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기치아래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운영자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새싹부모회 간정혁 대표는 우리 유아교육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정말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유치원 교육현장의 자율성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지켜주는 일, 그리고 공-사립 원아 차별 없는 공정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새싹부모회 간정혁 대표.
새싹부모회 간정혁 대표.

◇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정부는 ‘유아교육의 국가책임 확대’를 핵심국정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계 자료를 보면, 2018년~2021년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을 2791학급  늘렸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원아들이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비율은 정부가 정한 목표기준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전체 유치원 대비 국공립유치원 입학가능비율은 39%까지 늘었는데, 국공립유치원 취원비율은 목표치인 34%에 미치지 못하는 29.8%에 그쳤습니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미달은 학부모의 본심, 진정한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정부 정책의 결과입니다. 

정부나 각 시도교육청은 학부모가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한다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오해입니다. 표면적인 외침 뒤에 있는 학부모의 본심을 읽어내지 못한 것입니다.

2019년 경기도에서 사립유치원을 공립 전환하는 문제로 경기도교육청과 해당유치원 학부모가 대립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정부나 각 시도교육청이 학부모의 본심을 얼마나 오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을 매입해서 공립으로 전환하고자 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에 봉착했습니다. 사건 초기 교육청 담당자는 학부모의 반대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매우 당황해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학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니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육청만 공립전환에 합의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해당 유치원 70% 학부모가 강력하게 반대해 결국 공립전환은 취소되었습니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국공립유치원이 아닙니다. 학부모의 본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그 어떤 정책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독립된 교육시설입니다”

교육부의 최근 3년간(2019~2021년) 신설된 국공립유치원의 2021년 충원율 현황에 따르면 신설유치원 330곳 중 충원율이 50% 미만인 유치원은 44곳으로 이중 40곳이 병설유치원이라고 합니다. 병설유치원의 충원율은 심각한 수준인데, 경기지역 A유치원의 경우 충원율이 15%이고 서울지역 B유치원은 17%, 전남지역 C유치원은 18%로 10%대 충원율을 보인 유치원도 있습니다. 

학부모가 병설유치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시설 때문입니다. 병설유치원은 모든 시설을 유치원에서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고, 일부 시설은 초등학교와 공유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 때문에 병설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새싹부모회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공개한 각 유치원의 모집정원 및 현원 수를 근거로 2021년 상반기 서울시 유치원의 설립유형별 원아모집율을 산출한 바 있습니다. 새싹부모회 산출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2021 상반기 단설유치원 원아모집율은 81.2%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단설유치원의 원아모집율은 54~60%에 그쳤습니다.

이와 같이 학부모가 무조건 국공립유치원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독립된 교육 시설입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독립된 단설유치원 하나를 설립하는데 약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최근 3년간 유치원 신설에 들어간 재정 소요가 연 20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점차 학령인구가 줄어가고 있는 이 때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국공립유치원을 설립하는 것이 학부모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인지 다시 재고해야 합니다.

◇ “학부모는 아이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원합니다”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유치원 유형을 ‘공립단설유치원’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학부모의 본심을 오해하거나 호도하는 것입니다. 

새싹부모회가 서울시교육청에서 공개한 정보를 근거로 산출한 2021년 상반기 서울시 유치원의 설립유형별 원아모집율을 보면 단설유치원보다 사립유치원의 원아모집율이 더 높습니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면 학부모가 추가로 학비를 납부하지 않고 좋은 시설에서 아이를 교육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과정 때문입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정부의 교육 정책이나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충실히 반영한 교육과정을 시행합니다.

사립유치원은 학부모의 선택을 받아야하기에, 아이의 필요나 학부모의 요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보니 다양한 교육과정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립유치원의 다양한 교육과정이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통제로 인해 말살되고 있습니다. 

최근 A지역 학부모로부터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송아트’라는 유아미술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해당지역 교육청 담당 장학관의 지적으로 유치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학부모의 증언에 따르면 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놀이교육’을 적용하지 않고 ‘송아트’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교육하는 것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해당유치원 원장은 어떻게 (정부가 권장하는 방식의) 놀이교육만으로 모든 교육과정을 채울 수 있느냐며 항변했으나, 장학관은 송아트 수업을 다른 놀이교육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해당 학부모는 부모들이 송아트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고, 그 프로그램 때문에 유치원을 선택한 부모들도 있는데, 도대체 왜 교육청이 못하게 하는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강요와 통제가 계속된다면 유아교육은 정부 교육정책이나 교육감 교육철학에 맞추어 획일화될 것 입니다. 학부모는 내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선택하기 원합니다. 

◇ “학부모는 국공립유치원의 교육서비스 질이 개선되기를 원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의 교육서비스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국공립유치원의 구조적인 체질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공립유치원 원아와 사립유치원 원아에 대한 공정한 지원으로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공립유치원 원아에게 모든 교육지원이 편중돼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아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국공립유치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학부모의 선택권 보장이 국공립유치원의 체질을 개선해 교육서비스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선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교수가 ‘맘이 선택케 하라’라는 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스웨덴의 유아교육시스템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학부모가 원하는 우리아이 맞춤교육은 학부모의 본심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학부모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그 본심을 읽어내어, 차기 정부에서는 학부모가 원하는 우리아이 맞춤교육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는 2022년 1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던 ‘아이와 학부모가 중심인 신바람 나는 유아교육 환경 토론회’ 발표를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