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현장을 가다]

교구를 활용한 놀이교육의 힘, 놀면서 스스로 깨친다
유아에게 놀이가 어떻게 교육이 되는지 알려주는 곳

보드게임 했을 뿐인데, 사고력과 창의성, 사회성 키워
쉬워 보이지만 누구보다 전문성 필요, 철학도 확고해야

소위 말하는 ‘명문 유치원’의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그 유치원만의 색을 나타내는 유아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러한 유아교육 철학을 이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교육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학부모나 주위로부터 ‘명문 유치원’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주 완산구에 위치한 송림유치원(원장 이경자)도 그러한 ‘명문’ 소리를 듣는 유치원 중 한 곳이다. 

송림유치원의 교육을 요약하자면, 유아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놀이교육’ 중심이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특징적인 것은 보드게임 형식의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다는 것. 

일주일에 한 번, 수 없이 다양한 교구 활용 놀이수업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재미가 있으니까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서너 명이 조를 짜서 게임을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에 교실은 시끌시끌하다. 

그런데 그렇게 재밌게 노는 동안 이곳 유치원 유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와 언어의 개념을 깨닫고, 사고력을 확장해 나간다. 창의력을 키우고 사회성도 기른다. 

어떻게 가능할까. 유아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을 위해 저마다 그 목적에 따라 정확하게 의도된 교구의 힘이다. 

송림유치원의 교육이나 철학은 유럽이나 이스라엘 등지의 유아교육 접근법과 닮아있다. <관련기사 아래>

송림유치원의 놀이교육은 그 방향과 목적이 확실하다. 놀이가 교육이 될 수 있는 이유.
송림유치원의 놀이교육은 그 방향과 목적이 확실하다. 놀이가 교육이 될 수 있는 이유.

◇ 놀이는 어떻게 교육이 될까, ‘교구’에 숨겨진 비밀

송림유치원 놀이교육은 그 방향과 목적,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목표가 확실하다. 일주일에 한번 놀이교구 게임 시간은 송림유치원만의 확실한 교육색을 보여준다. 

유치원에는 이스라엘의 오르다, 독일의 하바와 라벤스부르거, 프랑스의 지오가믹, 이탈리아의 클레멘토니 등의 교구들이 수도 없이 비치돼 있다. 모두 저마다 각 나라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랑하는 유아교육 매개물이다.   

이 교구를 활용해 유아들은 사고력 중심의 놀이교육을 받는다. 

예를 들어 수를 배울 때 ‘1+4=5’라는 학습지형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는다. 대신 숫자 5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을 스스로 찾는 식이다. 

놀이를 하며 1+4도 5가 되고, 2+3도 5가 되고, 5+0도 숫자 5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수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 그저 글씨를 한 자 한 자 따라 쓰는 것이 아닌, 사물이나 상황, 자신의 감정을 논리적으로 남에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법을 먼저 익힌다. 언어는 말로써 표현하는 것. 그 본질을 훈련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겉에서 보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러한 교육이 가능한 일일까. 

교구 교육이 잘 발달된 핀란드의 어린이들을 보자. 핀란드 어린이들은 혹한기에는 6개월 정도 학교를 가지 않고 가정에서 논다. 그렇게 놀기만 하는 것 같은데 핀란드 어린이들은 2개 국어를 하고, 디자인 최강국답게 시지각과 공간감각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키워 낸다. 그 비결은 바로 유아시기부터 이어지는 교구 활용 놀이교육의 힘이라는 것이다. 

이경자 원장은 “핀란드와 여타 유럽의 선진국을 들여다보면 연구된 수많은 유아용 수리 사고 인지놀이감과 개발된 언어인지 교구 콘텐츠가 있다. 더구나 그러한 유아교육 목적의 교구들은 자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중요 수출품으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을 놀린다고 해서 다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놀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방향과 목적이다.

이 원장은 “요즘 정부에서 유아놀이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놀이교육은 방향성과 놀이 재료들을 체계적으로 순서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방임으로 갈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송림유치원의 교구 활용 놀이교육은 재밌기까지 하니 교육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유아들은 교구 놀이를 통해 숫자 세는 방법과 수를 모으고 가르는 방법을 배우고, 모양과 형태를 일치 시키는 놀이를 통해 관찰 변별력과 공간지각능력을 기른다. 

