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포기 않는 '유능한 아이들'
실패해도 포기 않는 '유능한 아이들'
  • 홍인기
  • 승인 2020.06.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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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할 수 있도록, 뭐든지 될 수 있도록 키운다

<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자유롭고 다양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프로젝트 활동
아이의 유능함 끌어내는 것은 뭐든지 기록하는 선생님

서원유치원의 교육은 아동의 유능함을 발현시키는 교육이다.
서원유치원의 교육은 아동의 유능함을 발현시키는 교육이다.

유아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어렴풋이는 모두가 다 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정확히 그 의미를 알고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때문에 유아시기의 교육은 자칫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의 유아 때의 교육은 초중고교 때의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뭐든지 될 수 있도록, 아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유아시기의 교육이다. 유아시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을 담는 그릇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라 하더라도 유아들의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아동을 마주하는 교육자로서의 철학, 오랜 경험과 관찰, 쉼 없는 연구가 필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서원유치원(설립자 이정자)은 바로 그러한 유아교육이 잘 이뤄지는 곳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소문이 났을 정도로 유명하다. 

국내서는 교육청이 주는 우수교육과정 상을 수차례 받고, 놀이중심 사례교육 교육감상도 벌써 몇 번째 받았다. 경기도교육과정 지표를 만드는데 참여하기도 했고, 유치원 교사 연수에서 사례 발표도 한다. 국내 대학서도 이곳 교육과정을 관심을 갖고 방문한다.   

해외서는 중국 베이징에서 유아교육 관련 대학교수와 유치원 원장들, 교사들이 1년에도 수차례씩 찾아오고 대만 여러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대학교수들이 다녀가기도 한다. 해외의 유아교육 전문가들이 바로 이곳 유치원에서 연수를 받는 것이다. 

멀리 해외까지 소문 난 서원유치원의 교육비결은 무엇일까. ‘아동의 유능함’을 믿는 교육철학에 바로 그 답이 있다. 

◇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 "아동은 유능하다"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은 아동은 유능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은 아동은 유능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동을 바라보는 서원유치원의 교육철학은 "아동은 유능한 존재이며 강하다"는 것이다. 

서원유치원에서 아이들은 흔히들 어른이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고 매사 모든 일을 가르쳐야하는 미완성의 존재가 아니다. 저마다 다 다른 재주와 관심사가 있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의지가 있다. 그래서 모든 아동은 유능하고 강한 존재다. 

서원유치원의 교육은 그러한 철학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유능한 존재인 아이들이 스스로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뭐든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지원해준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행동 하나가 교사들에게는 그들만의 언어로 받아들여지며 존중을 받고 유치원에서의 활동으로 이어진다. 

굉장히 다양하고 유연하고 단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원유치원의 교육을 한 마디로 요약해 본다면 철저한 유아 중심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서원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의 유능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남긴 시집, 동화책, 사진집, 조형물 등을 보면 마치 이탈리아 레지오 전시회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 3~4세에 불과한 어린이들이 남긴 기록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그 안에 표현돼 있는 생각의 깊이와 주제의 다양성, 자유로움, 기발한 상상력을 보면 실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유능한 존재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아이들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선생님

서원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사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기록하고 연구한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서원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사소해 보이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기록하고 연구한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서원유치원 설립자를 비롯해 원장, 원감,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 속에 내포된 뜻을 해석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기록하는 일이다. 

원아들에 대한 기록이 원장 선생님의 방안에 가득 차 있다. 어림잡아도 300권이 넘는다. 이곳 서원유치원 아동중심 교육의 역사이자 아이들의 유능함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유아중심 교육이라고 해도, 유치원에서 어떤 배움을 얻어갈지 어떤 활동을 할지 아이들이 매일 주제를 딱딱 정해서 오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어떤 것에 흥미와 관심을 보이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아이들이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그 '뜻'을 해석하려 노력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교사들끼리 저 아이가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회의를 하고 연구하고 분석한다. 때론 원감과 원장, 설립자까지 다 모여 논의를 한다. 아이들만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갖는 놀이의 주제 등이 파악되면,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확장하고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 활동을 또다시 관찰하고 기록하고 연구하고 지원한다.   

한 가지 예를 보자. 한 아이가 단순히 긴 종이 몇 장을 붙여서 시작된 '문어'를 주제로 한 그룹 활동이, 교사들이 어떻게 활동을 확장할까 궁리 끝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바다 속 문어 다큐 영상을 보여주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처음에는 알아볼 수 없었던 문어 형상을 그렸던 아이들이 스스로 다양한 문어의 그림을 그렸고, 바다 속 문어의 동작을 표현하는 율동으로 이어졌다. 

또 누군가 한 아이가 "뚱뚱한 문어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큰 문어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알아채고 대형 문어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렇게 문어를 주제로 한 놀이교육 활동은 무려 6개월간 진행됐다. 문어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동안 아이들은 수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율동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기간 놀라울 정도로 흥미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스스로 선택한 주제라서 그렇다. 서원유치원 교실 한편에는 아직도 아이들이 만든 문어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문어'라는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아이들은 6개월 동안 신나게 놀이를 하며 그들 나름대로 얻은 지식을 진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많은 것을 습득했다. 

이것이 바로 서원유치원의 힘이며, '유아중심' 교육의 열쇠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주제를 가지고 스스로 교육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를 위해 교사들은 아이들의 사소한 말 하나, 행동 하나를 기록하고 분석하고 연구한다. 

◇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유아중심 교육의 힘 

서원유치원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다양한 그룹활동을 한다.
서원유치원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다양한 그룹활동을 한다.

서원유치원의 아이들은 스스로 주체가 돼서 하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그룹활동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유치원에서 신나고 재밌게 놀이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아이들 활동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교사들의 지원 속에서, 지식을 체득하고 친구들과 공유한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아이들끼리의 협력은 특히 중요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룹별로 서로 토론하고 마음에 맞는 놀이를 함께 수행한다. 

서원유치원 이정자 설립자는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교사는 '함께 살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마다 다 각자 성향이 다르고, 누가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서로 함께 하며 협력하고 화합한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고, 본인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그러다 결국에는 스스로 극복해내고 힘든 것도 이겨낸다. 그리고 마침내 친구들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사진이나 영상, 소리로 기록된 아이들의 활동기록물이 이를 증명한다. 

정해진 틀에 따라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서원유치원의 그룹별 교육활동에는 그런 힘이 있다.   

아이들은 본인이 부족한 점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다. 그만큼 자존감이 높다. 서원유치원을 졸업한 한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자신의 엄마에게 "뭐든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며 유치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서원유치원 이정자 설립자는 "우리 아이들은 계속 실패한다. 그러면 아이들끼리 다시 논의하고, 선생님한테 다시 이야기하고, 또 다시 실험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또 다시 해본다. 그러니까 포기하기 전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또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도 친구들과 함께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함께 살아가고 협력하는 가치를 아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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