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박사가 꿰뚫은 뼈아픈 통찰···대한민국 유아교육정책의 '허상과 진실'

"교육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니라, 유치원과 교사, 아이들과 학부모" 김정호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가 유아교육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기사를 통해 정부기관 공무원이 아닌, 유치원과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와 우리의 아이들이 진정한 교육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유아교육의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 공사립 학부모 지원 불공정 현황

표1. 유아교육법 제24조.
표1. 유아교육법 제24조.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공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사립유치원에 비해서 워낙 학부모 부담금이 작기 때문이다.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공시된 자료에 의하면 공립유치원 학부모는 월평균 5000원을 부담하는데(교육과정비+방과 후 과정비), 사립 학부모는 17만 원을 부담한다. 

국공립이 사립에 비해서 부모 부담금이 월등히 작다. 같은 유아교육을 받는데도 국공립에 당첨되는지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지원금의 규모로 보면 훨씬 더 차이가 크다. 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매월 114만 원인데 공립 학부모는 그 대부분인 113만 원을 지원받는다. 

사립유치원의 평균 비용은 53만 원인데 학부모는 그중 33만 원(방과 후 과정비 포함)을 지원받고 나머지 20여만 원 정도를 직접 부담한다(114만원과 53만원은 2016년 기준. 이 숫자에 대한 상세한 근거는 김정호 교수의 2021 저작 ‘맘이 선택케 하라’ 참조). 113만 원과 33만 원, 엄청난 차이이다 

이런 불공평은 유아교육법의 취지를 거스른다. 유아교육법은 초등 취학 직전 3년의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하되 그 비용은 유아의 보호자에게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표1참조. 유아교육법 제24조>  

완전무상이 아닌 현실이야 아직 돈이 모자라서 그런다 하더라도 지급방식은 얼마든지 법대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유아교육비용은 모두 학부모에게 지급하라는 것이 이 법의 명령이다. 

공사립 막론하고 모든 유치원은 학부모에게 지급한 그 비용을 받아서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공립 부모와 사립 부모가 받는 지원금이 다를 이유가 없다. 전 유아 무상보육이라면 공사립 부모 모두 부담금이 0이 될 것이고 완전 무상이 아닌 경우에도 부모 부담금은 공사립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해야 한다. 

하지만 법은 사립의 부모에 대해서만 집행되고 있다. 모든 사립 부모들은 아이행복카드를 통해서 매월 33만 원(방과후 과정비 포함)를 지원받는다. 그 지원금과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전체 원비와의 차액은 학부모가 부담한다. 사립유치원은 그 돈을 받아서 운영한다. 학급운영비 등 유치원에 대한 직접 지원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입은 이 두 가지에서 나온다. 

그러나 국공립 유치원은 사립과 달리 거의 모든 비용을 국가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는다. 학부모에게 받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유아교육법 취지에 어긋나는 데도 그렇게 한다. 

여기에서 불공정이 생겨난다. 예산 집행 방식을 바꿔서 공사립의 학부모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이것을 필자의 억지 주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에 앞서간 나라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 공사립 학부모, 공사립 유치원을 동등 대우하는 현장 

‘국공립은 무료, 사립은 유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다. 의무교육은 공사립 모두 무료이고, 유아교육 역시 거의 의무교육화 되어 공사립을 거의 동일하게 대하는 것이 앞선 나라들의 추세이다. 그러면서도 현장에 광범위한 자율권을 보장해 준다. 

유아교육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스웨덴의 사례를 보자. 스웨덴의 유치원, 즉 preschool 들은 공사립 모두 학부모 부담금이 같다. 3-5세 유아의 경우 1인당 정부 지원금은 월 9800 SEK, 한화로 133만 원이다(환율 136원 적용). 1-2세 유아는 1인당 11,211 SEK, 한화 152만 원이다. 부담금의 차이는 아이의 사정에 따른 것일 뿐 공사립 어디를 가든 같은 가격이 적용된다. 

각 유치원의 수입에서 부모부담은 10% 정도이고 나머지 90% 는 부모에 대한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지원금은 연령별로 동일한 금액이 아동 숫자대로 지급된다. 이 지원금에 학부모 부담금을 합친 금액이 유아교육-보육기관들의 수입이 된다. 

