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숲유치원 측 "피해사실 분명한데도, 표현의 자유? 정확한 사실관계 따져야"...재수사 요구

교사노조 및 시민단체와의 갈등으로 폐원에 이르게 된 연세숲유치원(경기 용인)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최근 관련 피의자 모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아래-교사 처우개선비 갈등...'폐허'가 된 유치원...2020.12.16. 보도>

이는 경찰의 처음 수사 때와는 정면 배치되는 결과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보완 수사를 하던 경찰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고소인인 유치원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용인서부경찰서는 지난해 연세숲유치원 교사 A씨와 B씨(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하 전사노), 시민단체인 비리유치원범죄수익환수국민운동 대표 C씨, 한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교육청 전 지부장 D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전사노 소속 연세숲유치원 담임교사들이 하원 하는 유아들 가방에 넣어 보낸 성명문 성격의 알림장.
지난해 6월 전사노 소속 연세숲유치원 담임교사들이 하원 하는 유아들 가방에 넣어 보낸 성명문 성격의 알림장.

하지만 검찰 지휘를 받아 이 사건을 보완 수사하던 용인서부서는 최근 A,B,C,D씨 등 피의자 전원에 대해 범죄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우선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허위 사실 적시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상대방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외부적 명예를 훼손해야 하는데, 이 사건 각 피의자들이 게시한 글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허위로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피의자들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진실한 사실을 게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판례에 따르면, 주장한 사실 중 일부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공적 관심사 및 목적에 따라 전체적인 취지, 주요 사실이 허위가 아니라면 공공의 이익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사 결과를 요약하면, ▲피의자들이 연세숲유치원 운영 관련 유포한 내용들이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장이며, ▲일부 허위나 과장된 내용이 있더라도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성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유치원 측은 그러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연세숲유치원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학부모와 언론에 유포한 내용들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다는 증거자료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도 수사관이 바뀌며 수사결과가 뒤짚어졌다”며 “경찰은 보완수사를 하며 출석요구도 하지 않았다. 추가 증거 자료를 제출했지만 경찰이 요구한 게 아니라 스스로 갖다 줬다. 제대로 추가 조사를 하는 것이면 왜 다시 불러 조사하지 않나? 보완조사 결과에 항의하니, 경찰은 검찰 핑계만 대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자들(A,B씨)은 업무방해,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익신고자보호법위반, 사문서위조, 감염병 위반 등으로 유치원을 검찰에 고소했는데, 항고까지 하고도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급식이 부실하다고 주장했는데, 지원 받는 급식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아이들 급식을 차렸다. 교육청 특정감사 결과도 그렇다. 급식이 부실하다고 주장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인가? 아이들 통학차량 안전용품도 법이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 구비했고 수사기관에 자료제출도 했다. 유치원이 등원수업이 중지됐던 지난해 3~5월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았고, 그해 3~4월에는 월 10~20만 원의 급여만 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이런 식의 비방이 용인된다면 도대체 살아남을 민간 유치원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폐원한 연세숲유치원.
현재 폐원한 연세숲유치원.

연세숲유치원 측은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 재수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9명 전원이 전사노 소속인 연세숲유치원 담임교사들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인한 유치원 등원 중지가 풀리고 아이들의 등원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원 하는 원아들 가방에 ‘연세숲유치원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알림장을 넣어 보냈다.  

알림장에는 학부모들로 하여금 이곳 유치원 운영진이 지난해 3~5월 코로나19로 인한 유치원 휴업기간 긴급돌봄에 나선 담임교사들에게 부당하게 무급휴가를 강요하고, 교사들은 3~4월 10만~20만 원대의 급여만 받고 노동을 강요당했으며, 학부모에게도 유치원 측이 안 받아도 될 긴급돌봄비를 편법 수령하며 불이익을 준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담임교사들은 또 유치원이 아이들에게 부실한 급·간식을 제공했다고 주장했으며, 통학차량의 안전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학부모 알림장이 나간 후 학부모들과 언론은 유치원을 비난하고 나섰으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 퇴원하는 원아가 속출, 유치원은 불과 한 달여 만에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로 몰렸다. 현재는 폐원된 상태다.  

이에 연세숲유치원 설립자 등은 유치원이 폐업 상태에 이르게 된 책임을 물어 A씨, B씨, C씨, D씨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C씨는 교사들 주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 게시물을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 온라인 카페에 게시하고 언론에 유포하는 등 혐의, D씨는 지난해 6월 유치원이 마련한 학부모 간담회 당시 학부모들을 만나 유치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