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은 비싸고,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국공립은 무상?
국공립유치원 세금으로 쓰는 교육경비, 사립유치원 원비보다 2배 많아 

사립은 막대한 시설 자본비용 개인이 부담하며 국공립 절반 학비로 유아교육
‘생존’과 ‘행정’의 차이, 통학차량 운행하고 부모 퇴근 때까지 돌보는 곳도 사립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강조하는 정부 주장을 들여다보면, 사립유치원도 국공립처럼 운영하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러나 실제 정부 기관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이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보다 공공성이 더 낫다는 구체적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원아 1인당 소요되는 교육비용이나 특히,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교육서비스를 볼 때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이 국공립보다 오히려 높다는 평가입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유아교육의 공공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
정부가 발표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

◇ 국공립유치원이 쓰는 세금 절반 비용으로 교육하는 사립, 전체 국민이 짊어진 세금부담 줄여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사립유치원 원비가 비싸다고들 하는데, 실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국가 공무원이 운영하는 유치원 절반 비용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비리 유치원 사태를 지나며 그동안 정부가 애써 감추고 싶었던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동안 이를 제대로 전한 언론은 없었습니다. 

실제 사립유치원 원아 1인당 학비는 세금으로 투입하는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학비(교육경비) 절반 수준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기관 통계도 그렇지만, 민간의 통계는 격차가 더 벌어집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유치원 설립비용을 운영자 개인이 전부 부담합니다. 반면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국공립은 사립과 비교할 때 채용하는 행정직 공무원이나 시설 관리 인력이 훨씬 많습니다.   

김정호 박사(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현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가 2018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원아 1인당 학비(교육비용)는 국공립유치원(단설기준) 114만 원(세금으로 충당), 사립유치원 53만 원(바우처+학부모 부담)으로 나타났습니다(전체 유치원 원아 68만 명으로 계산, 2017년 4월 정부 통계는 69만4931명). 2016년 기준 통계지만, 지금도 그와 별반 큰 차이는 나지 않거나 양쪽 교육비용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는 것이 민간의 계산입니다.  

국공립 114만 원의 근거는 원아 1인당 경상경비 97만~98만 원(정부기관 발표)+학부모 부담 1만~2만 원+시설 자본비용 15만 원입니다. 

사립유치원 53만 원 근거는 정부가 학부모에게 지급한 바우처(누리비지원) 29만 원(종일반 기준)+학부모 부담 24만 원입니다. 올해 학부모 지원 누리과정비가 2만 원 인상된 것은 참고하더라도 사립유치원 원비는 원아 1인 당 55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경상경비가 큰 이유는 민간 사립에 비해 채용 인력이 많고 시설을 짓는데 투입되는 비용도 크기 때문입니다.   

원아 수 대비 운영 인원수를 비교하면 국공립은 행정과 청소 등 시설관리 인력을 포함해 사립에 비해 2.5배 정도의 운영 인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학부모가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국공립유치원은 공짜가 아닙니다. 

국민 전체가 세금으로 부담하는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고려할 때, 국공립과 사립 중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누가 더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분명해 보입니다. 

사립은 비싸고 국공립은 공짜라는 인식, 사실은 허상이었습니다.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은 국공립유치원 절반 비용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체 국민이 어깨에 짊어진 부담을 덜고 있습니다. 

◇ 통학차량 운행하고 부모 퇴근할 때까지 돌보고, 교육서비스 차이도 확연

사회적 비용도 그렇지만 운영 방식이나 교육서비스 역시 국공립과 사립은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을 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국공립보다는 사립입니다. 

폐업이나 실직 위험이 없는 국공립과 달리,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은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론 경쟁하며, 때론 서로 배우며 살아남기 위해 원아와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은 국공립보다는 사립입니다.   

사립은 학부모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 방과후 과정이나 종일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학기간도 1달가량인 국공립에 비해 절반가량으로 짧습니다. 

졸업시기도 1월인 국공립과는 달리 대부분 2월에 합니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국공립과 달리 운영의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통학차량을 운행합니다. 이러한 운영체계는 특히 맞벌이 부부의 양육부담을 덜어줍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사실상 영어유치원 못지않은 고액 원비를 세금으로 쓰고 있지만, 특히 맞벌이 부부를 위한 그와 같은 교육서비스는 아직 사립을 따라잡기 부족합니다. 

정부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 이후, 국공립유치원도 통학차량 운행을 늘리고, 온종일 돌봄을 확대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유의미한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학부모 평가 아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립유치원은 국가 기관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에 비해 학부모 편의를 위한 교육서비스가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생존’과 ‘행정’의 차이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주장하던 유아교육의 ‘공공성’은 애초부터 그 개념이나 실체가 모호했습니다. 

유아교육은 정부가 하던 민간이 하던, 같은 공공의 영역입니다. 마치 국가 기관이 직접 운영 관리하고, 정부 방침을 따라야만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태도는 어리석고 편협한 시각입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스스로 내버리는 꼴입니다.  

현재도 우리나라 유치원생 10명 중 7명은 여전히 국공립이 아니라 사립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막대한 책임과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곳도 정부 기관 공무원이 아니라 여전히 민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