보육시설의 수입 중 지원금 비중은 평균 90% 정도이다.  이런 사정은 공사립이 차이가 없다. 즉 부모가 선택을 해줘야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는 공사립 간에 차이가 없다. 노르웨이도 똑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대개 4세부터 초등학교에 가는 데 공사립 어디를 가든 무료이다. 사립이 68%를 차지하는데 각 지자체가 공사립 동일하게 1인당 동일한 금액을 지원한다.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유아에 대해서는 우리의 아이행복카드 같은 바우처가 부모에게 지급되며 그것으로 어디든 원하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유럽 뿐 아니라 영미권 국가들도 대부분 교육비를 부모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립도 부모와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예산을 확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자식의 성공을 가장 바라는 사람, 즉 부모의 선택에 의해 교육의 내용이 결정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모의 선택권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학교의 자율성이다. 이 나라들에서는 공립이든 사립이든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된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지침 역할 정도이다. 유치원과 교사들에게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교육 내용이 다양하다. 선택은 학부모에게 맡겨진다. 

◇ 학부모가 원하는 것=‘무상교육+내 아이 맞춤형 교육’ 

많은 부모들이 공립유치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공립유치원의 무상교육이라는 측면일 뿐, 공립유치원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님을 최근 벌어진 매입유치원 소동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경기도 용인의 A 사립 유치원은 지난 2년여 동안 큰 소동을 겪었다. 사립유치원을 매입해서 공립으로 전환하는 것을 매입형 유치원이라하는데, A유치원이 바로 그 대상이었다. 거의 공립으로 전환될 뻔하다가 취소가 되었는데 이유는 다수의 학부모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매입형 유치원 프로젝트는 모두에게 좋은 사업으로 여겨졌다. 정부 입장에서 매입형 유치원 프로젝트는 비용과 시간을 모두 줄일 수 있게 해준다. 공립 단설 유치원을 신축하려면 100억 원 이상을 들여야 하고 시간도 몇 년 걸린다. 

기존 사립을 매입하면 60~70억 원이면 되는데다가 당장 사용할 수 있다. 폐원을 원하는 사립유치원들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도 없다. 학부모들도  사립이 공립으로 바뀌는 것이니 당연히 반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학부모들이 격렬히 저항을 하고 나선 것이다. 투표 결과 부모의 70%가 사립으로 남는 데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하자면 그 70%는 공립 전환에 반대를 했다. 

반대의 이유는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아이들이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다. 사립은 5-6시까지 돌봐 주는데 공립은 1시반-2시면 하원이다. 방과 후 돌봄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만 가능하다. 공립이 되면 당장 오후 시간에 아이들 맡아줄 곳을 구해야 한다. 

둘째, 통학버스다. 사립유치원들은 당연히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공립은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립은 교육내용에 아이들과 학부모의 취향과 희망 사항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공립은 누리과정 지침서에 나와 있는 대로 한다. 공립유치원의 최소 25%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상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학부모가 공립으로부터 원하는 것은 무상교육이다. 교육과 서비스에서는 공립유치원보다 장시간 돌봄, 통학버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립을 원한다. 결론적으로 학부모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립유치원을 무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것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는 얼마든지 부모의 바람을 실현시켜줄 수 있다. 

◇ 사립까지 무상교육 가능한 방안 

표2. 무상교육 재정지원 단순 예시.
표2. 무상교육 재정지원 단순 예시.

모든 아이들의 무상교육이 어떻게 가능한지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유치원에 가는 유아가 10명 있다고 해보자. 정부 주장대로 국공립비율 40%가 달성되었다고 가장하고 현 상태에서 매월 얼마의 재정 자금이 소요되는지 계산해 보자. 

