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정말 제대로 된 ‘몬테소리 교육’ 보여주는 유치원
생소하고 낯선 풍경..놀라운 집중력 보이는 아이들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다양한 유아교육 현장
유아교육에 환경이 차지하는 중요성 새삼 일깨워 줘

아람유치원은 제대로 된 몬테소리 교육을 펼치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복도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교구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
아람유치원은 제대로 된 몬테소리 교육을 펼치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복도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교구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

경상북도 칠곡군 석적읍에 위치한 아람유치원(원장 최영주)을 방문했던 날, 어느 유치원이나 그렇듯 아이들의 노래 소리나 웃음소리로 활기차고 다소 소란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전 시간 이곳 유치원은 마치 도서관에나 온 듯 조용했다. 분위기가 왜 이럴까?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코로나 시국이라서 아이들이 없는 것일까?

예상은 빗나갔다. 유치원에는 원생들이 꽤 많았다. 전체 133명 원생 중에 120여 명의 아이들이 등원해 있었다. 교실에서, 혹은 복도에서도 독립된 책상에 앉아 저마다 열심히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블록을 맞추거나, 글자가 새겨진 교재 교구를 가지고 작업(?)을 하면서 소리하나 내지 않는다. 그런 원생들 사이를 돌아다녀도 누구 하나 특별히 한 눈을 파는 아이도 없다. 30분, 1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이런 유치원이 있다니. 아이들이 개별 책상에 앉아 열중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유치원의 풍경이라 하기는 낯설다. 마치 기업의 연구실이나 전문 작업실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아람유치원이 자랑하는 몬테소리 교육(American Montessori Society) 현장이다. 몬테소리 교육은 두뇌발달과 집중력,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유아교육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이들을 똑똑하게 키우는 유치원. 아람유치원에 대한 주위의 평가다. 

아람유치원 유아들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교육환경이 중요한 이유.
아람유치원 유아들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교육환경이 중요한 이유.

◇ 놀라운 집중력, 똑똑한 유아교육

아람유치원은 오전시간 몬테소리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온갖 종류의 구체물 교재교구가 구비돼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교재가 지속 충원되는 것이 중요하다. 유치원을 방문한 날에도 정문 앞에는 커다란 교구 박스가 배송돼 있었다.  

영역은 크게 수·언어·감각·일상·자연과학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오전 유치원에 등원하면,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도구를 사용해 몰입한다. 

아람유치원의 몬테소리 교육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된다. 유아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교재 구체물을 갖고 놀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유아들은 독립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교재교구를 갖고 놀며 그 속에서 수와 언어를 배운다. 식물의 종류나 동물, 자연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직접 손으로 만들어보고 느끼며, 유아들의 두뇌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소근육도 고루 발달시킨다. 

몬테소리 교육의 특징은 누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리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와 관련된 블록 등 도구를 가지고 놀 때는 패턴이나 묶음, 길이나 양, 부피를 이해하게 된다. 1+1=2라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수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 아이들은 글자와 관련된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놀며 자음과 모음, 소리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울 때도 훨씬 빠르고 능숙하다. 

교육이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사물의 원리와 개념을 유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람유치원 교육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람유치원은 원생의 생일파티도 특별하다. 지구본과 태양이 등장한다. 생일을 맞은 아이는 지구본을 안고 가운데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다. 지구가 움직이는 원에는 12달의 카드가 놓여있는데, 아이는 자신이 태어난 달에 멈춘다. 이러한 경험을 한 아이는 1년이라는 시간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름에는 지구가 태양과 가까워서 날씨가 덥고, 겨울에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멀어서 춥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1년은 12달 365일이야’ 하고 알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유치원의 모든 생활에 그러한 교육 원칙이 적용된다. 남이 알려주는 가볍고 잊혀 지기 쉬운 가짜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하고 이해하는 진짜 지식을 쌓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집중력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원하는 교재교구를 갖고 놀면서 한 눈 한 번 팔지 않는다. 항상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가면서 골똘히 생각하고 연구한다. 아이들이 차분하게 오랜 시간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이 하는 놀이가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뜻이다.  

아람유치원의 오후 시간은 여느 유치원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산에서 숲체험을 하고, 원내에서 공룡놀이도 하고, 신나게 노래도 부른다. 여기저기서 친구들과 함께 깔깔 웃는 소리도 활기차다. 오전시간 아이들의 모습과 오후시간 아이들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야외 활동을 하고 있는 아람유치원 원생들.
야외 활동을 하고 있는 아람유치원 원생들.

◇ 원생 관찰일지 작성하는 선생님들

유아들의 성장 발달단계에 맞춘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아람유치원 최영주 원장은 교사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어느 곳보다도 유아 스스로 주체인 유아중심 교육을 펴고 있지만, 사실 이곳 유치원의 주역은 선생님들이다. 

최 원장이 교사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유아들을 잘 관찰하라는 것이다. 유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이야기도 하지만, 때론 몸짓으로 때론 표정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다. 

그것을 잘 캐치하는 것이 이곳 아람유치원 교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교구를 갖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지 파악하고 놀이의 확장을 돕는다. 

아이들의 말이나 몸짓을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유아들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래서 이곳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의 표정만 봐도 아이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온통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아람유치원 교사들은 유아들의 개별적 관심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아이별로 관찰일기를 기록할 정도다. 

그렇게 원생들을 관찰하고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어떤 때는 부모들보다 아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곳 유치원은 학부모와의 상담 시간에 할 이야기가 많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에 대해 유치원이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니,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신뢰는 배가 된다. 

아람유치원의 주역은 교사들이다.
아람유치원의 주역은 교사들이다.

◇ 유치원에서의 3년, 활짝 피어나는 아이들

아람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올라가서 더욱 빛을 발한다. 

유아시기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갖다보니 또래 아이들에 비해 차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주변 초등학교에서 아람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은 청소 잘하고 사물함 관리도 깔끔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공부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의 원리와 개념을 찾아 이해하려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훈련이 돼 있다 보니 학업성적도 우수한 아이들이 많다. 

소문난 아람유치원의 교육은 누구보다 학부모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주변에 공립유치원이 있어도 아람유치원을 이탈하는 원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신입생 모집에 아이들이 몰리며, 원생들을 더 받으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도 많다.

아람유치원이 자랑하는 몬테소리 교육도 교육이지만, 유아들에게 ‘뛰면 안 돼’라는 말 대신 ‘다칠 수 있으니까 천천히 걷는 게 좋겠어’라며 부정적인 표현 하나 조심하고, 유아들의 두뇌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는 소근육 발달을 위해 생일에 수저세트를 선물하는 그러한 세심함이 빚어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