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 김동렬 이사장 인터뷰

이제는 공립도 사립처럼 경쟁하고 평가 받아야
무상유아교육 환경 만들어 놓고 선택은 학부모가
유아교육발전 이끌고 혜택은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김동렬 이사장.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김동렬 이사장.

우리나라에는 세계 초일류가 삼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알고 있는 사립유치원도 그렇다. 민간이 지난 110년간 구축해 온 우리나라 유아교육환경은 매우 독특하다. 요약하자면 ‘사립’의 대중화. 우리나라 사립유치원 원비는 ‘사립’임에도 불구하고 국공립유치원(단설 기준) 교육경비(원아 1인당 계산)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원한다면 누구나 내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육서비스는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세심하고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사립유치원이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폐원하는 유치원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 자리는 국공립이 채우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유아교육시스템이 붕괴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사립은 없어지고 국공립만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막대한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교육의 질은 결국 추락할 것이다. 사립은 여느 다른 나라처럼 소수의 부유층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곳으로 남게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스스로 내 차는 꼴이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한유총 김동렬 이사장을 만났다. 

Q.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현재 사립유치원 상황은 어떤가. 

전에 한 번 폭풍이 지나갔다.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것 같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폭풍 전의 고요함. 마치 폭풍전야 같다. 사립유치원의 경영현실이 무시된 유치원3법도 그렇지만, 지금도 여러 시행령이나 규칙 등의 개정으로 사립유치원 운영은 숨이 막힌다. 정부 정책을 보면 사립유치원은 그냥 나가라는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포기하거나,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회원들은 내부적으로는 우리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우리나라 유아교육을 위해 어떤 존재인가 계속 가치를 되 뇌이고 찾고 있다. 우리 사립유치원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유아교육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그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Q. 정부 정책으로 갈수록 민간이 운영하는 유치원의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위기는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위기로 볼 수 있다.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이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의 선택권을 넓히고,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발전을 이끄는 길이다. 

국공립유치원의 무분별한 확대는 전체 국민이 짊어져야 할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큰 위협이다. 

국공립유치원을 전면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공립유치원은 필요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들어서야 한다. 그러나 민간이 운영하는 유치원 옆에 대형 국공립유치원을 지으면,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느냐.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경비가 들지 않는 국공립에 아이를 보낸다. 사립유치원은 그냥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다. 

국공립은 정원이 다 차지 않아도 운영이 되지만, 개인이 책임지는 사립은 얼마의 아이들만 옮겨가도 운영을 유지할 수 없다. 이는 사립유치원 설립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하던 교사들은 직장을 잃는다. 우리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아이들을 보는 그 정성이 어떤지 보여주고 싶다. 공무원들만 교사가 아니고, 공무원들만 국민이 아니다. 

게다가 효율 면에서 봤을 때는 어떤가. 우리나라 사립유치원 교육시스템은 굉장히 특이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 지금 국공립에 투입되는 세금 비용이 얼마인가. 원아 1인당으로 계산했을 때 사립유치원 원비는 국공립유치원 교육경비 절반도 되지 않는다. 교사처우개선비 등을 합해도 절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치원을 짓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그렇다. 또 항상 평가를 받는다. 잘 못하는 유치원은 당연히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 민간의 유치원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순응하며 유아교육시장에서 스스로 구조조정이 되는 순환을 한다.   

우리 사립유치원은 50만 원 남짓한 원비로 국공립보다 더 잘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국공립은 원아 1인당 100만 원이 넘는 교육경비(단설)로 그만큼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앞서도 말했듯 국공립유치원의 무분별한 확산은 민간의 유아교육을 위협한다. 사립유치원이 대부분 사라진 유아교육환경은 어떠할까. 

국공립이 늘어나겠지만, 세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교육의 질이 하락할 것이다. 살아남은 사립은 흔히 말하는 금수저나 은수저 소수의 아이들만 갈 수 있는 고액 유치원의 운영 형태로 변모할 것이다. 지금 다른 여느 선진국의 사립처럼 말이다. 그때 가서야 지금의 우리나라 유아교육환경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깨닫는다고 해도, 아마 다시 돌이키기는 힘들 것이다. 

Q. 그렇다면 우리 유아교육을 위해 어떤 제안을 할 수 있는가. 

마냥 사립유치원의 입장만 말할 수 없으니,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해 생각해보자. 

현재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 공정과 정의다.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과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이 함께 경쟁하자는 것이다. 사립뿐만 아니라 이제는 국공립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선택은 학부모들의 몫이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 교육비용이다. 국공립은 사실상 무상으로 다닐 수 있는 반면, 사립은 정부의 학부모 지원금(누리과정비·월 26만원(방과후 7만원추가))을 포함해도 20여 만 원 가량의 자부담이 남는다. 

우리 유아교육법에는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교육은 무상으로 하도록 하되, 그 내용과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교육비를 전액 지원 받지만, 사립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 일부만 지원 받고 있는 차별이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정원 비율을 전체 유치원생의 4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했다. 그런데 그에 들어갈 돈이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전체 유치원생에게도 무상교육 지원이 가능하다는 민간의 연구결과가 있다.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에게 국공립유치원이든, 사립유치원이든 무상으로 다닐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고, 학부모들에게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국공립도 사립처럼 경쟁하는 환경에 놓일 것이다. 사립과 마찬가지로 국공립도 못하면 구조 조정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국공립도 사립처럼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만 뭔가를 더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사립과 공립이 경쟁을 하자. 그러면 더 질 좋은 교육이 제공될 것은 당연하다. 그 혜택은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유치원의 교육도 다양해지고 학부모들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유아교육이다. 그러한 교육환경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