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선영·조영달·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뉴스1
왼쪽부터 박선영·조영달·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뉴스1

오는 6월13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3파전으로 확정된 가운데 앞으로 전개될 후보 간 정책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각 후보들은 우선 핵심공약을 앞세워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교육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입장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어 열띤 공방도 예상된다.

27일 각 후보 캠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본후보로 등록한 네 후보는 저마다 다른 자신의 대표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후보는 '학생 두발·복장 자유화'를 내걸었다. 두발 자유화는 머리카락 길이는 물론 학생·교사 등 학교구성원들이 합의할 경우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복장 자유화는 검은색 구두나 특정 색깔의 양말만 신게 하는 등의 제한규정을 완전히 풀고 교복도 후드티·반바지 등 활동성을 보장하는 옷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학생 두발·복장 자유화를 통해 학생인권을 좀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생인권만 강조하는 정책에 대한 일부 학부모·교사들의 거부감, 지나친 현장 간섭 문제 등에 대한 지적도 있다.

보수성향의 박선영 후보는 '학생·학부모 고교선택권 완전보장'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학생·학부모들이 학교유형이나 소재지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고, 각 고교도 면접 등 자체전형을 운영해 선발할 수 있는 제도다.

학생·학부모의 교육자율권을 확대하고 학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입 못잖은 고입 경쟁을 부추길 수 있고 고교 서열화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도를 표방하는 조영달 후보는 '드림캠퍼스'가 핵심공약이다. 고교 2, 3학년 학생들이 소속학교, 이웃학교, 대학 지역 내 기관, 기업·산업체 등에서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돕는 캠퍼스형 공동·연합교육시스템이다.

학생들이 학습·진로설계를 주도할 수 있고 수업방식 등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 교육모델이지만 고교내신 절대평가 완전 전환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향력을 약화하는 대입제도 개편 등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장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보간 공방을 벌일 정책에도 이목이 쏠린다. 대표적인 게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성적 줄세우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소질과 소양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추구하기 위한 학교모델로 진보교육감들의 대표 정책이기도 하다.

조희연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재임 기간 혁신학교를 꾸준히 늘렸다. 올해 200개교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공약집에도 혁신학교 확대를 담았다. 양적확대뿐 아니라 질적향상도 도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영달 후보는 혁신학교의 추가지정 중단을 선언했다.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해결·보완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혁신학교로 지정된 고교의 학력저하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박선영 후보는 혁신학교 축소 입장이다.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에 추가지원하는 예산(1억원)도 없애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폐지까지 추진하는 모양새다.

자사고·외고 폐지를 놓고도 후보별로 입장이 제각각이다. 조희연 후보는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을 다시 한 번 못박았다. 그는 2014년 출마당시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자사고 폐지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에는 폐지 대상에 자사고뿐 아니라 외고·국제중까지 포함했다.

조영달 후보는 자사고·외고는 존속하되 경쟁적 입시는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에서 추첨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선발방식이 선발제에서 추첨제로 바뀌면 경쟁이 사라져 사실상 입시폐지 효과가 난다.

핵심공약으로 고교선택제를 내세운 박선영 후보는 당연히 자사고·외고를 존치하고 선발제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자사고·외고도 학생의 선택을 받으려면 교육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깔렸다.

교육감 권한 밖이지만 수시·정시 적정비중 문제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 대입관련 입장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교육수장 자리라는 점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후보는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확대와 수능 5등급 절대평가 전환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현 상황으로서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있는 만큼 수능 위주의 정시비중을 소폭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영달 후보는 수시·정시비율을 현행 수준(2020학년도 대입 기준 수시 77.3%, 정시 22.7%)으로 유지하고 수능 절대평가 과목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선영 후보는 수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 체제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수장을 뽑는 교육감선거 특성상 판도를 흔들 후보간 네거티브 이슈만 없다면 정책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의 핵심공약을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설득할 것인지, 또 교육현안이나 쟁점사안에 대한 견해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따라 표심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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