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OECD 주요국의 교사 당 수업시간 및 급여수준(급여 단위는 달러). 자료= OECD 홈페이지.
표. OECD 주요국의 교사 당 수업시간 및 급여수준(급여 단위는 달러). 자료= OECD 홈페이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늘 부패한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맡겨진 권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데 더 치중한다.

공립유치원 교원들의 급여 역시 그런 성격이 있다. 결론부터 한국 유치원 교사들은 수업시간은 짧은데도 급여는 높다. 국제 비교가 그렇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수업시간부터 살펴보자. 한국의 공립유치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 수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방과후과정이라 해서 오후 2~4시 또는 5시까지 맡아주는 곳이 있지만 1/3 정도의 아이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따로 뽑은 직원이 담당한다.

반면, 스웨덴의 유치원(Preschool)들은 대부분 오전 6시 30분에 아이들을 받아서 오후 6시 30분에 하원시킨다. 12시간을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24시간 문을 여는 곳도 있다.

그에 비하면 5시간만 문 여는 한국의 공립유치원과 기본 12시간에서 최대 24시간까지 문을 열어 놓는 스웨덴의 공립유치원은 놀라운 차이다.

한국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시간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매우 짧다. OECD회원국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연간 수업시간과 급여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 수업시간 짧고 급여 많이 받는 한국 공립유치원 교사

한국 교사들의 연간 수업시간은 778시간으로 800시간이 안 된다. 수업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다. 수업시간이 1500시간을 넘는다. 

OECD 평균은 989시간인데, 한국 교사의 수업 시간은 그보다 21%나 짧다. 근무시간이 짧은데도, 급여는 오히려 더 높다. 위 표에는 공립교사들의 초봉 15년차 연봉, 최고 수준의 급여 세 가지가 나와 있다. 

평균상태를 알기에는 초봉보다 15년 경력(40세 전후)의 급여가 더 적합하다. 한국은 5.9만 달러로서 OECD 평균 4.4만 달러보다 34% 높다. 수업 시간당 급여로 보면 한국은 76달러, OECD 평균 44달러보다 73% 더 높다. 

유아교육 선진국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스웨덴의 시간당 급여 27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3배에 가깝다. 각 나라의 1인당 소득수준을 고려하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3.1만 달러, OECD 평균 3.8만 달러보다 18% 낮다. 그런데 교사의 수업당 급여는 오히려 73%가 더 높다. 

스웨덴의 소득은 5.2만 달러로 한국보다 68% 더 높은데, 수업 시간당 교사 급여는 한국이 2.7배 더 높다. 교육의 품질이 월등이 높다면, 높은 급여가 정당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경쟁 없는 공립유치원 고비용 저효율 

하지만, 한국 공립유치원의 교육 수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립유치원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사실이 총체적인 교육에 대한 불만족도를 시사해 준다.

한국의 국공립 유치원이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생기는 폐해로 보인다. 

경쟁에 노출된 공급자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없다. 수요자는 가격과 품질 모두를 고려해서 가장 우수한 쪽을 선택한다. 

고객에게 주는 것은 작으면서 값만 비싸게 받는 공급자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비스의 속성과 가격, 이익이 그 나라 소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무엇보다 고객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다. 

한국 사립유치원의 모습이 그렇다. 사립유치원 교사의 급여는 국공립에 비해 20~30% 정도 적다. 반면 근무시간은 그들보다 훨씬 길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452개 유치원을 조사한 결과, 저녁 7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곳은 사립이 44.7%였고, 공립 병설은 7.7%, 단설이 34.6%였다. 저녁 8~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교실은 사립이 11.7%(4556곳 중 536곳)에 설치된 반면, 공립 병설은 1.8%(4603곳 중 86곳)에만 설치돼 있었다. 

공립 단설의 경우 설치율이 30%에 달하지만 단설 자체가 396곳에 불과해 실제 온종일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곳은 119곳에 불과했다. 

사립유치원들이 긴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것은 희생정신 때문이 아니라 아이들과 학보무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걱정이 없는 국공립 유치원들은 학부모의 수요 충족을 위해 자신의 여가 시간을 줄일 압력조차 느끼지 못한다. 

◇ 스웨덴의 공립유치원을 보라, 사립과 동일하게 경쟁

국공립 유치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우리나라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 

스웨덴은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처럼 고객 지향적이다. 스웨덴의 공립유치원이 한국과 결정적 차이가 나는 것은 수입의 구조다. 

공립도 사립과 마찬가지로 아동이 와야 수입이 발생한다. 유치원 경비의 80~90%가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데, 그 돈은 공사립 가리지 않고 동일하게 학생 수에 따라 지급된다. 

원아가 없으면 공립이라도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어디나 학부모가 부담하는 가격도 같기 때문에 공립과 사립이 동일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 대신 공립유치원들도 광범위한 자율성이 보장된다. 스웨덴의 공립유치원 교사 급여는 유치원마다 차이가 나는데, 개별 유치원들이 각자의 협상을 통해서 고용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책임 그리고 학부모의 선택, 이런 특성을 갖춘 제도가 스웨덴 공립유치원을 매우 고객지향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같은 풍토가 24시간 문을 여는 유치원까지 생겨나게 했다. 

◇ 마녀사냥으로 죽어가는 사립유치원, 저물어가는 유아교육의 다양성 

반면 국가 독점은 획일적 교육과 고비용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국공립유치원들의 어디나 똑같은 수업, 짧은 운영시간, 높은 1인당 교육비용과 교사들의 고액 연봉이 그 증거다. 

그런 면에서 사립유치원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숲유치원, 몬테소리 교육, 프로젝트 수업 등 온갖 다양한 방식의 교육이 자리를 잡아왔다. 

수업시간도 길었고 미술 체육 등 특별활동도 다양했다. 

국공립유치원이 1인당 114만 원을 쓸 때, 53만 원으로 해결할 정도로 비용도 낮다. 부모는 자기 아이의 적성과 가족의 사정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됐다. 

그런 사립유치원이 오히려 마녀사냥으로 죽어가고 있다. 유아교육의 다양성이 막을 내려가고 있다. 

<이 기사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자가 쓴 ‘맘이 선택케 하라’ 책 내용을 편집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