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육 현장을 가다]

‘유아중심 놀이교육’ 방향과 목표 보여주는 곳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증인 상명사대부속유치원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 스스로 채워가는 어린이들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유치원’ 비결은 ‘좋은 교사’

상명의 교육철학은 유아중심 바른교육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상명의 교육철학은 유아중심 바른교육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아들은 흰 도화지다. 흰 도화지를 꽉꽉 채워주려고 했던 것이 예전의 교육이라면,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도화지를 채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른 유아교육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유치원(원장 전승준·이하 상명)은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유치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 1966년 설립, 올해로 개원 55주년을 맞았다.  

명문 유치원은 나름 저마다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상명의 교육철학은 ‘유아중심 바른교육’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유아가 중심이 되는 교육. 단순하지만, 제대로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유아교육에 대한 폭넓고 정확한 이해와 오랜 현장의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교육이다. 

‘좋은 유치원’에 대한 전 원장의 정의는 명료하다. 유아들이 행복해야 좋은 유치원이다. 

유아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행복해야 한다. 교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다. 교사에 대한 유치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근방 학부모라면 누구나 보내고 싶어 하는 ‘좋은 유치원’ 상명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금도 ‘좋은 유치원’으로서의 조건을 지켜나가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상명의 교육은 원생들이 주인공이 돼서 자유롭게 끊임없이 이어진다. 유아들에게 교육은 놀이다. 

놀이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은 현실이 되고, 유아들은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넓혀 나간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중학생이 돼서도 많은 원생들이 수시로 유치원에 놀러올 만큼 친구들과 재밌게 놀았던 기억은 인생의 빛나는 선물이다.       

행복한 어린이로 키우는 유아교육. 정부가 근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누리과정 도입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유아 놀이교육의 취지와 목표에 정확히 부합한다. 상명은 정부가 놀이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기 한참 전부터 놀이를 통한 교육을 정착시켜왔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16년 상명이 개원 50주년을 맞아 발간한 교육프로그램 책자를 누리과정 도입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했을 정도로 상명의 유아교육은 시대를 한 발 앞선 유아교육으로 평가받는다. 

상명의 유아중심 놀이교육은 교육청이 배워갈만큼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상명의 유아중심 놀이교육은 교육청이 배워갈만큼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 평범함 속에 스며든 특별함...상명 유아교육의 비밀 

상명의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활동에 특별함을 가미하는 것이 상명의 유아교육이다. 

예를 들어 상명은 특색프로그램으로 산책 등 자연친화 활동이나, 그림책독서 활동, 연령별 프로젝트 활동 등을 펴고 있다. 언뜻 보기 다른 유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 그러한 상상력을 구현해 낸다. 

교사들은 유아들이 스스로 주도하고 꾸며내는 그러한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놀이는 계속 이어지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배우며 성취감을 느낀다.   

그림책 독서활동을 보자. 원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서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 처음에는 잘 못하더라도 3년 정도 지나 만 5세 반이 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책 내용을 남에게 설명하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하게 된다. 

그림책 독서활동은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가져온 그림책을 감상하고 그림책 속 놀이를 생각한다. 친구들과 함께 책속의 왕자님과 공주님이 돼 보기도 하고 무서운 동물을 피해 다니는 작은 동물이 되기도 한다. 책 속에 나오는 로봇을 만들고, 어떤 때는 불을 끄는 용감한 소방관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하는 요리사가 돼 보기도 하고, 그림책을 보고 느낀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제한도 없고 틀도 없다. 아이들이 책을 보고 상상하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고 교육이 된다. 
틀에 매인 똑 같은 교육은 상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푸른 숲에서 뛰어 놀고 관찰하는 자연산책은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다. 상명은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자연 산책을 나간다. 날씨가 좀 궂은 날도 상관없다. 대한민국 문화 중심지답게 근방에는 삼청공원, 청운공원, 정릉 등 갈 곳도 많다. 