공립유치원의 유아 1인당 교육비는 114만 원, 사립은 53만 원이다(2016년 기준). 공립은 그 전부를 재정지원하고 사립 부모에게는 33만 원(2021년)을 지원한다. 그러면 10명의 유아에게 지원되는 재정자금 총액은 공립의 4명에게 456만 원, 사립의 6명에게 198만 원, 합계 654만 원이다.<표2참조>

공사립 학부모를 동등하게 대우하려면 1인당 65.4만원 씩 나눠주면 된다. 아이행복카드에 충전하는 방식임은 물론이다. 그것을 학부모가 원하는 유치원에 납부하게 하면 된다. 공립을 원하면 공립에 사립을 원하면 사립에 납부하게 하면 된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운영비는 학부모에게 받은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자금의 공평한 집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개별 유치원들의 자율성이다. 공사립유치원 모두에게 자율성을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학부모와 아이들의 요구가 각 유치원의 교육과 서비스 내용에 반영될 수 있다. 

누리과정 같은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두더라도 큰 정신으로만 삼게 하고 구체적 교육 내용은 개별 유치원이 알아서 실행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고 선택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맡기면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비용은 무상교육, 교육 내용은 학부모와 아이들 맞춤형인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아이들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고 학부모는 더 오랜 시간 아이를 유치원에 맡길 수 있다. 통학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의 숫자도 늘어난다. 

물론 공립유치원의 경우 교사들이 공무원이어서 예산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교사 1인당 원아 숫자를 줄이는 등의 목적으로 재정이 확대될 것임을 감안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 “교육의 주인은 학생과 학부모···이제, 방향을 돌리자”

"유아교유경비 지원은 공사립 학부모에 균등해야 한다" 무상유아교육경비 재정 지원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있는 김정호 교수.

우리나라의 유아 교육 정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 왔다. 재정자금이 늘어날수록 교육은 더욱 획일성이 강해졌다. 사립유치원들은 공립과 똑같이 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앞선 나라들이 무상교육을 자율성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는 무상교육을 명분으로 모든 사립유치원을 국공립화 하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새다. 

누리과정은 모든 유치원의 교육 내용을 똑같이 만들어 가고 있다. 2019 개정 놀이과정에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획일성은 여전하다. 아이중심, 놀이중심 교육이라 해도 그것의 구체적 모습은 아이들마다 유치원마다 달라야 함을 공무원들이 받아들이길 바란다. 

사립유치원에게도 의무화되고 있는 에듀파인은 단순한 회계 관리 프로그램을 넘어 사립유치원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또 사립유치원도 국공립처럼 지시받은 대로만 가르쳐야 하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 

누리과정과 에듀파인도 모자라 이제는 모든 일상적 업무를 NEIS라는 프로그램으로 처리하기를 요구 받고 있다. 공무원 교육 행정 관리 체제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유치원들은 공립유치원과 거의 같아질 것이고 사립으로서의 색깔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근 유아정책연구원의 발표 자료를 보면 교육에 대한 공무원의 통제는 더욱 심해질 것 같다. 국책연구소인 육아정책연구소가 ‘유아교육 보육체제 개편을 위한 연속토론회’를 시작했는데 9월 30일 2차 토론회 발표에 이를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미래교육팀장 박창현 박사 발표의 유아교육 개편안에는 국공립 이용률은 80%로 올리고,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비 지원방식을 2026년부터 현재의 학부모지원 방식에서 사립재정결함보조금 방식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재정결함보조금은 사립중고등학교들에게 적용되어 온 시스템이다. 그들은 이 사립재정결함보조금을 받으며 완전히 자율성을 잃었다. 공무원이 주는 돈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국공립보다 더 자유가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선택권을 폐지하고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전환하겠다는 말은 국공립유치원에게 하는 것처럼 사립유치원(유아학교)에게도 직접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통제는 강화되고 교육은 더욱 심한 획일화로 치달을 것이다. 

이런 계획이 연구소 차원의 아이디어인지 공무원 집단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다. 구체적 상황이 어찌 되었든, 공무원 사회에 교육의 획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이런 정책 방향은 명백히 잘못됐다. 교육과 서비스의 내용은 학부모와 아이들 중심이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제도는 학부모-학생 주도의 선택제다. 

공무원은 재정 자금만 부모에게 나눠 주고 유치원과 학교에서 손을 떼야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잘 성찰해 보아야 한다. 학부모들이 왜 매입유치원을 통한 공립 전환에 왜 반대하는가 새겨야 한다. 이제 공무원은 빠지고 학부모와 아이의 선택권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7일 ‘공정한 유아교육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김정호 경제학박사(서강대학교 겸임교수)의 주제 발표를 보도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