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설공립유치원 세 곳 평균 원아 1인당 月 140만원 대
유아 3.9명당 직원 1명꼴로 근무, 국민 세금 부담 증가
사립유치원비 2배 운영비 펑펑, 나중에 감당은 어떻게

11일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유은혜 장관.
교육부 유은혜 장관(사진=교육부 홈페이지).

국공립유치원(단설)의 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운영경비(교육경비)가 매월 140만 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2017학년도 자료). 강원도 춘천지역 공립단설유치원 3곳의 평균을 낸 금액이다. 

A유치원의 경우 2017년 한 해 동안 15억 4701만 7820원 경비가 투입됐다. 이를 재원 원아 수로 나누면 원아 1인당 교육경비는 월 142만 4510원으로 계산된다. 이곳 유치원에는 당시 26명의 교직원이 근무했다. 

재원생 108명 B유치원은 18억 7609만 6112원 경비를 사용했다. 원아 1인당으로 계산하면 매월 144만 7605원 가량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이곳 유치원에는 28명 교직원이 근무했다. 

재원생 106명 C유치원은 총 15억 8111만 1700원 경비가 투입됐다. 원아 1인당으로 계산하면 월 124만 3012원이 투입됐으며, 2017년 당해 연도 이곳 유치원에 근무했던 교직원 평균 수는 28.5명이었다. 

춘천지역의 이 세 곳 공립단설유치원에 투입된 교육경비 총액(학부모자부담 제외)은 50억 422만 5632원으로, 원아 1인당으로 평균 월 136만 9120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공립 단설유치원에 매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그만큼 직원 수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B,C유치원 세 곳의 재원생 총 수는 304.5명이었으며, 교직원 수는 총 78명(정보공시)으로, 평균을 내면 공립단설의 경우 유아 3.9명 당 1명꼴로 근무 직원을 두고 있었다. 

이전까지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확인할 수 있는 국공립유치원 교육경비 가장 최근 자료는 지난 2018년 김정호 경제학 박사가 낸 논문이었다. 

당시 국공립유치원(단설기준) 원아 1인당 투입되는 교육경비는 114만 원이었다(정부기관 통계=98만 원. 김정호 박사의 통계는 유치원 설립비용 포함. 2016년 기준).

국공립유치원에 투입되는 교육경비는 공개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어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 춘천지역 세 곳 공립단설의 운영비 자료가 지난 2017년 자료인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는 그보다 더욱 많은 운영 경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원도 보다 땅값이 비싼 서울이나 수도권 등지의 국공립 유치원 경우, 설립비용을 포함하면 그보다 더욱 많은 교육경비가 투입될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 유아교육 일등공신 사립유치원은 폐원 가속

국공립유치원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국공립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실상 ‘무상교육’이라는 이점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별로 없는 시골이나 오지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들어설 수 없는 곳에 시설과 선생님들이 잘 갖춰진 국공립은 반드시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다.  

반면, 국가 기관 공무원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무분별한 확장은 국민의 세 부담을 가중시킨다. 

아이들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지만, 국공립유치원은 재원생이 대폭 줄어들더라도 공무원사회 특성상 직원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폐쇄하기도 어렵다. 

혹여 유치원이 문을 닫게 되는 경우라도 한 번 뽑아 놓은 공무원들의 월급은 국민들이 세금으로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공무원이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서로 보완의 역할이 아닌, 마치 누가 더 땅덩이를 많이 차지하느냐 경쟁하는 구조처럼 돼 버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권력을 앞세우며 막대한 세금으로 무장한 국공립에 민간의 사립이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지금껏 민간이 주도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유아교육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

실제 지난 110년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이끌어왔던 사립유치원은 전례 없는 위기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운영의 자율성을 대폭 제한하는 법률 규제 등으로 폐원하는 사립유치원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닫은 사립유치원은 전국에서 총 261곳으로 파악됐다. 2019년에도 폐원한 사립유치원은 257곳이었다. 사립유치원 비리 논란이 본격적으로 몰아쳤던 2018년에는 111곳이 폐원했다. 

2018년 이전까지는 사립유치원 폐원은 안정적 추세였다. 2015년 68곳, 2016년 56곳, 2017년 69곳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했지만, 같은 기간 신설된 사립유치원의 수가 오히려 더 많았다. 반면 2020년 신설 사립유치원은 불과 10곳, 2019년에는 15곳, 2018년에도 48곳뿐이었다. 

국가 기관 공무원이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의 수는 늘고 있다. 2018년 4617곳이던 공립유치원은 2019년 4650곳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4705곳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며 국공립유치원 재원생 비율을 4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공약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단,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폐원을 통해서다. 

◇ 사립유치원 위기는 유아교육의 위기

사립유치원의 위기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위기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은 여전히 민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립유치원 시스템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우선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교육경비 반값 원비 정도에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체 국민의 세 부담을 덜고 있다. 

우리나라 공립 단설유치원은 원아 1인당 월 140~150만 원 정도의 경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공짜로만 알았던 공립유치원 원비가 알고 보면 고액 영어유치원 뺨치는 수준인 것이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원비는 종일반이라 하더라도 평균 월 50~60만 원대 수준에 불과하다(정부가 학부모에게 주는 누리과정 지원금(유아교육경비지원금) 포함). 정부가 사립유치원 교사에게 주는 인건비 보조금을 포함해도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의 교육은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맞벌이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곳이 사립유치원이다. 

국공립유치원 반값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립유치원. 그러면서도 학부모와 아이들이 더 만족하는 곳. 우리 민간은 그렇게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유치원 교육 환경을 만들어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아이와 학부모 위주로 경영을 해야 하는 환경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립유치원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국공립 40% 공약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사립유치원의 폐원 속도를 멈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립유치원계와 합의 없이 추진된 유치원3법을 비롯한 여러 시행령 개정으로 사립유치원 운영 여건은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악화됐다. 애초에 태생부터 다른데 사립유치원 경영을 국공립처럼 맞추기는 힘든 일이다. 에듀파인 도입 등으로 행정직원도 국공립처럼 크게 늘려야 하는데, 국공립 경비 반값 정도의 원비로는 감당할 수 없다. 앞으로도 수많은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