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이덕선 비대위원장의 이사장 직무대행 자격 적정여부를 중심으로 한유총의 사단법인 운영 전반에 걸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조사를 받게 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게 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월 20일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 감사에 유감을 표하며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교육공무원 특별채용은 말 그대로 ‘특별한’ 채용이라며, 모든 이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신규 공개채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은 ‘시대적 정당성’과 ‘교육적 타당성’이라는 특정한 사유가 채용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을 통해 1989년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된 교사 1557명이 복직됐다”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세종, 전북, 전남, 경남교육청에서 다양한 해직교사들이 민주화운동, 사학민주화 등의 사유로 특별채용 됐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과 교원단체로부터 교육양극화 및 특권교육 폐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를 위한 특별채용 요청이 있었고, 이에 조 교육감이 그러한 공적민원을 접수해 관련부서에 특별채용 절차 진행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는 입장이다. 

◇ 정치 이념 진영에 따라 다른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특별채용 항목으로 고려할 만큼 폭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정치 이념 진영에 따라 조 교육감의 행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앞서 조 교육감은 정부 정책과 갈등을 빚었던 사립유치원 교원(원장) 수백 명을 ‘국가공무원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한 바 있다. 

사립유치원이 유치원 정책을 놓고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2018~2019년 당시, 사립유치원 원장 등 일부 교원들은 불특정 사립유치원 관계자 단체 카톡방에서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정치 후원금을 내겠다는 이야기를 한 유치원 관계자들도 있었는데, 그를 이유로 불법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형사 고발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특정 국회의원의 휴대폰 번호를 회원 3000명이 가입된 단체대화방에 공개해 항의하도록 독려한 사실과 함께, 또한 특정 국회의원의 계좌번호를 제시하며 후원금 입금을 독려한 사실 정황도 포착했다”고 고발 사유를 주장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올해 초 전원 불기소 처리하며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항고하며 끝까지 처벌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조 교육감의 항고도 기각 처리되며 사건은 얼마 전 마무리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카톡 내용을 이유로 고발 조치하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정치 이념 진영에 따라 조 교육감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공수처 압수 수색···조희연 “감사원 재심의 청구”

감사원은 2018년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 과정을 놓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로 넘어갔으며, 공수처는 5월 18일 서울시교육청을 압수 수색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월 및 8월, 담당부서에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검토 및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또 해당부서 담당자, 담당 국·과장 및 부교육감이 특별채용의 부당성 및 특혜논란 등을 사유로 수차례 특별채용에 반대의견을 보고하자, 해당 팀에 부교육감 및 국·과장의 검토·결재 없이 해직교사(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진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5월 18일과 20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모두 공수처의 사명을 잘 알고 있다”며 “서울시교육청은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공수처가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법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 사안은 감사원이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비롯된 사건”이라며 “감사원이 잘못 판단한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오해석한 법리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은 신규채용과 다름에도 감사원은 특별채용에 대한 감사를 신규채용의 관점으로 진행했다”며 “제도 미비로 발생한 특별채용 과정의 미시적인 사안을 거대한 비리처럼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공무원법이 규정한 특별채용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절차가 매끄럽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라고 논점을 돌리기도 했다. 

◇ 교육감협은 조 교육감 옹호, 교총은 비판

한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교육감협)는 5월 13일 서울(당사자), 대구, 경북교육감을 제외한 14명의 교육감 공동명의로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감사원 고발과 공수처의 수사 개시에 대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일부 교육감들이 특정인 지정·특혜채용 의혹 사안에 대해 ‘특별채용은 교육감 고유권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등의 입장문을 낸 것은 그간 특별채용 논란과 비난에 따른 제도 변화와 공정성 확보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현실 인식”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교총은 “이번 특채를 ‘시대적 상황, 학내 분규로 해직된 교사를 교육감이 채용하는 고유권한에 속한 제도’로 표명한 것은 교육감들이 특별채용 제도를 아직까지도 사유화, 권력화 된 수단으로 보고 있지 않나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서울시교육청 특채자들은 ‘불법선거운동 및 정치자금 모금 전달, 반대 정당 출마자에 100여 차례 이상 비방’ 등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징역형 등을 확정 받아 퇴직한 경우”라며 “교육감들이 말하는 어떤 경우에 해당되는지 알 수 없고, 또한 공정한 교사 임용을 바라는 예비, 현직교사들의 분노가 이렇게 높은데 도대체 ‘교육계의 화합의 조치’라는 강변은 누구의 화합을 말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현행법을 위반하고 불법을 저질러도 교원단체나 교원노조가 사유를 막론하고 요구하면 다 채용해도 된다는 것인가”라며 “일부 교육감들의 현실 인식과 미화·포장에 깊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이번 교육감협의회 입장은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청년, 국민들의 정서와 정면 배치되며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서울 이외 모든 지역에 있었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히 조치해 더 이상 특혜채용이 교육계에 존재할 수 없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