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응급실로 들고 뛰어도...코로나 검사 우선...검사대기시설 부족 이유로 진료 거부...코로나 진료 우선 체계 논란

27일 오전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사진)과 관련 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장관 주재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사진)과 관련 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장관 주재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영유아들에게 유행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열에 시달리는 아기들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수원 인계동에 거주하는 엄마 A씨는 지난 주말(10월23~24일) 사이 지옥 같은 경험을 했다. 

금요일부터 감기 기운을 보이던 이제 18개월을 갓 지난 딸이 갑자기 열이 40도에 이르며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게 된 것. 

고열이 아이한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A씨는 하지만 딸이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했다. 

급히 찾은 동네 개인병원은 코로나19가 의심된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응급실을 찾은 종합병원에서도 결국 딸의 진료를 받지 못했다. 

큰 병원 응급실에 들어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코로나 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 동안 대기할 격리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수원지역의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세 곳을 찾아갔지만, 병원에서는 모두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시간이 지나는 동안 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A씨는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맘카페 글을 검색해 보던 중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 쓴 글을 발견했다. 인근 동탄에 A씨 딸처럼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의 입원치료를 해주는 소아전문 병원이 있다는 것.

애타는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25일) 동탄의 해당 병원을 찾은 A씨는 다행히 아이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A씨는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깜짝 놀랐다. 우리 아이처럼 고열 증세의 아기들이 많았다. 대기표만 30명이 넘었다”며 “화요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큰 병원이지만 자리가 없을 정도로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 우리 아이는 운 좋게도 병원에 찾아간 월요일 몇시간 대기 후에 퇴원 환자가 나와 입원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의 딸은 코로나와 증세가 유사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rainfluenza virus) 감염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 사이에서 이 바이러스의 유행을 알고 있던 병원이 아이의 치료에 적극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딸이 치료 받을 병원을 아직까지도 찾아 헤매고 있지는 않았을지 A씨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 코로나와 증세 유사한 파라인플루엔자 영유아 감염실태 확인 필요..치료 체계 마련해야

경기도가 도내 파라인플루엔자 환자를 처음 확인한 것은 이달 8일 경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호흡기 감염병인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가 10월 들어 14명 발생했다”며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 주의를 당부했다.

도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8일 도내 최초 환자가 확인된 이후 10월 26일 기준 경기도에서는 총 14명에게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특히 이중 8명은 도내 어린이집에서 집단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도내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가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4명 이후 20개월 만이다. 2019년 84명, 2020년 4명 등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급성호흡기감염 중 하나인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은 법정감염병 제4급으로,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 또는 비말로 전파된다.

주요증상은 발열, 기침, 콧물, 가래, 인후통, 천명(쌕쌕거림), 근육통, 구토 등이다. 컹컹 짖는 듯한 기침이 특징인 크룹(croup, 급성후두기관지염)이나 세기관지염, 폐렴 등 ‘하기도 감염’(하부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오조교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장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6세 이하 영유아의 감염 규모가 늘고 있어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시설 감염병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