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 대상인 민간 유치원과의 대화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국회의사당=출처 국회 홈페이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9월 24일 공포됐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출처=국회 홈페이지)

‘유치원3법’ 제정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다시 한 번 사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엔 사립유치원이 아닌 상위 사립학교가 영향을 받는 내용이지만, 법안이 개정된 과정이나 쟁점은 이전 유치원3법 때와 판박이다.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교육 관련 법 제정을 주도하면서, 사학의 운영 자율권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만큼 벼랑으로 내 몰렸다는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9월 24일 공포됐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 시 필기시험 의무화 및 시험을 교육감에 위탁 ▲관할청(교육청·교육부)의 징계 요구 대상자를 ‘학교장’에서 ‘학교장 및 교직원’까지 확대 ▲사립학교 자문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 등이다. 

사학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는 사학에 지원하는 교사 임용 후보자는 사학이 아닌 교육청이 출제한 필기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또한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공립학교처럼 심의기구로 격상된다. 내년 3월부터 사학은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학교 회계 예산을 이사회에서 확정할 수 있다. 결산도 학운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 시도 교육청은 학교장뿐 아니라 교직원에 대한 징계요구를 따르지 않은 사학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사학의 사무직원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일을 했을 때 법인은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 만약 위법한 행동이 교육청 조사로 드러날 경우 교육청은 해당 직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법인은 따라야 한다. 

◇ “사학법 개정, 자유민주주의 가치 훼손”

여당이 주도한 사학법 개정을 두고 야당과 교육계의 반발은 크다. 

정부 여당은 사학법 개정으로 초·중등 사학 교원 채용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제고돼 국민의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는 일부 사학의 채용 비리를 빌미로 추진한 사립학교법 개정은 매우 좁은 시야의 발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도 교사 채용 부정이나 재정 비리 등의 불법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교육청으로부터도 행정·재정적 제재 등 가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학교의 교사 선발에 관한 업무(임용시험 출제 및 감독)를 교육청에 위탁하는 것은, 사실상 사립학교 교원 선발권을 사립학교에서 교육감으로 이양하는 것이며, 이에 이미 학생선발권을 잃은 사립학교 입장에서는 사학의 사실상 유일한 권한인 인사권마저 박탈당하는 의미로 받아질 수 있다. 

또한 현재 자문기구로 규정된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전환하는 것은 사립학교 법인 입장에서는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교원 징계에 관해서도 일선 사립학교 대신 교육청이 관할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은 “극소수 사학의 (교원채용)비리를 내세워 자율성을 빼앗고 자주적 운영을 막아 사학을 말살하려는 개정안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회장 윤남훈)는 사학법 개정안이 공포된 9월 24일 입장문을 내고 “사립학교법 개정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훼손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사적 영역을 침해한다”며 “사학 말살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인재 양성을 어렵게 하고 교육을 통한 국가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교육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학경영자와는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국회에서 다수당의 횡포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재의요구에 대해서도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고 법 개정을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윤남훈 회장은 “사학경영인 당사자와 협의 한 번 없이 의석만 믿고 ‘사학 운영의 자유’ 헌법질서를 파괴하려는 독재정권”이라고 주장하며 “공영화된 사학을 차라리 감정 평가해 국가에서 인수하라”고 비판했다. 

종교 관련 교육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등 일부 교계 단체는 지난 8월 24일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학법 개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로서 그 설립 이념을 구현하는 것이 학교의 본질적 존립 이유”라며 “따라서 기독교 학교는 기독교적 건학 이념 구현과 학교 발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인사권이 반드시 자주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학법 개정안은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초법적이고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기독교 사학은 교원의 임용권을 박탈당할 뿐 아니라, 건학 이념에 동의하지 않는 비신앙인, 타 종교인, 심지어 이단들의 침투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도 주장했다.

◇ 한국교총 “사학 자율권 훼손, 인사권 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사학법 개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교총은 9월 1일 성명을 내고 “여야는 물론 교육계와 합의 없는 정부‧여당의 입법 독주를 강력히 성토한다”며 “공공성에 치우친 나머지 사학운영,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총은 “국가가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며 사립학교 교원 선발 위탁에 관해 “1차 필기시험만 위탁하는 것이니까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1차 교육학 시험이 논술 중심의 평가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교육감의 이념과 정책이 투영된 문제가 출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1차 시험 위탁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빌미로 교사 채용권 교육감 이양이 추진될 게 뻔하다”며 “지금도 경기도교육청처럼 교육감들은 3차 시험까지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임용시험 규칙 개정을 시도했다가 교총 반발로 유보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교총은 “자사고‧외고 폐지에 이어 강행된 사학법 개정은 단순히 사학 옥죄기, 공공성 강화 차원을 넘어 방향성도, 존재 자체도 상실된 우리 교육의 다양성, 자율성 문제를 큰 위기로 되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헌법소원 등 개정 사학법에 대한 사학들의 법적 대응에 대한 지원과 재개정 활동을 전개해 나가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교조·진보교육감은 “공공성 투명성 강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친정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사학법 개정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8월 31일 성명을 내고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실효성 있게 담아낸 이번 개정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사립학교 교원 신규 채용 시, 시·도 교육청에서 출제한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또 법 개정 내용이 이사회의 투명성 강화와 징계위원회의 공공성 강화, 사무직원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원 채용 1차 필기시험 위탁 등을 두고, 일부 사학과 보수 세력은 위헌 운운하며 사학의 자주성 침해를 말하지만, 이는 교사의 임금과 학교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는 국가가 재정 기여에 비례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투명성과 공공성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위탁은 사학에 대한 신뢰 회복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채용 과정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성격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사학법 개정이) 사학 공공성 강화의 기본 방향을 알리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주장하며, “흔들림 없이 이 방향을 견지한다면 우리는 사학재단 비리로 점철된 과거를 지우고 믿음직한 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시·도교육감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정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사학법 개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주장을 요약하면 이번 사학법 개정으로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 됐다”는 입장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 선발권 또한, 1차 필기시험 합격자 중에서 일선 사립학교가 건학 이념에 따라 최종 선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학의 교원 선발의 자율성도 보장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