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립유치원의 원비에 대해 유치원과 학부모의 합의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관심이 모아진다.
법원이 사립유치원의 원비에 대해 유치원과 학부모의 합의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제기한 ‘시정명령처분취소 등의 소’ 상고를 기각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해 원비와 학급운영비를 반환하라는 교육청의 행정명령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관련기사 아래>

소송 기록에 따르면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주장은 유치원 원비는 유치원 운영과 관련해 유아의 보호자로부터 받은 일체의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받은 비용 전부를 해당 학년도의 유치원 원비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원비를 정한 때는 지체 없이 이를 공고하고, 해당 유치원의 지도 감독기관에 보고해야하는 점에 비추어, 유치원 원비는 유치원이 공고·보고한 원비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일부 사립유치원에 대해 초과 징수한 원비를 학부모에게 반환하고, 학급운영비를 국고로 반환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근거였다. 

이들 사립유치원이 유치원의 원비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는 유아교육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법이 정하는 기준을 초과해 원비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학급운영비)을 부정하고 타갔다고 주장하며 반환 명령을 내린 것이다.  

교육청은 “수업료·입학금 및 유치원 원비를 교육청 인가 및 보고된 금액보다 초과 징수 수납해 원비가 전년대비 동결이 아님에도 거짓으로 학급운영비를 신청해 부정하게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고 주장했다. 

◇ 교육청 주장은 “유치원이 공고·보고한 원비가 기준”

하지만 법원은 원비 인상률은 직전 년도와 해당 학년도 모두 실제 받은 유치원 원비를 기준으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봤다.  

유치원 기준의 기재사항 중 수업료·입학금과 그 밖의 비용징수에 관한 부분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유치원 원비의 공고·보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사정들만으로 유치원 원비 인상률 산정에 있어서 유치원이 공고·보고한 원비를 기준으로 직전 학년도 원비를 정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원비 인상률 상한 제한은 유아 보호자의 원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제도인데, 교육청의 주장과 같이 유치원이 공고하고 보고한 직전 학년도의 유치원 원비와 해당 학년도에 실제로 받은 원비를 비교해 원비 인상률을 산정한다면, 실질적으로 유아의 보호자가 납부해야 하는 원비 부담이 인상되지 않은 경우에도 학급보조금의 반환을 명할 수 있어 부당하다고 했다. 

◇ 법원은 유치원과 학부모의 원비계약 중요성 강조

법원은 특히, 교육청의 원비 반환 시정명령이 유치원과 학부모 사이의 사법상 계약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사법상의 계약 기타 법률행위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구체적 법 규정에 위반해 행해진 경우, 그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여부는 그 법 규정의 해석에 따라 정해지는바, 그 점에 관한 명문의 정함이 있다면, 당연히 이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정함이 없는 때에는 종국적으로 그 금지규정의 목적과 의미에 비추어 그에 반하는 법률행위의 무효 기타 효력 제한이 교구되는지를 검토해 이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금지규정이 이른바 공법에 속하는 경우에는 법이 빈번하게 명문으로 규정하는 형벌이나 행정적 불이익 등 공법적 제재에 의해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금지규정이 그러한 입법자의 침묵 또는 법흠결에도 불구하고 사법의 영역에 까지 그 효력을 미쳐서 당해 법률행위의 효과에도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왜 나왔을까. 유아교육법 제25조 제3항은 유치원은 원비의 인상률이 직적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초과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반한 유치원의 원비계약의 효력에 관해서는 유아교육법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법의 위 규정은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으로, 유치원 운영자와 학부모 사이에 체결된 유치원 원비계약이 위 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 계약의 사법상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 “원비는 유치원과 학부모의 계약”..행정기관 우선 난폭한 잣대 제동 

유치원의 원비 인상률을 제한하고 있는 유아교육법 제25조 제3항은 원래 유치원 운영자와 해당 학부모 사이에 자유로이 정할 수 있는 유치원 원비에 대해 학부모의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유치원 원비의 인상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유아교육법은 위 규정을 위반할 경우 행정청이 해당 유치원에 대해 보조금 반환(위법 제28조 제1항 제4호), 정원감축, 학급감축 또는 유아모집 정지 등의 행정적 재정적 제재조치(제30조 제1항, 제2항)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형사처벌 대상으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원은 위 규정의 목적과 의미, 이를 통해 보호되는 당사자와 이익의 내용,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유치원이 얻게 되는 이익의 성질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공법에 속하는 위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행·재정적 제재로 그러한 행위를 금압하는 것을 넘어, 그 금지규정이 원비계약의 효력까지도 무효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정도로 유치원 원비계약이 현저히 반사회성을 지닌 것이라거나, 그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해야만 비로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이 소송 사건 관련 유치원과 학부모 사이 원비계약은 유효하고, 유치원이 교육청에 보고된 원비보다 초과된 금액을 받고 원비 인상률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학부모를 기망해 그 원비를 받았다거나 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유아교육법 제30조에 의해 원비 반환을 명령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이 사건 유치원과 학부모 사이의 원비계약이 유효한 이상, 유아교육법 제25조 제3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치원 원비를 과오납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유아교육법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에 해당하는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교육청의 원비 반환 시정명령 효력을 취소했다.