자연에서의 놀이는 유아들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교육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과 안정을 찾아간다. 처음 숲에서 뛰어 노는 것이 어색했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다람쥐처럼 친구들과 숲을 누비고 다닌다. 

숲에서 흙을 뒤지며 벌레를 찾고, 나무와 꽃을 관찰하고, 돌멩이나 잎사귀, 나뭇가지를 보물처럼 들고 와 유치원에서 또 관찰하고 그림도 그린다. 봉지에 흙을 담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숲의 모형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며 나뭇잎 왕관도 만들고 저마다 기발한 놀이 상상력을 뽐낸다.   

무엇이나 대충이 없다. 연령별 프로젝트 탐구 활동도 제대로다. 아이들에게서 어떤 주제가 튀어나올지 흥미로울 정도로 구성이 자유롭다.   

만3세반의 경우 호랑나비 부화 과정을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까지 과정을 관찰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은 호랑나비 애벌레를 찾아 직접 먹이를 주며 키우고 탐구했다. 애벌레가 잎을 먹는 것을 관찰하고 손에 올려놓고 감촉을 느껴보기도 했으며, 돋보기로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애벌레와 호랑나비를 주제로 동극을 만들어보기도 했으며, 데칼코마니로 나비 그림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결국 애벌레가 나비로 부화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나비를 자연으로 날려 보내며 아이들이 느꼈을 성취감을 상상해 보라. 

1966년 설립된 상명사대부속유치원은 대한민국 유아교육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1966년 설립된 상명사대부속유치원은 대한민국 유아교육 역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 ‘좋은 유치원’은 교사들이 만들어간다 

상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교사들 때문이다. 전승준 원장은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에 욕심이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아이들 지원을 어떻게 해 줄까 상명 교사들은 유난히 회의를 많이 한다.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찾는 것이다. 원생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어떻게 교육을 이어나갈지가 관건이다. 

교사와 학부모는 수시로 상담을 한다. 전화 상담을 많이 하고 대면 상담도 많다. 상명은 엄마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교사와 상담을 할 수 있다. 학부모와의 상담은 상명 교사들에게 주요한 교육활동 중 하나다. 

전 원장은 “우리 유치원은 무엇보다 유아들과 상호작용이 뛰어난 좋은 교사들이 많다”며 “유치원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교사가 있어야 좋은 교육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교사와 오래 일하면 좋은 유치원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교사가 학부모와 관계도 좋고 아이들과 관계가 좋아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상명의 가장 큰 자랑은 교사들”이라고 전했다. 

상명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은 교육청이 누리과정 참고 자료로 활용했을 만큼 그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상명의 놀이교육 프로그램은 교육청이 누리과정 참고 자료로 활용했을 만큼 그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 대한민국 유아교육의 살아있는 역사, 상명유치원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유치원(학교법인 상명학원)은 1966년 故 계당 배상명 박사에 의해 설립돼 2021년 개원 55주년을 맞았다. 

1967년 원훈과 원가 제정, 1974년 신축 교사 준공, 1990년 3세반 신설, 1996년 원명 변경, 2000년 급식 시작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유치원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바르게 교육한다’는 상명의 교육 철학은 변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상명은 ‘바른 교육’이라는 과녁을 향해 달려온 지난 50여 년의 노력들이 지금의 유치원을 만들었다고 했다. 때로는 실수하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유치원 원훈인 ‘튼튼한 어린이, 슬기로운 어린이, 사랑받는 어린이’로 우리 유아들을 키우려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다.

상명은 한 사람의 인성과 감성, 창의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고 가장 많이 발달하는 시기인 유아기 교육이 올바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야 말로 밝은 미래를 여는 아주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상명의 유아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흰 도화지를 하얗게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제의 교육은 모두가 그 흰 도화지를 한 가득 채우려 했지만, 오늘의 교육은 그 희고도 넓은 도화지를 아이들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채우려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