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사립유치원 전 학부모 유아교육경비 지원
유아교육법서 정한 유아무상교육 '첫 출발' 의미

유치원 무상교육 조건으로 특성화 프로그램 규제
특성화 교육 선호하는 유아·학부모 선택권도 제한

유아교육법 제24조.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을 원칙으로 규정했다.
유아교육법 제24조.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을 원칙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유아교육법 제24조에는 ‘초등학교 취학직전 3년의 유아교육은 무상으로 실시하되, 무상의 내용 및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적시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만3~5세 연령의 유아교육은 학부모들의 경비 부담이 없는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의 경우, 사실상 무상교육을 받는 국공립유치원생들과 달리,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월 10만 원 대 후반에서 20만 원 가량(사립유치원 평균 원비 50만 원 가량으로 계산했을 때)의 학비를 자부담해 왔다. 

공립 단설유치원의 원아 1인당 세금으로 투입되는 교육경비가 규모가 많게는 비슷한 규모 사립유치원 원비의 2배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공사립 유치원 학부모에 대한 정부 지원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충청남도가 공사립 학부모 차별 없는 ‘유치원 무상교육’의 첫 출발을 알리며 주목 받고 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9월 오인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청남도 사립유치원 유아교육비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승인 의결했다. 
      
충남은 이전부터 만 5세 사립유치원 원아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해왔다. 개정안은 만5세로 한정했던 사립유치원 유아교육비 지원 대상을 만3~5세로 확대한 것이 골자다. 

개정안 통과로 충남지역은 기존 6000여 명으로 한정했던 유치원생 무상교육 지원 대상을 1만 5000여 명 전체 원생으로 확대하게 됐다. 전국 최초 시도다.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 충남도의회가 합의한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사업은 학부모들이 자부담하는 원비 17만 7600원을 도와 도교육청이 40대 60 비율로 지원하게 된다. 

유아교육법 제26조 3항. 사립유치원의 설립경비를 정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유아교육법 제26조 3항. 사립유치원의 설립경비를 정부 지자체가 지원하도록 명시했다.

◇ 공사립 학부모 차별 없는 유치원 무상교육 신호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사장 김동렬)는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다. 전국에 사립유치원 무상교육의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충남도와 도교육청, 도의회가 사립유치원 원생과 학부모가 받는 차별을 인식하고, 그를 해소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 유치원 무상교육을 이끌어 냈다는 점을 환영하고 있다. 

한유총은 “오랫동안 사립유치원 원생과 학부모들은 국공립에 다니는 원생과 학부모들에 비해 정부 지원 차별을 받아 왔다”며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사업은 ‘교육의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유총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정국과 맞물려 충남을 신호탄으로 전국에 유치원 무상교육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32조 1항. 사립유치원 설립경비 지원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32조 1항. 사립유치원 설립경비 지원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 특성화 프로그램 규제로 학부모 선택권도 제한

충남도의 무상교육은 그러나 아쉬움도 남기고 있다. 유치원 무상교육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사립유치원별 특성화 프로그램 비용을 월 3만 원선까지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립유치원 입장에서는 교육 자율권에 대한 ‘규제’로 해석할 수 있다. 사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의 자녀 특성화 교육을 원하는 많은 학부모들에게도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자녀를 학원에 따로 보내기보다는 유치원에서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부모도 많은데, 특히 맞벌이 부부일수록 유치원 특성화교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무상교육과 맞바꾼 특성화교육 규제에 대해 한유총은 유감을 표하고 있다. 

한유총은 “유아교육에서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의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성화 프로그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아교육의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의 선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에 따라 활발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은데, 특성화 프로그램의 일률적 규제는 그러한 사립유치원의 경영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유총은 “공사립 학부모 지원은 차별 없이 동등하게 하되,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제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한유총의 기본 입장”이라며 “유치원 무상교육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간의 유치원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