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학 박사 허태근 칼럼

허태근 박사.
허태근 박사.

대한민국 유치원 역사 100여년 속에서 우리 사립유치원들은 그동안 많은 성장을 이뤄냈고, 학부모의 니즈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유아교육의 토양을 일구어냈습니다. 

많은 설립자와 원장님들께서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에 많은 투자와 기여를 하신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며 특색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검증되지 않는 여러 콘텐츠가 난립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에서 들여온 우수한 교육 콘텐츠라고 전부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또 ‘무슨 프로그램이 좋다’하면 유행병처럼 너도나도 그것을 대입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누리과정이 도입되며 사립의 교육은 공교육처럼 획일화된 교육으로 변모되었습니다. 물론 누리과정이 교육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교육이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에게 맞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모든 아이가 교육을 받을 권리, 일종의 기회의 평등을 주장합니다만, 여기에는 모순이 있습니다. 바로 학부모의 니즈를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다양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원하고 내 아이가 경쟁력을 갖추기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리과정 실시 이후 지난 8년간 사립유치원들은 여러 가지 개성 있는 특성화를 편성하며 그 돌파구를 찾아 힘겨운 운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국가의 유아교육의 간섭과 제도의 감시도 삼엄해져 유아교육 환경은 그야말로 정체와 혼란을 겪었습니다. 또한 교육의 하향평준화라는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누리과정은 ‘유아중심, 놀이중심’으로 변하게 됩니다. 물론 아직 실제로 교육현장에 도입되지 않아 그 실효성에 관해서 ‘좋다. 나쁘다’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도입단계에서의 혼란은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과정이고, 아마도 현장에서 수업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막연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유치원에서 놀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당장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유치원에서 교육적인 요구가 충족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교육기관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요? 

◇ 미래의 유아교육은 

‘4차 산업혁명시대’, ‘초 연결 시대’ 등등 복잡 다양해져가는 시대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경쟁력을 갖추게 될까요? 
여러분 경쟁력은 경쟁 대상이 있어야 갖춰지는 힘입니다. 

예로 들어보자면 유치원에서 하는 줄넘기대회, 동요 대회와 같이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서 절대평가를 해보니 그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평가를 했을 때는 전체적인 수준이 상향 되었던 것과는 반대로 말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와도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보상이 주어졌을 때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며 아예 준비조차 해오지 않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결코 서열화나 일등주의를 부추기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성취의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계속 쌓여야 도전의 의지가 생기고, 창의적인 사고 발달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미래 사회는 지적 수준은 더 높아지고, 빈부격차와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세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대한민국은 오히려 4000만 명 이하로 줄어드는 세계 2위의 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서는 인류가 서로 힘이 되어 공존하는 협력의 가치가 중요해 질것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윤리성도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개인의 욕심이나 잘못된 사용을 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래에서 요구하는 인재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며, 협력을 통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력’ 이 네 가지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의사소통능력은 사람들과의 교류, 대인관계능력이고, 협업능력은 서로 다른 특성을 하나로 잘 융합할 수 있는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은 상대에 대한 비난이 아닌 논리적인 추론으로 올바른 결론을 제시하는 능력, 창의력은 생산된 아이디어의 실행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인성과 창의성교육으로 나가야 된다는 뜻이지요.

그 동안의 수업이 교사가 교육내용을 세분해서 아이들에게 그 내용을 가르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유아교육은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주제를 주면 스스로 겪어보고, 생각하며 깨우치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하는 것이죠. 그리고 교사는 그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보조적인 코치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유치원에서 하고 있는 리더십교육을 좀 소개해 드릴까합니다. 이시대의 리더십이란? 배려, 경청, 권한이양, 용서와 관용 이것에 기초하여 유아 리더십 교육은 인성, 사회관계와 의사소통,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입니다. 

