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사랑유치원 장이순 원장

장이순 사랑유치원장.
장이순 사랑유치원장. ⓒ한국유아교육신문

인천에서 장이순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사랑유치원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입소문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퍼졌다. 장 원장의 유치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외국에서도 벌써 수차례 견학을 왔을 정도다.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체험학습이 한순간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장 원장은 유치원 개원 전 독일 등지의 수많은 유치원을 견학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해 왔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아무런 고민 없이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것은 진정성 있는 교육을 한다고 할 수 없다. 특히나 유아교육은 시대의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원장은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장 원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발 맞춰야
정부통제 유아교육 개혁에 수동적..자율성 갖고 경쟁해야

Q.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합니다. 우리의 유아교육은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엘빈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시대의 변화에 대한 각 사회 조직들이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100마일의 속도로, NGO시민단체는 90마일, 가족제도는 60마일, 정부조직과 규제 기관은 25마일, 교육기관은 10마일 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유아교육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 2000년대 초 데스크톱 컴퓨터가 일상화될 때 우리는 많은 시간을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아교육 기관에서도 특기적성 과목으로 편성해 학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학습을 요구하고 유아교육도 예외 없이 이에 발맞추어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아교육 현장은 이와 달리 제도와 기관 모두가 개혁에 지나칠 정도로 수동적입니다.

겉으론 혁신과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이와는 반대로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많습니다.

올해 5월 16일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개교 133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식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이나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감성 분야에 교육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혁신적 교육을 위해 “10년 전 영어라는 언어를 배웠다면 이제는 디지털 언어인 코딩을 배워야 하며, 2018학년 2학기부터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전교생이 필수로 배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유아교육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자율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것도 기업과 같은 속도로 변신을 꾀할 때 비로써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Q. 그러면 실제로 유치원 교육현장에서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유치원에서의 교육은 시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체험교육이 주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 시설과 교구재의 혁신적 재구성과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 교육, 그리고 학부모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는 교육의 변화에 어떻게 맞춰가야 하는지 적절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한 예로 앞에서 언급한 대로 언어는 영어에서 디지털 언어인 코딩으로 통일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유치원에서 코딩 교육을 한다고 하면 이것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유아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는 획일화된 지침을 내려보낸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다양한 재능과 역량을 꽃 피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입니다.

또한 유치원에서는 생활중심, 유아중심, 경험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교육청 등 정부기관이 그러한 교육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변화하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유아중심의 교육, 경험중심의 교육, 생활중심의 교육이 더 강조돼야 합니다. 그러한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유치원의 역할입니다.

장이순 사랑유치원장.
장이순 사랑유치원장. ⓒ한국유아교육신문

Q.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이 설립한 사립유치원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사립유치원이 마치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이는 것도 현실입니다. 전체 유치원 교육에 대한 정부의 시선은 어때야 할까요?

우리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해 정부 기관과 민간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이던, 사립이던 모두 다 우리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입니다.

또한 공·사립 유치원생과 학부모 모두 똑같은 국민입니다. 정부는 이들을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합니다. 지원과 통제는 분명히 다릅니다.

유치원 프로그램이나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공립이던 사립이던 교육의 질을 놓고 경쟁해서 학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이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유아교육은 크게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획일화되고 통일된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립유치원이 마치 영리 집단인 것처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도 빨리 개선돼야 합니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폐원한 사립유치원은 157개, 휴원한 유치원은 61개로 전체 사립유치원의 5%에 해당되는 217개의 유치원이 문을 닫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인구 절벽시대를 고려할 때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사전에 만들지 못하고 사립유치원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와야 합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국가에서 유치원 유아학비 29만원(종일반 기준)을 지원하고 있고, 올 8월부터 아동수당 10만원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지자체에서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매달 8만6000원을 분산해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합하면 47만4000원입니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지원을 통합해 지원하고 이에 월 평균 5만6000원 정도만 더 지급한다면 전국의 모든 유아들에 대한 무상교육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왜 유아 1인당 연간 1200만원 세금이 투여되는 국공립을 늘리고 점유율을 40%로 확대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보편적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우수한 사립유치원의 교육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무상교육을 실현한 이후에는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공립과 사립간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한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빠른 시간 내 진정성 있는 유아교육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 보여집니다.

Q. 우리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국가 기관의 역할, 민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은 민간에 의해 이루어지기 어려운 영역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을 위한 공교육이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한 OECD수준 통계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해 공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과 방법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 합니다.

최근 발표된 2차 선진화 유아교육방안에 의하면 2022년 안에 국공립유치원의 유아 점유율을 40%로 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돼 있습니다.

여기에 의문이 생깁니다. 왜 OECD 통계에 그토록 의미를 두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시설 좋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지역 곳곳에 잘 뿌리내렸습니다.

다른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사립유치원 학비가 비싼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공립 교육비용보다 사립학비가 저렴합니다. 국공립확대도 좋지만, 40%를 위한 국공립 시설을 짓는 것보다 그보다 적은 비용으로 모든 학부모와 유아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복지 아닐까요?

우리나라 유아교육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록 OECD 수준의 국공립 점유율이 못 미친다하더라도 더 수준 높은 유아교육복지 정책이 가능합니다.

국공립유치원은 우선적으로 감당해야 할 영역이 있습니다.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국공립유치원을 지어야 하고 도심 한복판에 단설을 짓기보다는 지방 소외된 계층을 위한 혁신학교 형태의 국공립유치원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입니다.

소외되고 사회 약자인 장애아를 위한 유치원을 짓고, 필요하다면 외국인 주민을 위한 유치원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구도심이나 원도심처럼 민간유치원이 존립하기 힘든 지역에 우선적으로 국공립유치원을 세워 모든 유아가 보편적 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정부 기관의 역할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민간의 역할은 유아교육의 질을 끌어 올리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을 제공해야 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협력하면 우리 유아교육의 발전이 한층 빨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