치원에서 부모들이 올 때까지 종일반을 운영하고, 통학차량을 운영하며, 온갖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던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 줄 잇는 사립유치원 폐원...2년새 368개 원 폐원

지난해 사립유치원은 257개 원이 폐원을 했다. 유치원 비리 논란이 불거졌던 2018년에도 111개 원이 폐원했다. 2017년 69개 원, 2016년 56개 원, 2015년 68개 원에 비한다면 폐원하는 사립유치원은 지난 2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신설 사립유치원의 동향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5년에는 113개 원이 신설했고, 2016년에는 95개 원이 신설되며, 폐원 사립유치원 수보다 신설 유치원 수가 많았다. 2017년에도 60개 원이 신설되며 폐원 유치원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신설 사립유치원은 48개 원에 불과했다. 2019년 신설 유치원은 15개 원뿐이었다. 우리나라 민간의 유치원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휴원한 사립유치원도 2015년 56개 원, 2016년 55개 원, 2017년 71개 원, 2018년 85개 원, 2019년에는 103개 사립유치원이 휴원했다. 

2019년 현재 남아있는 사립유치원은 3978개 원이다. 2015년 4252개 원, 2016년 4291개 원, 2017년 4282개 원으로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다가, 2018년 4220개 원, 2019년에는 3978개 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반면 공립유치원의 경우 2015년 4675개 원, 2016년 4693개 원, 2017년 4744개 원, 2018년 4798개 원, 2019년 4856개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이 증가할수록, 무상 유아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늘어나지만, 국공립 유아경비가 사립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공립을 늘리는 것보다 사립유치원 학부모 교육경비를 확대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유아 무상교육을 위한 방안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폐원 사립유치원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기지역이다. 66개 원이 폐원했다. 이어 서울에서 57개 원이 폐원을 했고, 인천에서는 24개 원이 폐원을 했다. 다음으로 대구 20개 원, 충북 13개 원, 대전 10개 원 순이었다. 

지역별 휴원한 사립유치원도 경기지역이 24개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주 14개 원, 부산 13개 원, 대구 10개 원, 경북 8개 원, 경남 8개 원 등 순이었다. 

2019년 현재 사립유치원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경기지역으로 1037개 원이 운영 중이다. 이어 서울 594개 원, 부산 306개 원, 경남 269개 원, 대구 244개 원, 경북 237개 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