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박사.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박사.

20년 후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이 발을 내딛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매우 다를 것임은 분명한데, 어떻게 다를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변화의 폭은 크고 속도는 빠르다. 방향도 가늠하기 힘들다. 4차 산업혁명은 또 어떻게 될까. 그 추세는 계속되겠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 얼마나 빨리 진행될지 누구도 모른다.

어떤 일자리가 소멸하고 어떤 것이 새로 생길지는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 어른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을 어떻게 창업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유치원에서 하듯이 했다”고 답했다. 세르게이 브린이 1979년부터 다닌 유치원은 몬테소리다. 동업자이 래리 페이지도 몬테소리 출신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비디오 게임의 선구자 윌 라이트,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 등이 모두 몬테소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칼럼은 이들에게 ‘몬테소리 마피아’라는 별명을 붙였다. 어린 시절 스스로 할 일을 찾아내고, 동료와 협력해서 뭔가를 이뤄내는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이 매우 독창적인 새로운 세상을 창조했다. 유치원과 그 후 몇 년에 걸친 어린 시절의 교육과 경험이 매우 중요함을 그들은 보여준다.

하지만 몬테소리 방식이 20년 후 세상에서도 여전히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 전혀 다른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다양한 교육 방식들이 나올 수 있게 길을 열어주고 아이들과 부모가 자신들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게 해 주는 것뿐이다. 몬테소리 방식도 당시에는 그런 실험적인 교육의 하나였다.

◇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의 힘

우리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획일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육이 획일화되는 과정에 교육 재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 돈이 많이 들어갈수록 정부 통제는 강해지고, 다양성은 사라졌다.

돈의 주인은 납세자들인데, 생색을 내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은 공무원들이다. 공무원들은 모든 학교들이 자신들의 지시에 따르기를 강요한다.

유치원은 한국 교육에서 유일하게 다양성이 남아 있던 곳이었다. 교육 관료들, 시민단체들의 관심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2년부터 유아 무상교육화가 일부 시행되면서 이 분야에 돈이 많아졌고, 공무원들의 통제도 더욱 강해졌다.

지금까지 정부 돈은 족쇄로 작용했다. 그것을 받는 순간 통제와 획일화라는 대가가 따랐다. 하지만 정부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꼭 획일적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들이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나눠주는 그 돈은 우리 국민의 것이다. 획일화된 교육, 공무원 독점교육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해롭다. 교육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의 재능과 희망에 맞는 학교를 무상으로 골라 다닐 수 있게 하는데 쓰여야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같은 교육 선진국들은 모두 다양한 교육을 허용한다. 이 나라들에서는 공무원들이 공립학교에 특례를 주지도 않는다. 사립과 공립은 재정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아니, 사실 교육 재정은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된다는 말이 정확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바우처 형태로 지급받은 자기 몫의 교육 재정 자금을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데 사용하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당한 곳만 학생 수 만큼의 교육재정을 누릴 수 있다.

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아이들이 재능과 취향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학교, 다양한 교육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있긴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다. 국가주도 교사주도가 아니라 학생주도 학부모 주도의 교육이다.

학생과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해에 쓸 수 있는 교육재정을 학생 숫자로 나눈다. 1인당 연간 1000만 원 가까이 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전자카드를 발급해 주고 월별로 나눠 각자의 금액을 충전해 주면 된다. 개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교사들, 공립학교 교사들, 공무원들의 반대가 가장 큰 장벽이다. 

◇ 시대착오 획일화 한국 교육, 미래를 여는 길은 있다

그러니 일단 유치원부터 시작해보자. 유치원은 절반 정도는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국공립유치원에 직접 지원되고 있는 예산을 유아의 숫자로 나누어 1인당 금액을 산출한다. 전자카드로 이미 주어지고 있는 1인당 월26만 원에다가 새로 산출된 금액을 합친다. 그것을 가지고 사립, 국공립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선택할 수 있게 길을 터준다. 

이렇게 되면 사립유치원 중에는 학부모 부담금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문제는 국공립이다. 

그렇게 되면 국공립유치원도 사립과 비슷한 처지에서 원아 모집을 해야 한다. 예산을 확보하려면 학부모들로부터 그 금액을 받아야 한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느낌이 들 수 있다. 강력한 저항이 따를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이들과 학부모의 권리는 확대될 수 없다. 새로운 교육도 기대하기 힘들다.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유치원들에게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누리과정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큰 틀에서만 따르게 하면 된다.

◇ 교육의 주인은 학생과 부모, 맘이 선택케 하라

아이들의 미래에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은 엄마 아빠다. 두 사람 중 아이의 양육에 더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엄마다. 맘들이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선택하게 하라. 공립에 지급 되었던 돈 들도 모두 나눠서 학부모에게 지급하라.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교육재정은 아이들이 숫자대로 나눠 맘들에게 맡기라. 공무원들이 이리저리 돈을 가지고 주무르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교육의 자유를 허용하라. 

그들은 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머리를 짜낼 것이다. 맘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의 대열에 공립도 합류하게 하라. 교육에서도 혼란한 시대에 적응한 새로운 교육이 등장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유아교육정책 전문가 김정호 경제학자가 쓴 ‘맘이 선택케 하라’ 책 내용을 편집 발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