모양과 수, 사물 카드를 가지고 순서적으로 체계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익히고, 게임하는 방법 조건들을 달리해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적 사고도 기르는 것이다. 

서울 강남이나 소위 부자 동네 사람들이 한 달 수업료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놀이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이유다. 

그런데 왜 이 좋은 교구 놀이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일까. 재밌는 것도 자주 하다보면 아이들은 놀이를 수업으로 받아들인다.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아들이 스스로 흥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송림유치원의 다른 일상은 여느 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씨가 좋은 날은 유아들이 유치원 앞마당이나 공원에 나가 노느라 교실은 텅 비어있다. 다만, 다른 놀이교육 시간에도 사고력 중심 유아교육 철학은 프로그램 전반에 녹아있다. 

송림유치원 원아들의 분위기는 활기차고 환하다.
송림유치원 원아들의 분위기는 활기차고 환하다.

◇ 쉬워 보이지만 아무나 못하는 이유, 누구보다 전문성 갖춰야

교구를 활용한 놀이교육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교구도 고가지만, 여러 다양한 교구들만 갖췄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구수업 사교육 시장을 보면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1대1이나 1대2로 수업을 한다. 최대 인원이 교사 한 명에 아이들 4명 정도다. 송림유치원도 그렇게 교구 활용 수업을 하고 있다. 당연히 선생님의 수가 많아야 하고 인적 투자를 해야 한다.  

송림유치원은 교구 수업 교사는 소규모 아이들을 데리고 규칙을 알려주고 게임 컨트롤을 한다. 아이들은 그저 노는 것이지만 교사들은 수, 언어, 공간지각력, 사고력 등 때마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교구놀이 목적에 대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 놀이목적에 따라 교구의 수도 많고 노는 방법도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교구수업 선생님들은 연수를 받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연수비도 워낙 고가고 하는 곳도 많지 않아 쉽지 않은 일이다. 

송림유치원은 이경자 원장이 대학에서 교구교수 매체이론 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쳤을 정도로 교구 유아교육 전문가다. 송림유치원이 교구 유아수업 국내 선두 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송림유치원 주변 유아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서는 이곳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을 행운으로 여긴다. 그만큼 자리가 없다. 11월이 되면 신규 원생 모집이 벌써 마감된다. 6세 반은 아예 자리가 나지 않을 정도고, 정원이 조금 늘어난 7세 반에 가서야 몇 명자리 여유가 생기지만, 항상 경쟁이 치열하다. 

송림유치원 원아들은 교구 게임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도 사회성을 기른다. 송림은 국내 교구 활용 유아교육의 대표 유치원 중 한 곳이다.
송림유치원 원아들은 교구 게임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도 사회성을 기른다. 송림은 국내 교구 활용 유아교육의 대표 유치원 중 한 곳이다.

◇ 사고력 향상에 집중, 가능성 키우고 남과 어울리는 아이들

송림유치원 유아들은 교구 놀이교육을 통해 개인에 국한된 잠재력이나 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협업을 통해 타협할 줄 알며 ‘지는법’도 배운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워가며 건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나간다. 

이곳 유아들은 교구 놀이를 통해 나 혼자 노는 것 보다 친구와 노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안다.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는 때로는 친구에게 나를 맞추고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게임을 하며 지는 순간에는 결과를 인정하고, 나중에는 꼭 이겨야지 하는 경쟁심과 동기도 느낄 수 있다. 

종이컵 하나를 가지고 10가지 방법으로 노는 어린이들. 옆 친구와 함께 놀며 서로 또 다른 무엇인가를 협업하며 새롭게 노는 방법을 찾아내는 어린이들. 그리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선생님께 자랑을 하는 어린이들. 송림유치원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이 원장은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어린이를 키우는 것이 송림유치원 교육 철학”이라고 말했다. 

바깥놀이활동도 열심인 송림유치원 아이들.
바깥놀이활동도 열심인 송림유치원 아이들.

◇ 초등학교 올라가면 빛이 나는 아이들, 유아교육의 효과

송림유치원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올라가서 빛을 발하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수업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수나 언어 등에 있어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게 흡수한다. 

발표도 잘하고 논리도 잘 갖춰져 있다. 친구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며 잘 어울린다.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송림유치원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졸업생 엄마들이 고맙다며 인사하는 전화를 받고는 한다. 송림유치원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