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고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의 유치원은 참으로 분주하고 활기찹니다.

신입생은 새로운 환경을 조우하고, 재학생은 진급해 동생들을 맞이하며 형님이 된, 참으로 뿌듯하고 희망찬 달입니다.

유치원이 신입생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맞이하는 순간은 아이들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형제 등 익숙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던 단순하고 패턴화된 경험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가정이 아닌 곳에 소속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낯설고 두려운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치원에 다니면서 스스로의 인생 습관이 만들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처음으로 체득하게 되는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입 유아들은, 예를 들면 화장실을 자주 간다거나, 복통을 호소하는 등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힘듦을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내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적응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노력 중’이라는 표현이며, 이때 유아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훈육이 아닌 정서적 안정이므로 크게 불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모님들의 우려와는 달리 정작 적응 기간이 끝나면 유아들은 유치원 등원을 즐기며 엄마와 헤어지는 것을 그다지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게 행동합니다.

그렇게 이 3월 동안 유치원은, 아이들에게는 아직 미지의 공간일 테지만, 점차 ‘내 교실’, ‘우리 작은 도서관’, ‘우리 앞마당’이 되고 자신에게 알맞은 정도와 속도로 적응하면서 결국에는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들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자녀의 홀로서기를 격려해주시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신다면, 그리고 담임교사들을 신뢰해 주신다면, 부모님과 교육기관의 상호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사랑스런 우리 자녀가 유치원에 적응하는 성공적인 첫 걸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형님반의 3월도 이 마법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바뀐 교실과 변화된 흥미 영역의 배치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환호성으로, 온 몸으로 느끼고, 새롭게 만나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활동을 전개하며 공동체 교실 안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상호존중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배우게 되는 3월이기도 합니다.

형님반이 된 유아들은 새로운 친구, 선생님과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교실은 왁자지껄합니다. 유치원의 교실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부여하고 유아가 그 규칙을 따라야 하는 훈련소 같은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때로는 소란스러운 기쁨에 들뜨는 한편, 누군가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열렬한 토론이 일어나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가 화해하고 관계가 더 끈끈해지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유아들은 서로 간의 협동을 토대로, 때로는 선생님의 자그마한 도움을 받아, 대안을 만들어내고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를 통해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의 삶을 드러내고 상호 주도적 교류를 통해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방법을 내면에 깊이 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유아들의 공동체 의식은 훌쩍 향상되고, 유아들은 인격적으로 조금 더 성장하고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 평범한 일상이 ‘교육’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조금씩 선보여지고 있는 곳, 그 장소가 바로 유치원의 교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법 같은 변화는, ‘적응’이라는 소중한 개념을 배움으로써 유아들이 훗날 인생에서 겪게 될 새로운 입학, 취업, 결혼 등의 많은 변화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자녀가 유치원에 다닌다는 것은 부모님들께서도 자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장과 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처음 맞이하는 5살, 6살, 7살의 3월을 즐겁게 받아들이면서 아이가 어떤 경험이든 스스로 적응하며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믿음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답고 행복한 유치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모든 유아들의 2022년,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