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니라, 유치원과 교사, 아이들과 학부모" 김정호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가 유아교육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아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이면서 경제학자인 김정호 교수(서강대). 그는 교육의 주인이 공무원이 아니라 학부모와 아이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고 경영자가 주 고객인 매거진 <CEO World>는 2021년 스웨덴을 아이키우기 가장 좋은 나라로 꼽았다. 평가대상 159개국 중 스웨덴이 1위, 덴마크 2위, 노르웨이 3위 순이였다. 한국은 23위다. 

스웨덴의 유아교육이 높이 평가받게 된 원동력은 유치원들의 자유와 학부모의 선택권이다. 

스웨덴의 교육비는 공·사립을 가리지 않고 학생당 일정액으로 지급된다. 학교로 지급되는 한국의 방식과는 다르다. 따라서 스웨덴의 경우, 공립이든, 사립이든 수입을 확보하려면 아이와 학부모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대신, 학교들은 상당히 자율성을 부여받는다. 교육은 각 유치원과 학교가 잘 알아서 해봐라, 교육비는 국가가 부담한다, 이런 식이다. 

많은 나라들이 이같은 스웨덴의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이다. 영국, 뉴질랜드, 호주,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로 이런 정책을 채택했다. 일본도 2019년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정책’을 시작하면서 이런 방식을 상당히 가미했다. 

◇ 공-사립 차이 없는 유아교육비 지원

스웨덴의 취학연령은 7세부터다. 6세 이전 유아의 경우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1일 3시간, 연간 525시간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우리의 유치원에 해당하는 것이 프리스쿨(Preschool)인데 5세까지 여기에 다닌다. 6세 아동은 초등예비학교에 해당하는 프리스쿨 클래스(Preschool Class)에 가고, 그 밖에 등록 없이 아무 때나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오픈 프리스쿨(Open preschool) 즉 가정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시설이 있다. 대략 73%는 공립이고, 27%는 사립이다. 

1-6세 아동은 이들 유아교육기관을 연간 525시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주일에 10시간 꼴이다. 그것을 초과하는 이용시간에 대해서는 월 단위로 요금을 내야 한다. 

월 이용료는 풀타임인지의 여부, 몇 번째 자녀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첫 번째 자녀를 풀타임으로 맡기려면 1478 SEK, 한화로 21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발생하는 비용은 부모가 지불하는 이용료보다 훨씬 높다. 스웨덴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경우 1인당 연간 2177만 원, 월별로 하면 181만 원이다. 

부모 부담금과 실제 비용의 차이는 지자체의 지원금이다. 지원금은 연령별로 동일한 금액이 아동 숫자대로 지급된다.  

3-5세 유아의 경우 1인당 정부 지원금은 월 9800 SEK, 한화로 월 133만 원(환율 136원 적용)이다. 1-2세 유아는 1인당 1만1211 SEK(한화 152만원)이다. 이 지원금에 학부모 부담금을 합친 금액이 유아교육·보육기관들의 수입이 된다. 보육시설의 수입 중 지원금 비중은 평균 90% 정도이고, 이런 사정은 공-사립 차이가 없다. 

◇ 무상교육 하면서도 공-사립이 경쟁

스웨덴의 유아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원래부터 유아교육 환경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스웨덴의 유아교육 기관들도 민간의 소관이었다. 

그러다가 정부가 나서서 공립시설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국공립 시설이 급증했다. 1941년 7%이던 공립 유아교육시설 비율은 1970년 96%로 늘었다. 그 후 20년 동안의 유아교육은 의무교육과 더불어 공립학교의 영역이었다. 민간이 설자리는 거의 없었다. 

1991년 집권한 우파연합 정권은 기존의 공립주도 교육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유아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 교육에서 사립학교의 진입을 허용했다. 유아교육기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무상교육 예산 집행 방식도 바꾸었다. 정부가 공립학교들에 직접 예산을 지원하던 방식 대신, 부모들에게 바우처를 나누어줬다. 학교는 바우처 금액 이상의 등록금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니 무상교육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사립학교뿐만 아니라 공립학교도 정부에서 예산지원을 받지 못하고 바우처 금액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무상교육을 하면서도 학교 간의 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사립 보육기관이 재정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공립과 마찬가지로 법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국가수준의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지만 그것을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시간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은 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즉, 재정은 국가 지원을 받지만 공사립을 막론하고 개별 유치원들은 광범위한 자율권을 인정받고 있다. 

스웨덴의 유치원들은 대부분 아침 6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2시간 문을 연다. 공·사립이 모두 그렇다. 맞벌이 부부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9시에 문을 열고 2시면 아이들을 하원 시키는 한국의 공립유치원들과는 무척 다르다. 스웨덴은 공립도 사립처럼 움직인다. 사립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다. 

◇ 교육의 자유, 학부모 선택에 따르라

자유가 주어지다 보니 다양한 유치원들이 생겨났다.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린셰핑에는 이동식 유치원이 있다. 

오전 아이들은 유치원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 박물관도 가고 시장에도 간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넓은 세상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눈이 올 때는 아이들을 눈 덮인 숲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썰매를 탄다. 화창한 날에는 들판을 향하는 버스 창밖을 바라보며 소박한 소도시의 자연을 감상한다. 

그렇게 들에서 뛰어 놀다가 오후 3시면 유치원에 돌아와 6시 30분까지 또 논다. 스웨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동식 유치원의 이야기다. 

버스를 타는 일이 많아 위험하다고 생각할 법도 한데 부모들은 이곳 유치원을 반긴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데다, 커서 세상을 살아갈 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부모들은 이동식 유치원을 선택한다고 한다.

나라에서도 막지 않는다. 국가 수준의 커리큘럼이 있지만 큰 방향만 제시한다. 스웨덴이 제시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간단히 말한다면 이렇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키우라는 것, 교사 1명당 원아 수 등 국가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이 있지만 그것만 준수하면 큰 간섭이 없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각 유치원에 광범위한 자유가 허용된다.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우리나라의 누리과정과 다르다. 

그래서 스웨덴의 유치원들은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하다. 이동식 유치원도 그런 시도 중 하나다. 유치원은 공립이든 사립이든 여러 가지 교육의 대안을 내 놓는다. 궁극적 선택은 아이들과 학부모의 권리인 셈이다. 

<이 기사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자가 쓴 ‘맘이 선택케 하라’ 책 내용을 편집 발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