리더십 교육에서의 인성교육은 예절, 질서, 절제, 청결의 네 가지 기본 덕목을 생활화하도록 지도하고 평가를 통해 칭찬과 보상을 해주는 방식으로 교육을 합니다. 또 학부모들과 잦은 소통을 통해서 가정에서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브루타 교육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하부르타의 개념을 도입한 토론 수업과 개개인의 발표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해 아나운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이러한 수업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죠. 또 토론을 통해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창의성 교육 부분은 특히 우리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방법을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흔히 많이 하는 것이 교구와 교재 활동인데, 저는 창의성이 고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자꾸 머리를 쓰면서 개발이 되는 것이죠. 또 아이디어는 번뜩이는 생각이지만 그 생각은 경험의 축적 없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업에도 이러한 부분을 녹여내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희 유치원 졸업생들이 지역 초등학교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종종 듣게 되는데 교육자로서 큰 자긍심입니다.

사립유치원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차별화된 인재육성에 달려 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똑같은 교육을 받는데, 오전에는 돈이 안 드는 공립을 보내고 오후에는 학원을 보내면 된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류에 밀려 사립의 교육적 신념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과정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동일할지라도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에 있어서는 좀 더 전문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개정된 누리 과정으로 사립유치원의 교육 차별화를 두기 좋은 면도 생겨났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시설도 물론 필요하지만 교육 방법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지역과 학부모에게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명문유치원을 다니는 아이가 명문대를 가듯이 사립유치원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립유치원이 살아나기 위해 각 유치원에서 검증된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선정하여 서로 공유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 사립유치원만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

미래의 유아교육은 저출산 여파에 따른 소수정예화, 각 유아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 교육의 고급화를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의 수는 줄지만 한명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적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학부모들의 요구는 다양화되고 세분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이 공교육을 하지만 무언가 맛이 다르다.' 내 아이를 위한 올바른 투자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때문에 학부모와 소통은 물론 교육자로서의 소신과 교육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운영이 잘 되는 유치원을 보면 원장과 교사의 마인드는 긍정적이고, 운영체계도 잘 잡혀 있어 여러 상황에서 대처 또한 빠릅니다. 학부모들에게 전문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립유치원에서는 할 수 없고 어린이집과는 다른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때 사립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며 그 명맥을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에도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길을 꾸준히 고민해 나가야 합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은 인력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소수의 인원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핵심 인재가 더욱 절실해 지는 상황입니다.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이 시기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재의 난’을 겪게 되고, 정부와의 갈등은 많은 인적 자원의 손실을 가져오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 여러분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유아교육에서 역량을 펼쳐주시기를 바라며, 교육의 명분을 바로 세우고 소신 있는 운영으로 다음 세대의 주역을 길러내는 환경을 만드는데 모두가 함께 동참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 역량 있는 교사를 키워야 합니다

유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교사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유치원으로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는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근무환경이었습니다. 유치원은 아직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근무환경을 그대로 가지는 반면에 어린이집은 근무 중 휴게시간, 누리보조, 대체교사 시스템을 통하여 근무환경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요즘 세대가 원하는 워라벨에 발맞춰가는 근무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유치원도 좋은 교사들을 계속 영입하려면 시대에 맞는 근무환경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 시대에 맞는 유아교육을 고민하자  

신안산대학교 이성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유아교육에 대한 일차적 책무는 국가에 있다. 그동안 국가는 스스로가 담당할 수 없었던 유아교육의 상당부분을 사적영역에 의존해왔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이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하고 확대되는 과정에 사립유치원의 지대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국가의 책무를 사립유치원이 대신해 왔다는 사실과 이 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의 자율적 운영을 묵인해왔음을 정부당국은 시인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한 개인들의 헌신에 대한 존중 또한 국가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책무이다. 반면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유아교육의 공공성과 투명성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자신들이 유아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교육자로서의 자존감을 되찾는 명예로운 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사립유치원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 계단 발전을 위한 진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맞는 유아교육을 위해 우리는 이 때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이 시간을 발전된 방향으로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허태근 박사 약력>

정목교육가족 이사장
2019자랑스런한국인대상(한국언론인연합회)
미래 유아리더십 컨텐츠 개발(박사논문)
한국유아포럼자문위원장
이화여대유아교육CEO과정 주임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