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사립유치원 국고 지원’에 대한 이야기

사립유치원에 연2조원 국고지원 한다는 주장, 사실일까?
당정과 시민단체, 검증하지 않는 언론 한 목소리로 비난

그러나 진실은 민간 설립 유치원은 정부 운영보조금 없이 운영
따져보면 쉽게 확인되는 사실, 그런데도 ‘세금도둑’ 누명 씌워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잔=교육부 홈페이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잔=교육부 홈페이지)

’비리 사립유치원‘ 시국을 지나며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이 가장 큰 비난을 받게 된 이유는 분명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 그러한 세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횡령했다는 비난 때문이었다. 

당정이 그렇게 주장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사립유치원에 정부가 매년 2조 원에 가까운 세금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반복했다. 

‘비리 사립유치원’ 사태를 본격적으로 촉발시킨 박용진 국회의원은 한술 더 떠 아예 사립유치원을 ‘세금도둑’ 취급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연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고, 사립유치원이 혈세를 훔쳐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애매하게 엮어서 “사립유치원이 아예 작정을 하고 세금을 훔쳐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그렇게 마치 정부가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주는 것처럼 몰아가며, 민간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처럼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 도입을 비롯해 ‘유치원3법’ 등 정부 일방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으로 삼았다.    

편향된 정치성향의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여기에 검증하지 않는 언론은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실어 날랐다. 사립유치원이 국민의 세금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 당정과 정치 편향 시민단체, 검증하지 않는 언론에 가려진 진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은 정부로부터 보조 받는 유의미한 운영지원금이 없다. 당정이 사립유치원에 준다는 2조 원 가까운 누리과정 지원금은 실제 사립유치원 운영을 위한 지원금이 아니다.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 지급되는 유아교육경비 지원금(유치원 원비 일부 지원금)이다. 

사실상 무상으로 국공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와의 형평성을 어느 정도 맞추고, 우리나라 유아교육법에서 추구하고 있는 무상유아교육의 일부 실현을 위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의 학부모에게 누리과정을 명목으로 교육경비(월24만원, 종일반 31만원)를 지원하는 것이다. 사립 학부모들은 누리과정비용 만큼 원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누리과정비가 사립유치원 지원금이 아닌 이유는 분명하다. 학부모가 정부 지자체가 주는 교복지원금으로 교복매장에서 교복을 샀다고 해서, 정부가 세금으로 교복가게를 지원하는 것은 아닌 이유와 같다. 교복비 지원은 학부모를 지원하는 돈이다. 

게다가 사립유치원의 원비는 누리과정비 지원이 시작된 2013년 이전이나 지금도 월 50만 원대 초반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다.  

◇ 정부가 주장하는 2조원 지원금은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주는 돈

누리과정비가 마치 사립유치원 재정지원금인 것처럼 오해를 받게 된 것은, 정부가 ‘유아교육경비는 학부모에게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명기한 유아교육법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에 직접 지급하지 않고 관리상의 이유로 유치원 계좌에 학부모지원 경비를 편법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2조 원 가운데 1조6000억 누리과정비를 제외한 나머지 교사 기본급보조금(2500억)이나 학급운영비(800억) 등도 국가가 사립유치원 원비를 국공립유치원 원비(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교육비용) 절반 수준으로 묶어두기 위해 원비 인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따른 보상 성격으로 주는 돈이니 사립유치원 지원금이라고 할 수 없다.

◇ ‘막대한 재정지원’ 거짓 주장으로 국가관리회계시스템 도입 명분 삼아

사립유치원이 억울한 이유는 또 있다. 사립유치원에 연 2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거짓 주장은, 정부 운영 보조금 없이 운영되는 민간 개인의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유치원처럼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강제 도입하는 명분이 됐다. 

당초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국공립유치원이나 상위 초중고교 학교법인과는 달리 국가 지정정보처리장치인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립유치원에는 인건비나 학교운영비를 보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 

개정 전까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제53조의3)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예산·결산 및 회계 업무는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단서 조항을 뒀다. 같은 조항에는 ‘다만, 사립학교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인건비 및 학교운영비에 한정한다)을 받지 아니하는 학교와 유치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한 것이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유치원이나 학교법인과는 달리, 예외적으로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한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당정은 마치 사립유치원이 정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며 사립유치원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교육부령으로 이 단서 조항을 삭제, 사립유치원에도 에듀파인 적용을 의무화했다. 

사립유치원에 예외를 두었던 단서 조항은 ‘다만, 법 제43조1항에 따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인건비 및 운영비에 한정한다)를 받지 않는 각종학교 또는 외국인유치원은 그렇지 않다’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물론 이를 제대로 전한 언론도 거의 없었다.   

사립유치원에 연 2조 원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 사립유치원계가 허위 주장을 멈추라며 누리과정비 지원은 학부모 지원금이라고 강력 반발하자, 정부는 ‘회계투명성 강화’라는 또 다른 명분을 내세웠다. 

당시 사립유치원계는 “국공립이나 법인 체제로 운영하는 학교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동일한 재무회계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사립유치원의 운영 현실을 감안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정부지원도 없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막대한 지원을 한다는 명분으로 합의 없이 민간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강제하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분노했다. 

이는 지난해 초 사립유치원계가 운영의 자율성 및 사유재산권 인정을 요구하며 다시 한 번 집단 휴업을 예고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결국 우려됐던 전국적인 휴업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