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폴검의 책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나 원칙은 정말로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 유치원의 교육은 인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렇게 중요한 유아교육. 우리 유아교육이 마음에 꼭 품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21C 교육포럼 박선영 대표.
21C 교육포럼 박선영 대표.

◇ “인간은 놀면서 자란다”

인간은 놀 줄 아는 존재, 놀이하는 존재, 놀아야 하는 존재 Homo Ludens, Man the Player다. 

‘놀줄 아는 존재’라는 의미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경쟁과 계획을 통해 놀게 된다. 여기에 적당한 운과 현기증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즐기는 스릴이 수반되면서 인간은 불가능에 도전하게 된다.

인간은 일하면서도 놀고(노동요), 놀면서도 놀고(레크레이션), 경건한 종교의식을 올리면서도 춤과 노래를 통해 논다. 이 모든 놀이의 결과물들이 창의라는 이름으로 축적된 인간의 문화다. 

인공지능 AI가 발달해도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은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전제한다면 인간의 ‘놀이’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유전자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영유아 때는 놀이를 통해 사회성과 준법정신, 협동과 애타심 등을 배우며, 특히 놀이를 통해 크고 작은 근육과 위기대응방식을 키우면서 동시에 지능을 발달시킨다. 놀면서 똘똘해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영유아 때부터 청소년기까지의 놀이와 체육활동은 매우 중요한 인간의 본능이자 인격발달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우리는 공교육 속에서 노는 과목을 처음부터 배제하거나 축소시키고 있다. 놀 장소가 부족하다는 이유,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 심지어 미세먼지가 많다는 등 온갖 이유로 노는 인간으로서의 잠재력까지 말살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최초이자 최후의 본성마저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 교육은 잘 놀 수 있도록 유도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의 교감이 가능한 자연환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유아 교육의 중점은 잘 노는 인간, 신나게 노는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 “학령전 어린이에게 음미체는 필수”

‘노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인간을 보면 유치원은 지금처럼 연월일 단위로 교육해야 할 내용과 진도가 강요되는 형태는 망국적이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충분히 놀아야 한다. 놀면서 근육을 키우고, 놀면서 자연을 탐구하고, 놀면서 예술을 접하며 직접 악기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다시 음악학원, 체육교실에 돈을 내고 보내는 이중 삼중의 학원비를 지불하는 것은 부모에게나 아이에게나 지옥같은 일이다.

아이들은 매일 하루에 2시간은 뛰어 놀아야 한다. 흙을 묻히며 땀이 나도록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인간관계의 형성과정을 터득하게 되고 준법정신도 키우며 타인과의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

우리 유치원들이 그림교실은 잘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림도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그림시간, 미술시간을 운용해야 한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 “자연 속 발현놀이 강화해야”

유아교육과정에서는 그것이 돌봄이든 교육이든 자연에 대한 이해와 자연과의 친밀도 향상 프로그램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흙이나 나무, 풀, 꽃 등을 탐색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올바른 감성교육도 되고 차츰 어려워지는 학습에 대한 탐색력도 키우게 된다. 

자연환경에 대한 실질적 이해도가 높아져서 하나 뿐인 지구를 사랑하는 자연보호도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하게 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도 인성과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한 것이 자연놀이 과정이다. 

숲체험, 식물원, 산, 강, 바다 등에 대한 체험은 영유아기부터 시작해야 효과가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연이나 인간에 대한 소통과 탐구능력을 증강시켜 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런 교육도 돌봄도 아닌 복합과정을 아주 어린 만 1세부터 훈련이 된다면 어찌 영유아부터 학령전까지의 모든 과정이 신나고 즐겁지 않겠는가?

◇ “개념학습의 중요성”

만 6세에 해당하는 pre-school단계가 아니면 한글과 수학 등을 유치원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가르쳐서도 안 된다.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교구를 이용한 놀이학습이면 된다. 현재의 교육방법이 강압적인 주입식 암기식이라면 어린 아이들한테는 교육이 아니라 강요일 뿐이다. 

위에서 말한 자연과의 소통, 체육을 통한 크고 작은 근육발달과 타인과의 관계형성방법, 음미체를 통한 자기 발현 훈련을 하면 스스로 깨닫고 받아들이고 고찰하며 습득하는 매카니즘을 저절로 체화할 수 있다. 

그래야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창의성을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고양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강압적인 주입식, 암기식으로는 중학교 1학년까지는 선두를 차지할지 몰라도 그 이후부터는 성적이 제자리걸음이거나 학습에의 흥미를 잃고 낙오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을 자신이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교육이지, 강압적인 지시와 암기로는 절대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로버트 폴검의 책이다. 한국에서도 출간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인기 있는 책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나 원칙은 정말로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 

아주 기본적인 습관인 손 자주 씻기, 신발 가지런히 벗어 놓기 같은 질서 지키기, 타인에 대한 배려, 옳고 그름에 대한 간단하고도 명쾌한 판단 등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필수요건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판단, 타인과의 관계형성 등에 대한 원칙과 질서, 인간적 도리 등은 첫 번째 사회화 과정이자 공적 과정인 유아교육 단계에서 모두 배운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 교육 가운데 영유아 때부터 다니는 유아교육기관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이 기사는 2022년 1월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던 ‘아이와 학부모가 중심인 신바람 나는 유아교육 환경 토론회’ 발표를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